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당직자·외곽단체 인사 10명이 형법상 내란음모 혐의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일제 압수수색을 받았다. ‘내란음모’라는 말부터 충격적이지만 국정원 개혁 논의가 나오는 와중에, 9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국정원이 전면에 나섰다는데 대한 의도를 놓고도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를 이미 기정사실화 한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10대 그룹 회장단과의 오찬간담회를 갖고 “정부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의 본래취지가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독점을 막기 위한 규제법안을 마련하는 것인 만큼, 사실상 경제민주화 포기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무주택자에게 연이율 최저 1% 장기대출을 지원하면서 집값 등락에 따른 수익과 손실을 구매자와 공유하는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우선 10월 3천여 가구를 지원하고 추이를 살펴 내년부터 지원규모를 늘린다는 방안이다. 주택매매 활성화로 전월세 문제를 잡겠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집값은 올려놔야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로 보인다.

다음은 29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국정원, 진보당 이석기 의원실 압수수색>
국민일보 <“이석기, 국가기간시설 타격·인명살상 모의”>
동아일보 <“이석기, 통신-철도-가스시설 파괴 모의”>
서울신문 <국정원 “이석기, 조직원에 총기 준비” 녹취록 확보>
세계일보 <“이석기, 북 남침 때 국가시설 파괴 준비”>
조선일보 <“이석기 의원, 총기 마련해 국가시설 파괴 모의”>
중앙일보 <“애국가 거부 이석기, 적기가는 불렀다”>
한겨레 <‘내란음모죄’의 부활>
한국일보 <33년만에 재등장한 내란음모 사건>

33년 만에 등장한 ‘내란음모’

국정원 경기지부는 28일 오전 이 의원의 자택과 의원실, 이 의원실의 우위영 수석보좌관, 김홍열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홍순석 부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장,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한동근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박민정 전 중앙당 청년위원장 등의 집과 사무실 17곳을 압수수색했다.

   
▲ 한겨레 8월 29일자. 1면.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형법상 내란음모’, 지난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익환 목사 등에 덧씌워진지 33년여 만에 다시 이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국정원은 이들이 이 의원을 총 책임자로 하는 ‘RO산악회’라는 조직을 만들고 북한 혁명가요를 부르며 북한을 고무·찬양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국정원은 대부분 압수수색을 끝마치고 이 의원실에 진입해 우위영 보좌관에 대한 압수수색도 단행했지만 이석기 의원 방은 들어가지 못했다. 이정희 대표 등 지도부와 오병윤 원내대표 등 의원단 전부가 이 의원 방 앞에서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 측은 자정 넘어 까지 대치하다 일단 29일 오전까진 한 발씩 물러서기로 합의했다.

어쨌건 이제 관건은 ‘내란음모’라는 혐의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것 인지다. 통합진보당은 28일 해당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수사 당국은 한 모임에서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에 해당하는 발언을 한 녹음파일을 가지고 있다고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 중앙일보 8월 29일자. 1면.
 
그러나 한국일보는 3면 <“유사시 총기 사용 전화국·발전소 폭파”…동기 입증 쉽지 않을 듯> 제하 기사에서 “체제를 전복하려 했다는 것만으로 내란음모 혐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며 “북한을 추종하거나 북한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범행의 동기’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타이밍에 나타난 국정원

그런데 이번 내란음모 혐의를 조사하는 시점이 애매하다. 검찰이 아닌 국가정보원이 직접 나섰다는 것도 모호하다. 물론 국정원법에 따르면 국정원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사안이지만 현 국면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국정원 개혁의 목소리가 어느 때 보다 높아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9월 정기국회에 돌입하면 국정원 개혁법안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정원이 이번 사태로 위기에 쌓인 본인들의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수사를 받는 통합진보당도 이번 사건에 대해 “촛불로 인해 위기에 놓인 박근혜 정권과 해체 위기에 놓인 국정원이 자행하는 공안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이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는 만큼 대통령도 이번 사태에 연관되어 있을 것이란 게 통합진보당의 주장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도 이번 사건에 대한 사전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일보 8월 29일자. 4면.
 
