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두고 대선 때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안받고 활용도 안했다면서 3.15 부정선거에 빗댄 야당을 상대로는 국민분열·정치파행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쓰며 과거 입장을 반복해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박 대통령은 26일 오전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선 때 어떤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은 일이 없으며, 선거 때 국정원을 활용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대선을 3.15 부정선거에 빗댄 야당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의 책임요구 서한에 대해 박 대통령은 “오히려 저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비리와 부패의 관행을 보면서 그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지에 묻고 싶을 정도로 비애감이 들때가 많았다”며 “민생과 거리가 먼 정치와 금도를 넘어서는 것은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정치를 파행으로 몰게 될 것이고 그것은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되레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국정원 개혁 요구에 대해 박 대통령은 “야당에서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에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며 “우리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국정원 조직개편을 비롯한 국정원 개혁은 벌써 시작됐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국정원을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여야 단독회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민생관련 회담이면 언제든 여야 지도부와 언제든 만나서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대화 의제 범위의 선을 그었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려 하지 않은채 당장 눈앞에서 나타난 지지율에 취해 밀어붙이려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대응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범계 국정조사 특위 민주당 위원은 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시국의 엄중함을 전혀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민생이라는 것도 제3세계 역사에서 봐왔듯이 민주주의 토대 없는 민생이 얼마나 사상누각인지를 모르는 빈약한 역사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국정원 활동에 도움받거나 활용한 적 없다고 하지만 오늘 원세훈 공판을 박 대통령은 대선개입의 수혜자라는 게 더욱 명백해졌다”며 “예를 들어, 나란히 있는 집에서 옆집에 있는 과수나무 잘 익은 과일이 가지가 무너져서 담을 넘어 내 집 앞에 떨어졌을 때 이를 내가 된다면 그것도 ‘나는 관여하지 않았으니 모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대선과정 불공정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수혜자로서 사과의 말을 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 지도록 하게 하는 것인데, 못알아 듣는다”며 “지난해 12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간의 범죄와 같은 드라마가 있었는데 권영세 대선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상황을 과연 당시 대통령 후보로서 무관했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이 같은 반응을 내놓은 것을 두고 박 의원은 “방송사 여론조사에 지지율이 70%가 나오니 고무돼서 이러는 것 같은데, 지지율은 신기루 같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야당 의원들이 3.15 부정선거에 빗댄 것을 ‘금도를 넘었다, 정치파행’ 등으로 평가한 박 대통령에 대해 박 의원은 “3.15 부정선거와 이번 대선의 방식이 동일함을 말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받는 객체 또는 통치대상으로만 취급하는 데 대해 분노한 국민이 어떻게 대응했는가에 대한 상징적인 비유였다”며 “박 대통령은 핵심을 잘 못 이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 박 의원은 “대화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민생관련 회담을 하겠다는 말은 ‘민생과 민주주의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해놓고 민생은 얘기하겠으나 야당 요구 민주주의에 대한 의제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 세계 제3세계에서 민생 살리겠다면서 억압한 나라에서 민생 살려진 나라가 없다”며 “그래서 우려스럽다. 시민들을 더욱 자극할 만한 말이라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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