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범국민촛불집회가 평일에 열렸는데도 수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메우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14일 오후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불출석했으나 표결을 통해 오는 16일 오전 10시까지 두 증인을 동행명령하는 방안이 가결됐다. 두 증인이 이 때도 출석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이 자체만으로도 새누리당이 조금씩 밀리고 있는 징후라는 평가가 이날 촛불집회 현장에서 나왔다. 이날 집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컸다.

국정조사 특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저녁 열린 촛불집회에서 연단에 올라 “국민 여러분께서 흡족한 만큼 못해서 죄송하다”면서도 “그러나 야당 국조특위 뒤에 수많은 촛불이 뒤에서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 덕분에 원세훈 김용판 동행명령이 처리됐다. 새누리당도 여러분 앞에 굴복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에 대해 역설했다. 대선 당시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을 두고 ‘사실이 아니면 문재인 후보가 책임지라’는 말을 두고 정 의원은 “이 말을 누가 했느냐, 청와대에 염치없이 앉아 있는 저 분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그런 박근혜가 임명한 검찰의 공소장에는 원세훈과 김용판이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해 낙선의 목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여 기소한다고 돼 있다. 이쯤 되면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원세훈 김용판이 누구의 당선을 위해 불법 선거운동을 했느냐, 박근혜 대통령 아니냐, 분명히 본인이 책임져야하는 것 아니냐”며 “또한 지난해 12월 14일 김무성 당시 총괄본부장이 무단유출된 NLL 대화록을 입수해 낭독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몰랐겠느냐. 김무성 권영세 청문회에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촉구했다.

   
14일 밤 열린 7차 범국민 촛불문화제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그는 이어 “이번 선거는 박근혜 본인의 선거였다”며 “국회의원 보좌진, 사무장조차도 300만원이상 벌금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데, 박 대통령은 왜 용기 있게 나올 때도 됐는데 침묵하느냐. 박 대통령은 인간적 도리를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박 대통령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본인이 책임질 것인지 고민해라”고 말했다.

국정조사 특위에 있는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도 “(박근혜 정권에서) 민주주의가 삭제되고, 아이들의 미래가 삭제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는 방법은 국기문란에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납치한 국정원장을 당장 해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씨의 친구라는 민간인 이아무개씨가 9000여 만 원 가량의 국정원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 것과 관련해 이상규 의원은 “이씨라는 사람은 2004년 총선 때 한나라당 현역 의원의 캠프에서 기획업무 맡고 있었으며, 여직원 김아무개씨의 대포폰 명의자가 이아무개씨와 해당 현역 의원의 대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밝혀냈다. 이는 새누리당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 문화제.
이치열 기자 truth710@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도 “새누리당이 조금씩 밀리고 있다”며 “지난 주말 이곳 시청광장 전국 곳곳에서 촛불든 국민의 힘으로 인해 국정조사를 조금씩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10~20만 명이 모여 민주주의를 위한 촛불을 들 이유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특히 “우릭 책임질 사람 책임지게 하고 박 대통령 사과 받아내 재발방지대책을 세우자고 요구하는 것인데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이를 대선불복이라 한다”며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불법사건 책임지라는 것이 대선불복인가, 촛불이 대선불복세력인가, 4.19 혁명세력도 대선불복세력이라고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이야말로 민주주의 불복세력”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결단하고 책임지지 않으면 국민들이 결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저녁 8시30분 현재 주최측인 사회자 윤희숙씨는 서울광장 참가인원이 4만 명이 넘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 남대문경찰서 경비과 관계자는 “8시40분 현재 7500명이라는 무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집회는 밤 9시50분경 마감됐으며, 10시부터는 2013년 8.15전국노동자대회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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