조선일보도 4면 <다가오는 조직개편의 칼끝…국정원, 승부수 던졌나>제하 기사에서 “새누리당과 청와대 관계자 일부는 ‘정무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리 좋은 시점이 아닐 수 있다’며 ‘(국정원 입장에선) 이번 일이 잘 되면 대박이겠지만 잘못되면 (여권 전체가) 쪽박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압수수색이 실시된 이날은 민주당이 두 달 동안의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활동을 마치면서 국정원 개혁 의지를 재확인한 날이고 여당에서도 국정원의 국내활동 제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던 참”이라며 “이번 수사에 문제가 있을 경우 남재준 원장도 진퇴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3면 <개혁 내몰린 국정원, ‘종북’ 장부 꺼내 존재이유 과시?>제하 기사에서 “국정원은 9월 정기국회에서 수술이 예약돼 있다”며 “국정원이 국면전환을 통한 위기탈출을 위해 언제든지 걸면 걸 수 있는 통합진보당과 경기동부라는 ‘손쉽고 약한 고리’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8월 29일자. 3면.
 
국민일보도 5면에서 “궁지몰린 국정원의 반격”이라는 제목을 썼고, 서울신문도 3면에서 “위기의 국정원, 종북척결로 반격”이란 제목을 썼다. 동아일보도 야권의 주장을 빌려 4면에 “국내파트 보호용 수사”라는 주장을 제목에 실었다.

한국일보는 3면 <궁지에 몰린 국정원의 승부수?> 제하 기사에서 “보안을 중시하는 공안사건의 특성상 수사대상자의 신병 확보 전 수사 착수 사실이 드러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국정원 비판과 개혁요구가 정점에 달한 시점에 이번 사건을 알려 사태를 무마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언론에선 이미 재판 끝?

일부 언론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정원 혹은 검찰 발 소식통을 빌려 피의사실을 무차별로 유포하고 있다. 아직 수사단계에 놓인 상황이지만 몇몇 언론들의 보도 태도를 보면 이미 재판이 끝난 사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국정원 내외부, 경찰 내외부 등 다양한 곳에서 사실이 나왔던 국정원 댓글사건과는 달리 이번 사건의 소스는 오로지 국정원과 경찰 뿐이다.

이석기 의원의 변장 도망설, 북한 혁명가 관련 모두 국정원이 자신있게 언급했지만 직접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은 이야기다. 총기탈취나 국가시설 파괴 모의 등의 혐의도 마찬가지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28일 긴급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언론에 대응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 동아일보 8월 29일자. 31면.
 
사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일보는 <종북세력의 내란음모 전모 낱낱이 밝혀야>제하 사설에서 “통진당이 그동안 보여준 종북행태는 한두가지가 아니”라며 “법원이 압수수색을 발부하자면 그럴 만한 증거도 확보하고 있을 터”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통진당 이석기의 내란음모 혐의, 북 연계 여부 밝혀야>제하 사설에서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사람이 어떻게 국회의원까지 됐는지 아연할 지경”이라며 “과거와 달리 지금은 용공조작이 가능한 시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가급적 빠르게 사건의 실체를 밝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이마저도 국정원과 검찰의 잘못으로 정치적 논란으로 변질되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고 중앙일보는 “구체적인 수사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역시 “확실한 증거로 물타기 논란을 피하라”고 주문했다.

한겨레는 ‘국정원의 모호한 등장’에 초점을 맞췄다. 한겨레는 “실제 내란음모에 해당하는 수준의 범죄가 있었다면 충격적이나 제도정치에 진입한 국회의원과 정당 간부들이 그런 행위를 했을까 쉽사리 믿기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며 “저간의 사정과 국정원의 행태를 종합해보면 이번 수사를 순수하게 봐주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8월 29일자. 31면.
 
경향신문은 <국정원의 내란죄 수사 지켜보겠다>제하 사설에서 “무조건 ‘용공조작’으로 몰아갈 일은 아니”라는 점과 “다만 시기적으로 왜 지금이냐는 점, 내란죄를 3년 동안 척결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국정원의 직무유기를 물어야 하는 점, 국회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극히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아직 이 사건에 대해 판단 내리지 못한 듯 보인다.

