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페이스북 등 외국 SNS와의 경쟁에 밀리고, 수익 모델을 만들지 못해 쇠락의 길을 걷는 것이다.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SNS인 '요즘'은 오는 30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2010년 2월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3년 6개월만이다. '요즘'은 150자 단문으로 친구들과 소통하는 SNS로 트위터와 비슷하다. 가입자는 약 300만명이다. 
 
SK커뮤니케이션이 2011년 9월 싸이월드에 선보인 'C로그'도 지난 3월 신규 생성을 중단했다. C로그는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와 같이 싸이월드 '1촌'의 활동을 모아서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기존에 개설된 C로그는 싸이월드에서 이용할 수 있지만, 신규 개설은 불가능하다. 
 
   
▲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SNS인 '요즘'은 오는 30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KTH도 지난 5월 사진 기반의 SNS인 '푸딩.투(Pudding.to)'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한국형 인스타그램'이라고 불렸던 '푸딩.투'는 2012년 2월 출시 후 일주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영어, 일본어, 태국어를 지원하며 해외 진출도 시도했으나 가입자 180만명에서 꿈을 접어야 했다.
 
인기를 끌었던 위치 기반의 SNS들도 사라졌다.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플레이스'는 2012년 5월 다음 지도로 흡수됐고, KTH '아임IN(2013년 5월), SK텔레콤 '골드인시티'(2012년 12월)도 서비스를 종료했다. 
현재로서는 대표적 모바일 SNS로 자리매김한 '카카오스토리'가 가입자가 4400만명을 넘어 유일하게 토종 SNS의 체면을 세우고 있다. 2000년 초반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던 웹 중심 SNS인 싸이월드(가입자 2900만명)는 수년 간 이용자가 감소하고 있고, 네이버의 모바일 SNS '미투데이(가입자 1300만명)'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반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미국의 SNS는 국내에서도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 애초 웹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사용자환경(UI)을 선보이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대부분 국내 기업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계정을 만들어 홍보, 마케팅에 열중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 서비스가 종료된 한국의 SNS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카카오만 성공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는 한국형 SNS가 아직 기술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스북의 기술력은 탁월하고, 디자인은 뛰어나다"며 "디자인만 베낀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회의 같은 데 가면 '우리는 왜 못 만드느냐'고 묻는데, 우리는 그렇게 못 만든다"면서 "수억명이 동시에 사용하기 위해 깔려 있는 기술력은 아직 따라가지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토종 SNS가 쇠퇴하는 데는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다. 일단 플랫폼화 되기에는 이용자 규모가 부족한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도 가입자(현재 1억명)가 늘어나면서 기업용 광고 플랫폼인 '플러스친구'가 도입됐고, '게임하기'도 추가됐다. 이용자가 담보돼야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얘기다.  
 
김진영 ROA컨설팅 대표는 "서비스가 종료된 SNS들은 플랫폼으로 진화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스토리도 살아남았지만 온전한 카카오스토리의 힘이 아니라 카카오톡 이용자라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며 "나머지 SNS는 그런 기반도 없이 시작했고, 광범위하게 고객이 확장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명승은 벤체스퀘어 대표는 "SNS는 기본적으로 쏠림이 강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SNS는 내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지, 내가 혼자 개척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러다 보니깐 친구들이 몰려있는 페이스북으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고 등 수익모델 창출 실패”
 
수익 모델을 창출하지 못한 점도 약점으로 지적됐다. 김진영 대표는 "페이스북의 '게임'처럼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은 양면에 고객이 있어야 한다"면서 "한쪽만 있으면 수익 창출이 어렵고, 또 한쪽에만 있더라도 이용자가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면시장이 되기 위해선 외부업체(3rd Party)가 사업에 동참할 만한 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한국형 SNS는 온라인의 주요 수익 모델인 광고를 유치하지도 못했다. 김 대표는 "한국형 SNS는 가입자 끌어 모으는데 급급해서 광고 툴(Tool)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면서 "페이스북, 트위터 정도의 세밀하고 분석적인 맞춤 광고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주들이 네이버 같은 포털에만 광고를 하고, 측정이 어렵고 광고 효과도 검증이 안되는 SNS에는 광고를 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SNS가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지만 한국형 SNS의 새로운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SK커뮤티케이션은 지난 26일 폐쇄형 SNS인 '데이비'를 내놨다. 데이비는 과도한 인맥형성으로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이들을 위해 친구의 범위를 50명으로 한정했다. 또한 위치형 SNS로 아임IN과 경쟁했던 '씨온(SEEON)'도 아임IN 이용자들이 건너오고 '돌직구' 등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틈새시장(지역 중소상인) 공략을 노리고 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사이버사회연구소장은 "온라인 서비스는 선점효과가 굉장히 중요해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후발주자가 성공하려면 기존의 SNS와는 차별화된 내용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SNS의 틀에서 약간 차별성을 두는 것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명승은 대표는 "아임IN은 계속 체크하라고 하고 푸딩.투는 계속 사진을 찍어야 하는 등 일상적이지 않은 목적을 유도했었다"면서 "한국형 SNS들이 '소셜(Social) 피로도'를 지나치게 강조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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