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수신료 인상 논의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KBS이사회가 8개 국장을 직선으로 뽑는 KBS정관 개정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면서 수신료 인상 논의에 불을 지피는 듯 했으나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이사회에서 ‘8개 국장 직선제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에 항의 서한을 보내야 한다는 야당 추천 이사들의 요구에 여당 추천 이사들이 반대하면서 난항이 거듭됐기 때문이다. 
 
야당 이사들은 “(KBS) 수신료에 대한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잇따른 발언이 부적절하고 사실상 수신료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면서 이사회 권능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이에 항의하는 공개서한을 채택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 KBS 로고.
 
이경재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광고 경쟁으로 KBS 프로그램이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광고 축소를 위한 KBS 프로그램의 저질화 운운 발언은 사실과 맞지 않을 뿐더러 수신료에 대한 이 위원장의 발언들이 ‘이경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KBS 경영진이 마련한 수신료 인상안이 ‘이경재 가이드라인’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야당 이사들은 또 “KBS 경영진은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프로그램 저질화 발언에 대한 적절한 조처를 취하고 그 내용을 서면으로 제출하고, 이사회 차원에서는 항의 공개서한을 채택해 방통위에 발송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은 “이경재 방통위원장 발언의 전체적 맥락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여당 이사들은 “방송정책의 주무기관인 방통위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얘기”라면서 “사전에 공식 안건으로 제기하지 않고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안건으로 제기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면서 야당 이사들을 비판했다. 
 
KBS이사들은 오는 14일 이사회에서 △8개 국장 직선제 등이 포함된 KBS정관 개정안과 △이경재 방통위원장에 대한 항의 공개서한 채택을 공식 안건으로 상정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두 사안 모두 여야 추천 이사들 사이에 입장차가 확연히 갈리는 것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야당 추천 이규환 이사는 “우리가 ‘8개 국장 직선제’와 ‘이경재 방통위원장에 대한 항의서한’을 요구한 것은 KBS수신료 인상을 야권 이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통과시킬 것인지 아니면 여당 단독으로 처리할 건지 선택하라는 ‘최후통첩’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규환 이사는 “최소한 이 정도 사전 조치를 이사회 차원에서 해야 국민들에게 수신료 인상을 설득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이런 최소한의 조치도 없이 수신료 인상에 동의해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물론 야당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 논의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법적인 효력에 아무런 문제는 없다”면서 “하지만 여당 이사들이 단독으로 처리한 안이 방통위와 국회에서 제대로 된 심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여당 추천 한진만 이사는 “개인적으로 이경재 위원장이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전체적인 발언의 맥락이나 의미는 살펴볼 필요가 있고 항의서한을 보내는 것 역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만 이사는 “야당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국장 직선제’를 요구했는데 ‘국장 직선제’는 방송사 입장에선 엄청난 개혁”이라면서 “제대로 시행을 하려면 장단점 등을 파악을 해야 하고 충분한 논의도 해야 하는데 이걸 수신료 인상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것은 온당치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한 이사는 “공청회도 여야 추천 이사들이 각각 추진하게 됐는데 최대한 많은 의견을 수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 추천 이사들은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공청회를 각각 추진할 예정이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오는 20일과 22일 서울과 대전에서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고, 야당이사들은 오는 13일 오후 2시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룸에서 ‘수신료 인상 시민 토론회’를 개최한다. 특히 야당이사들은 서울 토론회를 시작으로 8월 한 달 동안 전국 주요 지역에서 시민 토론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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