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청소년시국회의’가 26일 동아일보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청소년들은 함께 모인 200여 명의 시민들 앞에서 노래와 춤 공연을 펼치고 국정원을 규탄하는 발언을 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청소년들이 지난 17일 전국에서 동시에 시국선언을 한 이후 처음 여는 행사다.

   
▲ 청소년시국회의가 주최한 26일 촛불집회에는 2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사진=이아인 기자
 
청소년시국회의 홍보를 맡고 있는 차상우(18) 군은 “법과 정치교과서를 펴면 민주주의의 원리 세 가지가 나와 있다. 국민주권의 원리, 입헌주의의 원리, 권력분립의 원리다. 국정원이 민주주의 원리를 모두 어겼는데 우리나라가 민주국가라고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차 군은 조용필의 ‘Bounce’를 “국조 결과 나면 은팔찌 차게 될까 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대 들킬까 봐 겁나”, “선거에 개입하던 국정원도 허위수사 발표한 경찰청도 내란죄 공범인걸 you make me bounce”라고 개사해 부르기도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규탄하는 청소년도 있었다. 이들 두 사람에게 “당신들은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하던 임하빈(15) 군은 “국정원이 박 대통령 당선시키려고 한심한 놀이를 하는 기구인가. 경찰은 뒤치다꺼리하는 시다바리인가”라며 “처음 그 자리에 올라갔을 때 국가와 국민을 위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죄를 치르고 책임을 다하라”고 밝혔다.

   
▲ 청소년들이 개그콘서트 <황해>를 패러디하며 국정원사태를 왜곡‧축소하고 있는 언론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이아인 기자
 
학생들은 개그콘서트 <황해>를 패러디하며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황해>는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조선족이 되레 당황하는 상황을 그린 코너다. 조선족 역할을 한 학생이 “안녕하세요. 왜곡 신문입니다. 저희가 보도한 원빈, 이나영 열애 기사 보셨나요? 연예병사 기사 보셨나요?”라고 묻자 전화를 받는 역할을 한 학생이 “대선개입 덮으려고 내신 기사요? 그런 기사는 보도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는) 몇 만 명 모였는데 왜 보도안하신거에요?”라고 말했다.

장경원(16)양은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해 침묵‧축소보도를 하고 있는 방송사에 대해 “시민들이 시청광장에 촛불을 들고 모여도 방송3사에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고 라디오 뉴스에서도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며 “교과서나 역사책에서나 보던 언론장악”이라고 말했다. 장 양은 “박근혜정부가 언론을 장악해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며 “극성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지만 우리는 주권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학생들이 국정원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이아인 기자
 
청소년들의 외침에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민주정부시절에 국정원이 다시는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못하게 개혁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최 의원은 “여러분이 이렇게 나와 있어도 맘속으로 얼마나 불안할까, 부모님께 혼나고 경찰에게 잡혀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을 안다)”며 “열악한 교육현실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서예린 싱어송라이터도 청소년들을 응원하는 공연을 하며 “청소년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어른으로서 대견하고 부끄럽다”며 “애들 보고 공부하라고 하면서 정작 정치인들은 본분을 다하고 있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 청소년시국회의 학생들이 재치 있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사진=이아인 기자
 
이날 문화제 전에는 ‘국정원 게이트 버스킹’ 공연이 15번째로 열렸다. 버스킹을 주최한 이광석 싱어송라이터는 “오는 8월 15일까지 주중에는 매일 공연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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