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입수한 지난 5월 12일 문제의 강연 녹취록 상편에 따르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당시 조성된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한 자신의 정세 인식과 함께 김한길 민주당 대표, 안철수 무소속 의원 뿐 아니라 이정희 진보당 대표까지도 강도높게 비판한 대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일보의 ‘진보당 RO 회합 녹취록 전문(상)’을 보면, 이 의원은 민주당에 대해 “그냥 혁명적이고 진취적인 혁명세력을 종북으로 표현하고 그래서 기회주의적인 정당”이라며 “그 기회주의적 노선은 정치지형에 따라 긍정적이기 때문에 쳐주고, 지지해주고, (*)한 게 연대연합의 정신”이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최근에 민주당이야말로 127석이면 제1야당으로서 정치적인 무게감과 역량감 엄청날텐데 최근의 김한길 체제에서 표현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번에 야성을 잃어버린 것”이라며 “정보기관이 개입하는 곳이 어디있습니까. 심지어 대북문제에 있어서도 난리도 아니다. 보편적 복지를 빼고, 이런 단순한 민주당의 대통합 야성을 상실한 견제활동에 대해서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거기에 안철수로 표현되는 새로운 정치의 갈망에, 민심의 왜곡된 하나의 아이콘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며 “지난 재보선 당시 노원구 개발문제도 애매하게 토론회에 나와서 정태흥(통합진보당 후보)하고 토론회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더라…당분간 안철수 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나 대격변 시기에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한 내부 혁명가들의 편향적인 자세를 지적하면서 참여연대와 같은 당 대표인 이정희 전 의원까지 비판했다. 이석기 의원은 참여연대가 지난 5월 2일 ‘세계 군축의 날’을 맞이해 여의도에서 벌인 ‘총보다 꽃’이라는 퍼포먼스에 대해 “나한테는 (초청장을) 보내지도 않았어. 김재연한테 보냈다고 그러는데 김재연 이 친구가 참여하겠다고 했나? 안했나?”며 “다 모이면 진실이 다 드러난다. (웃음) 가끔 모여야 되는 거요. 총화를 속이지 못하거든”이라고 말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연합뉴스
 
참여연대 행사에 대해 이 의원은 “남북이 총을 내려놓자는 것이 황당한 게 전 세계로 수많은 전쟁을 가장 포악한 착취를 제일 많이하고 핵무기와 핵탄두를 수천개 소유하고 있는 미국놈들은 전쟁의 그야말로 광신도라는 것”이라며 “미국 민중 뿐만 아니라 전세계 민중에게 고통을 주는 최고의 수퍼가 미국놈들인데 그 총보다 꽃이라는 그 이벤트 퍼포먼스(에)는 미국이 없(다)는 거에요. 미국이 없고 남북의 총을 내려 놓자가 되는 것이 하나의 편향”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이 의원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북한 미사일 반대에 대해 “한창 첨예하게 조선 반도의 긴장된 중요한 시기에 갑자기 중앙당에서 예고도 없이 (이정희 대표가) ‘미사일 쏘면 안된다’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거야말로 현정세를 바라보는 편향된 대표적 사례”라며 “현 정세를 평화냐 전쟁이냐 왜곡해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당시 위기의 본질을 외래 제국주의가 민족의 존엄과 자주권을 침범하는 것으로 봐야지, 북한에 의한 것처럼 오도하는 것이라며 이를 “정치적 실책을 범하는 것”이라며 “(그런) 정치적 오판할 수 있는 원인을 왜 진보당에서 제공하느냐, 민주당에서 하면 되지, 우리는 침묵하면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에 대해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의 위성 발사를 두고 나로호와 비교할 때 엄혹한 조건하에서 자력갱생 강고분투의 우주과학의 승리로 평한 뒤. 지난 2월 12일 3차 핵실험에 대해서도 “(실험 자체에 대한) 여러 의견이 분분한데,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상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당시 북한의 정전협정 무효화 공식화 선언에 대해서도 “정전협정 무효화를 통해 조미(북미)간 기존 낡은 관계는 기대할 수 없다”며 “정전협정 60년이라는 휴전형태의 기형적 구조는 끝났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란색으로 당색을 바꾼 민주당의 김한길(왼쪽)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사진=민주당.
 
이 의원은 또 우리 내부의 혁명가들에 대해 “필승의 신념으로 무장돼야 한다”는 것과 함께 “고난을 각오하라,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 한다”는 자세를 주문했다.

