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교수가 여당을 옹호하고 야당을 비난하는 등 정치적 색깔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인터넷방송을 제작하며 자신이 강의하는 대학의 학생들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YTN PD출신의 배재대학교(대전 소재) 미디어정보사회학과 박 아무개 겸임교수는 지난해 6월 자신과 친분이 있는 보수성향매체의 백모 대표에게 1기 인턴기자단으로 배재대학교 미디어정보사회학과 학생 10명을 추천했고, 해당 보수성향의 매체는 이들을 인턴기자로 선발했다.

미디어정보사회학과 학생 10명은 인턴기자로 활동하면서 20대만의 시각을 담아 '대한민국청년 소통의 장'(약칭 대청소)이라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자는 박 교수의 제안을 받고 지난 8월부터 방송제작에 나섰다.

'대청소'는 당시 철저히 청년들의 입장과 시각에서 한국 사회를 바라보면서 기존의 낡은 관점을 탈피해 신선한 관점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박교수와 학생들은 지난해 8월 방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대청소는 애초 방송 목표와 달리 박 교수가 적극 개입하면서 점점 정치적 목적을 띄게됐다.

   
20대 방송 대청소 페이스북 계정 게시물
 

이 방송에 참가했던 A씨는 "초반 방송은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대해 학생들의 시각으로 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는데 현재는 방송 내용이 정치적으로 너무 편향돼 있다"며 "방송 초반 여당의원이 주구장창 나오는 방송을 만들면서 뜻이 맞지 않아 그만뒀다"고 밝혔다.

A씨는  "방송 제작 활동을 하면서 몇몇 학생들은 동원됐다는 생각을 했고 저희들을 (교수님이) 정치적인 도구로 쓰시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며 "한쪽으로 치우쳐 편향적인 주제를 잡고 취재를 하다보니까 학생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A씨와 함께 방송 제작에 참여했던 B씨도 "처음에는 박 교수님이 '그냥 너희가 생각하는 대로 대학생들만의 방송을 만들어 보자'고 했는데 점점 교수님의 개입이 커지면서 당초 방송의 취지하고는 달라졌다"며 "중도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수편에 서서 얘기를 많이 하고, 학생들이 의견을 내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초반 방송 제작에 참여했던 배재대학교 미디어정보사회학과 학생 10명 중 현재 남아있는 인력은 3명뿐이고 미디어정보사회학과 복학생과 다른 학과의 학생들로 인력을 충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청소'라는 이름으로 제작된 방송을 보면 특정 야당 의원들을 직접 지목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여당 의원에 대해서는 적극 홍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대청소' 페이스북 계정을 살펴보면 '귀태' 발언 논란을 일으켰던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사진을 오원춘 살인사건 범인과 최근 충격적인 살인 행각을 벌인 용인 살인사건 피의자 심모군의 사진을 나란히 걸어놓고 "악마를 보았다"는 문구를 써 놓았다. 또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비판하는 현상윤 KBS PD의 영상을 걸어놓고 "입에 거품 문 KBS 현직 PD의 몸부림"이라고 비난하는 내용도 보인다.

이들이 만든 '막말한 개론'이라는 영상에서는 최근 사회에서 논란이 됐던 고등학생 요양원 막말, 부산마을버스 막말, 지하철 막말 등 장면을 내보낸 후 "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일반인들은 상상하기조차도 힘들다"면서 "민주당 막말은 어떠냐"며 추미애, 신경민, 정청래, 이해찬 등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 최고의 막말 영예의 대상은 정청래 의원"이라며 "지금 이 시간에도 따끈따끈한 막말 개발에 힘쓰고 있지 않을까요"라고 비난했다.

   
대청소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내용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영상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 15 공동선언에 서명을 하고 있는 모습에 대해 "지금 두 사람이 서명하고 있는 남북합의서에는 둘만 아는 은밀한 무엇인가를 합의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라며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책으로만 배운 세대에세 들려주는 박정희 대통령' 영상을 시리즈로 제작했다. 지난 4월에는 "박 대통령님 힘내세요. 큰 구상 강하고 굳세게 밀고 나가시라고 영상 다시 올립니다"라며 '세계의 여성지도자 그리고 박근혜'라는 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올렸다.

여당 의원들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영상도 있다. 이들은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을 24시간 밀착 취재했다며 "유난히 눈이 맑은 소년. 2012년 대한민국 안보를 지키는 국회 정보위원장이 됩니다"라는 내용의 '그래서 서상기다'라는 영상을 제작했다. 이밖에 비슷한 컨셉으로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새누리당 소속 김성찬 의원을 취재한 영상도 제작했다.

당초 20대 청년들이 제작한 방송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상황에 이르렀다. '대청소'는 현재 방송 목표를 "청년의 패기와 소신 있는 목소리로 선동세력들에 과감히 맞서겠다. 포기할 것이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로 바꾸었으며 정치적 색깔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대청소 영상 갈무리
 

배재대학교의 한 교수는 대청소가 제작한 영상과 웹페이지를 보고 "일간베스트 사이트의 게시글과 다를 게 없다"며 "해당 학과 교수들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제작을 주도하고 있는 박 아무개 교수는 배재대학교 학생 동원과 배후 의혹에 대해 "현재 방송 인력은 군대를 다녀온 남성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데 거짓으로 미화하는 게 아니고 국가 전복을 꿈꾸는 게 아니라면 방송을 하자고 했고 동의했다.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후배들을 스텝으로 선출을 하고 있다"며 "우파단체라던가 친구 사무실 등 빈 공간을 빌리고 제작 비용은 개인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좌우로 나뉘진 게 사실"이라며 "한대련이라는 젊은 학생 단체도 있기 때문에 초반에 양쪽을 모두 순수하게 반영하고 기획을 했지만 북한 문제로 파생된 문제를 지적하다 보니 과거 정권의 잘못된 문제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한 "촛불 집회도 처음 취지와는 달리 다수가 구호를 외치면 해결되는 것으로 잘못되고 아름답지 못한 이면이 있다"며 "명예훼손 요소들은 감수를 통해 빼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시선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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