달라진 국면, 그래도 김한길은….

국정원이 이번 사건에 전면 부각됨으로서 애매해 진 것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국정원의 개혁을 주문했는데 오히려 국정원이 ‘고유업무’라 주장하는 대북파트를 들고 국내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금의 노숙투쟁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28일 서울광장 인근에서 기자들과 오찬을 갖고 “이대로 끝낼 거면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사학법 투쟁에 나섰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말을 차용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3일 민주주의와 국가정보원 개혁을 위한 양자회담을 제안했지만 박 대통령이 한 달 가까이 거부하고 있다”며 “광장의 함성을 외면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8월 29일자. 5면.
 
특히 이날은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천막당사를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문 의원은 광장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문 의원은 김 대표에게 “제1야당 대표가 노숙투쟁을 하는 건 처음있는 일”이라며 “정국이 이렇게 막혀있으면 박 대통령이 먼저 야당 대표를 만나자고 해야 할 텐데 이렇게 거부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한 문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 참여가 거의 100%라는데 대단하다”고 말했다. 친노-비노로 갈라치는 새누리당에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반기문과 최외출, 어떤 조합일까?

국내 정치권이 혼란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을 만나 눈길을 끌고 있다.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은 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다. 이 자리에서 반 사무총장은 ‘새마을 운동의 세계화’에 대한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에 맞춰 한국에 들어온 반 사무총장이지만 정치행보로 읽혀지고 있다.

   
▲ 경향신문 8월 29일자. 5면.
 
영남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개발도상국 특성에 맞는 새마을운동 모델 개발 문제를 비롯해 개발도상국 상황에 맞는 새마을운동 전문가 양성 등에 대한 유엔 차원의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새마을운동이 유엔에서 지구촌 빈곤 문제 극복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새천년개발목표’의 모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5면 <반기문, 박 대통령 최측근 만나 ‘새마을운동 세계화’ 논의>제하 기사에서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최외출 부총장은 (박 대통령의)‘숨은 실세’,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불렸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큰 꿈’을 꾸고 있는거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고 보도했다.

결국 이럴 거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경제민주화’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날 10대 기업 회장단과의 오찬은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랜들리’와 크게 차이가 없음을 드러내는 꼴이다. 기업회장단을 불러앉혀 놓고 덕담을 쏟아내며 규제완화에 나서고 투자약속을 받아내는 모습이 전임 정부 그대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제민주화 입법 과정에서 많은 고심이 있으신 것으로 안다”며 “경제민주화도 결국 경제활성화를 위한 것이고 모든 경제주체가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고자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며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뜻이다.

   
▲ 국민일보 8월 29일자. 7면.
 
재벌들의 행태도 비슷하다. 허창수 전경련 대표는 “30대 그룹이 올해 연초 계획했던 것보다 5조9천억원(4%) 증가한 154조7천억원을 올해 투자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매양 있었던 말인데, 정작 서민경제는 갈수록 피폐해졌다. 그밖에 이 자리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창조경제의 방향이 옳다”고 말했고 다른 총수들도 민원을 쏟아냈지만 경제민주화에 관련된 말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 ‘이석채 나가?’

청와대가 이석채 KT회장의 조기 사임을 종용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주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이 제3자를 통해 이 회장에게 ‘임기와 관련 없이 조기 사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8월 29일자. 1면.
 
남북이 지난 28일 개성공단 공동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 문안에 최종합의했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는 난항을 겪고 있다. 통일부에서는 10월 2일 금강산 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는데 북한은 기존 정부가 제출한 9월 27일에는 1주일 늦췄다며 “재고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 세계일보 8월 29일자. 8면.
 
공군 고등훈련기인 T-50 1대가 광주 상무지구 인근 훈련 중 추락해 조종수 2명이 숨졌다. T-50이 추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원인은 조사중이다. 대당 가격이 2500만달러 정도로 총 50대가 공군에 배치된 T-50은 최고속도 마하 1.5의 경공격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미국 록히드마틴이 공동개발했고 해외로도 수출되는 기종이다.

   
▲ 서울신문 8월 29일자. 8면.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