이 같은 정세 분석 언급 이후 이 의원은 향후 남북간 또는 북미간 충돌 양상에 대해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 정규전이 아닌 비정규전, 이런 상태가 앞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또한) 새로운 현대전의 영역이 심리전이고, 사상전”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의 심리전에 대해 이 의원은 “이 심리전으로 표현되는 사이버 선전전은 현대적인 게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군대 간 애인 둔 여자 모임 ‘곰신’에서 ‘내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는데 걱정스럽다, 괜찮을까라’고 쓰는 순간 그 다음 댓글이 너 누구냐, 종북이지’ 이런 것 까지도 철저히 심리 선전전에 대한 시스템이 체계화돼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이후 대응과 관련해 전쟁 준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두번째 현실은 힘과 힘의 싸움이다. 의지와 의지의 싸움이자, 의지와 물질 간의 싸움”이라며 “60년 전쟁의 희생으로 드러난 게 쟤들은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온갖 방해 책동, 물리적 탄압 공작이 들어올 거다. 당연하지 전쟁인데,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 시작된 전쟁은 끝장을 내자 어떻게? 빈손으로?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물질, 기술적 준비 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왜 기술적인가”라며 “정리하면 필승의 신념으로 무장하는 문제, 그러나 정치 군사적 준비체계를 잘 갖춰서 물질 기술적 토대를 굳건히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의원은 “(60~80년대와 달리) 우리가 ‘자주된 사상 통일된 사상, 미국놈 몰아내고 새로운 단계의 자주적 사회, 착취와 허위없는 그야말로 조선민족의 시대의 꿈을 만들 수 있다’(는)…그 꿈을 2013년엔 하나의 주장이 아니라 하나의 물리적 힘으로 전국적 범위에서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최종 결전의 결사를 하자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2일 단식농성에 돌입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사진=통합진보당
 
이 같은 강연을 들은 참석자가 ‘남북 긴장관계가 도발을 안하고 계속 공세국면이 지속될 경우 군사적 문제가 크게 부각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이 의원은 “아까 내가 얘기했던 것은 최악의상태, 그야말로 적나라한 시기에 무력충돌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평화로 가기 전에 전쟁이 있는 거에요. 제일 바라는 것은 싸우지 않고 희생을 최소화해서 조국통일의 새로운 단계가 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오늘 강의의 핵심주제는 평화에 대한 무기를 정치, 군사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왜? 조선반도에 진행된 결과를 보면 최후에는 군사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준비를 우리는 단단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군사체계를 갖추고자 하는 것은 어떤 것을 이야기하느냐’는 참석자의 질의에 대해 이 의원은 “내가 이게 무리해서 얘기한 것”이라며 “내가 이 부분을 바람풍이라 했으니깐 바람풍을 잘 이해하시면 되요”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 자리에 참석했던 김재연 통합진보당 원내대변인(의원)은 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당시 이석기 의원의 강연 취지가 뭐였는지부터 봐야 한다”며 “당시 강연과 토론의 주제가 전쟁이다 보니 난상발언이 오가긴 했다. 참석자들은 그런 주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며, 결론을 낼 만한 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자리가 ‘내란음모’가 아닐 뿐 아니라 ‘일련의 전쟁시 폭동준비를 하자’는 의심에 대해 (나 외에) 그 자리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도 그런 자리 아니었다고 하고 있다”며 “한반도 정세 인식이 저마다 다르지만 전쟁위기가 굉장히 높다는 것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였으며, ‘전쟁 나면 다 죽는 것 아니냐’는 것이 전제적인 맥락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애초 자신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뒤늦게 참가 사실을 밝힌 것과 관련해 “녹취록 요약본이 나왔을 때 이것이 그 행사였는지 전혀 몰랐으며, 그 행사 자체가 음습한 지하조직의 비밀회합이 아니었다”며 “다만, 참여연대 군축 이벤트(총보다 꽃) 관련 발언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녹취록에 나오는 이석기 의원의 전쟁위기 책임론에 대해 김 의원은 “우리는 미국이 전쟁위기를 부른다는 주장은 할 수 있다고 본다”며 “평화를 지키자고 얘기한 것을 폭동을 일으키자고 하는 것은 날조”라고 비판했다.

‘5월 12일 행사 자체가 없었다’→‘행사는 있었지만 통상적인 경기도 당원 모임이었다’→‘내용 전체가 날조이다’→‘취지를 왜곡한 날조이다’ 등 해명이 계속 바뀐 것에 대해 김 의원은 “RO 모임이라는 비밀회합 자체가 없었다는 것은 분명했는데, 당시 회합의 유무를 확인해줄 수 있는 당사자들이 모두 압수수색을 당하고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조사를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그렇다 보니 최소한의 본질적인 팩트를 알려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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