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내내 떠들썩했던 ‘의료민영화’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는 왠지 조용하다. 사고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쳤다. 홍 지사는 ‘지역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달리 “지자체의 재정을 위해” 진주의료원을 폐업 조치했다.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은 이를 “공공의료를 포기한 조치”이며 “의료민영화의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병원자본에 숙박업을 겸할 수 있는 ‘메디텔’ 허용과 함께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다시 논란이다. 수도권 지역 대형병원들은 사실상 반기고 있다. 수도권 3차 병원을 선호하는 지역 시민들을 유인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웃고 있는 업자가 더 있다. 바로 ‘보험회사’들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김동근 연구원(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활동가)은 “삼성 직원들의 복지혜택을 보면 의료민영화 플랜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05년 삼성생명이 작성한 전략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민간의료보험 확장 전략으로 ‘종업원 복리후생제도의 일환’으로 확산할 것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삼성생명이 이 단계가 이미 부분적으로 진행됐고, “병원과 연계된 부분경쟁형” 보험 출시와 함께 “정보 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을 만들겠다고 계획한 점이다. 이 같은 복안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서비스업 △보험회사의 환자유치업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병원의 스마트서비스 등 세 가지다.

   
▲ 2005년 삼성생명 전략보고서 중 갈무리
 
먼저 보험회사가 오매불망 기다리는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 이 법은 원격진료의 쌍둥이 법안으로 불린다. 2010년 제정이 시도됐지만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법의 골자는 예방, 치료, 재활 등 의료의 세 가지 분야 중 예방과 재활 영역을 보험사가 맡을 수 있게 하자는 것. 한국의 의료보험 수가체계는 ‘치료’ 중심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빈틈이 많다.

건강관리서비스는 보험회사가 간병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김 연구원은 “서비스요원 제도가 있는데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라 소정의 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이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보험회사는 관련 보험상품을 만들고 영업을 하면 된다. 지식경제부는 유헬스 신산업으로 ‘u-Wellness’를 설정한 바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원격진료다. 김동근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에게 팔찌를 채우고 하루하루 혈압 등을 확인한다고 치자”고 말했다. 고객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삼성생명은 ‘계약을 맺은’ 삼성의료원에 고객을 소개한다. 의료원은 원격진료를 통해 지역에 있는 환자를 진료한다. 재활은 삼성의 또 다른 계열사가 맡는다.

여기에 환자유치업을 보험회사에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금상첨화가 된다. 지난 2009년 국회는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보험회사에게 환자유치업을 허용했다. 다만 외국인 환자로 제한했다. 김동근 연구원은 그러나 “의료관관 차원에서 추진됐고, 국내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문제는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간 계약관계가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계약은 (보험회사가 병원에게) 우리가 환자를 보낼 테니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진료하라는 것이다. 과잉진료든 과소진료든 보험사 입맛에 맞게 진료하게 된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당연히 ‘국내 환자도 유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게 될 것이다.”

   
▲ 삼성생명 기업이미지 광고. 삼성생명 누리집에서 갈무리.
 
메디텔 건설은 전국 42개 지정 3차 병원의 외국인환자 병상 규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 현행 상급종합병원은 외국인 환자 병상을 5%로 제한하는데 메디텔을 허용하면 병원은 이 환자들을 진료한 뒤 호텔에 보내고 왕진의 형태로 이들을 치료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근 연구원은 “서울대병원은 창경궁 옆에 있는 비원호텔을 인수했다”며 “이 목적으로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병원자본이 통신사와 손을 잡고 스마트해지는 변화도 민영화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김동근 연구원 주장이다. 예를 들어 서울대병원은 원격의료 논란을 피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간호사들더러 출근 전에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김동근 연구원은 “의미심장한 사실은 SK에서 모든 돈을 출자하고, 서울대병원은 인프라를 개방했다는 것”이라며 “원격의료법이 통과되면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미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종합해보면 보험자본, 병원자본, 통신기업이 연동해 좁게는 원격의료부터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이를 “민영화 변화구”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의료민영화는 정부여당의 성격과 무관하다는 것이 김동근 연구원 설명이다. 그는 “의료민영화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자료는 2012년 9월 5일에 나왔는데, 당시 대선을 앞두고 누가 대권을 잡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기획재정부 관료들의 이해관계는 정권과 상관없이 추진되고 있고, 이를 추동하는 게 삼성생명 등 보험자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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