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이 대통령기록관에 없다는 여야 열람위원들의 결론에 대해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해당 회의록을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했다는 전 청와대 직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때까지 대통령보고서 분류 등의 업무를 했던 이창우 전 청와대 제1 부속실 수석행정관은 2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 2007년 12월 대선 직전 안보정책비서관이 생산한 정상회담 대화록 최종본을 ‘이지원’ 시스템 내의 대통령폴더(문서함)에 등록시킨 이후 노 전 대통령은 그해 12월 말 대통령폴더에서 부속실폴더로 문서를 옮겼다”며 “이는 노 전 대통령이 문서를 열람한 뒤 승인을 했다는 뜻이어서 곧바로 문서분류를 ‘지정기록물’로 분류해 문서 생산부서인 안보정책비서관에게 돌려보내 문서처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해당 문서에 대해 이 전 행정관은 “이 문서는 대통령 정상회담에서 이런 말씀을 나눴다는 성격의 내용이어서 그 형태가 ‘참고바랍니다’로 메모가 돼 올라갔던 것 같다”며 “노 전 대통령이 보고나서 문서가 부속실로 내려와 내가 ‘지정기록물’란에 마크(표기)해서 문서생산부서인 안보정책비서관에게 보냈는데, 기록물 분류의 최종 판단은 거기서 하게 된다. 오래됐지만 내가 뚜렷이 기억하는데, 기록물 분류한 것을 변경하자는 논의나 상의를 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지원에서 삭제했다는 동아일보 등의 보도에 대해 이 전 행정관은 “대통령이 열람한 문서를 우리 중 누구도 삭제할 권한이 없으며, 대통령도 삭제권한이 없다”며 “또한 대통령이 지시하면 부속실에서 99% 인지하고 전달하는데, 그렇게 중요한 지시를 수석행정관인 나도 모른채 지시했을 리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임상경(왼쪽) 전 초대 대통령기록관장, 김경수(가운데) 전 연설기록비서관, 이창우 전 제1부속실 수석행정관이 기자회견하던 모습.
ⓒ연합뉴스
 
이지원 시스템에 2008년 1월부터 53개 항목의 삭제프로그램이 설치돼 이에 따라 대화록이 삭제됐을 것이라는 동아일보의 추정에 대해 이 전 행정관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모든 청와대 직원은 이지원 자료 삭제권한이 없었다”며 “삭제기능을 도입하려면 대통령에 보고돼야 하는데, 대통령의 모든 업무 공간에 부속실이 배석을 하는데, 한 번도 그런 계획이 보고된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행정관은 “문서에 기록물 분류를 하는 순간 자동적으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는 목록에 기록되는 시스템이라 정상회담 대화록은 이지원을 통해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겨가지 않았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전 행정관과 김경수 전 연설기록비서관, 임상경 초대 대통령기록관장은 지난 18일 “대통령 보고와 재가를 거친 이지원 문서는 1부속실에서 기록물을 담당했던 이창우 행정관에 의해 지정기록물로 처리되었고, 기록관리비서관실을 거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다”며 “대통령기록관의 기록물 관리를 제대로 못해놓고 이제와 회의록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는 국가기록원에 대해 우리는 회의록 관리 과정에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었다는 심각한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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