“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해외 순방에서 동남아 국가론 처음으로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는데요.베트남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의 세일즈 외교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9월11일 KBS <뉴스9> ‘박근혜식 외교 눈길’ 리포트 가운데 일부다. KBS는 이 리포트에서 “패션 쇼 무대에 화사한 한복 차림으로 올라서고, 과거사를 뛰어넘어 호찌민 주석의 묘소에 헌화했다”면서 “이번 베트남 방문을 통해 현지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 미래를 여는 새로운 박근혜 식 외교를 보여줬다고 청와대는 설명한다”고 보도했다. 
 
‘박근혜식 외교’가 정말로 눈길을 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베트남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의 세일즈 외교를 보여줬다는 평가’라는 부분은 오버다.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의 세일즈 외교’라는 표현도 저널리즘 용어로 적합하지 않다. 같은 날 SBS가 <8뉴스>에서 보도한 것처럼 “한-베트남 간 FTA를 내년 중 체결하기로 하는 등 세일즈 외교에 주력했다”고 하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2013년 9월11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더구나 KBS가 아나운서 멘트를 통해 언급한 ‘베트남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는’이라는 표현은 청와대가 밝힌 설명이다. 청와대 설명을 아나운서 멘트에서 그대로 언급한 것도 논란이지만 ‘베트남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의 세일즈 외교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문제다. ‘청와대의 설명’일 뿐인데 마치 객관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KBS의 오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KBS는 이어진 리포트 ‘가교의 리더십 빛났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세계 여러 정상과 한자리에서 만나는 다자외교 현장에도 첫 발을 내디뎠다”면서 “선진국과 신흥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했다고 청와대는 자평했다”고 보도했다. 
 
아나운서 멘트에서 밝혔듯이 ‘청와대의 자평’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수준의 리포트를 길게 소개한 것이다. 리포트 내용을 봐도 ‘박비어천가 수준’의 내용이다. 
 
“전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수장까지 모인 자리, 박근혜 대통령은 세계의 지도자들과 두루 만나 격의 없는 친분을 쌓았습니다. 각국의 이해가 맞물린 회담에선, 조정자 역할을 자임했습니다. 미국 같은 선진국이 시중에 푸는 돈을 줄이려고 하고, 중국 인도 등은 반대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공동체 의식을 강조했습니다.” 
 
   
2013년 9월11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친분을 쌓고, 조정자 역할을 자임한 것’이 별도 리포트로 소개할 만한 내용인지 의문이지만 ‘선진국과 신흥국의 공동체 의식을 강조’했다는 것만으로 ‘가교의 리더십 빛났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오버의 극치다. 이 정도 해외방문으로 이런 평가를 받는다면 역대 대통령 해외방문은 ‘극찬’을 받아야 할 게 수없이 많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수준의 리포트를 공영방송이 메인뉴스에서 2개로 연속 배치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얘기다. 
 
같은 날 SBS는 <8뉴스>에서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공정한 경쟁을 토대로 한 시장경제를 역설해 정상선언문에 반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한-베트남 간 FTA를 내년 중 체결하기로 하는 등 세일즈 외교에 주력했다”고 간단히 전한 후 “여야 대표의 청와대 회담을 성사시켜 경색 정국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당안에서도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리포트 제목도 ‘박 대통령 귀국 … 야 대표 만날까?’였다. 
 
‘상업방송’인 SBS도 언론으로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대목만 하고 오버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에선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박 대통령이 러시아와 베트남을 방문해 이룬 성과를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이번 해외방문이 역대 대통령의 그것과 얼마나 획기적인 차별성을 가지는지는 의문이다. ‘획기적인 성과나 차별성’이 없다면 SBS가 보도한 정도의 언급이 적절하지 않았을까. 
 
   
2013년 9월11일 SBS <8뉴스> 화면 갈무리
 
보수신문 조선일보도 KBS처럼 오버하지는 않았다. 조선은 12일자 지면에서 박 대통령의 귀국 소식을 8면 사진기사로만 처리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박 대통령, 內政 추슬러야 외교 성과도 빛나>에서 “12월까지 국회가 파행 상태를 계속하면 그 책임은 대통령을 향해 밀려오게 될 것이다. 대통령이 큰 정치를 해야 할 때가 왔다. 박 대통령이 러시아·베트남에서 거둔 외교 성과도 내정(內政)이 제 궤도에 올라야 빛난다” 충고했다. 
 
KBS의 ‘대통령 해외순방’ 리포트 오버가 얼마나 심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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