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물질과 함께 빛조차도 빨려들어가 빠져나올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블랙홀’에서도 간헐적으로 물질을 방출하는 ‘제트’가 발생한다는 이론과 관련해 한국의 천문연구원이 실제 이 같은 제트 현상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혀 주목된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필호)은 김정숙, 김순욱 연구팀이 블랙홀 이중성(쌍성)인 ‘백조자리 X-3’을 관측해 블랙홀 제트에 관한 이론을 증명하는 관측에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같은 관측은 세계 최초이며 이에 따른 연구결과와 논문이 20일자 ‘천체물리학저널’(Astrophysical Journal)에 게재됐다고 천문연구원은 전했다.

블랙홀 제트 현상이란 일반적으로 블랙홀에 모든 물질과 빛마저 빨려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간헐적으로 물질이 방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순간 블랙홀 주변의 밝기가 평소보다 수백에서 수천만 배 정도까지 급격히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진다는 이론이다. 그 동안 학계에선 이런 블랙홀 제트 현상이 언제 발생하는지 추측만 해왔을 뿐 너무나 짧은 순간에 이뤄짐에 따라 관측을 하지 못했었다고 천문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번 관측은 한국천문연구원의 ‘KVN(Korea VLBI Network:한국우주전파관측망)’과 일본국립천문대의 ‘VERA(VLBI Exploration of Radio Astrometry:일본우주전파관측망)’을 통해 이뤄졌으며, 여기서 관측된 X-선의 에너지 변화를 분석해 분출 순간(제트 현상)의 관측에 성공했다고 천문연구원은 전했다. KVN은 한국천문연구원이 서울, 울산, 제주에 설치한 직경 21m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로 세 망원경을 연결해 직경 500km (관측)효과를 내는 관측망이며, VERA의 경우 KVN과 연계하면 직경 2000km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블랙홀은 주변의 동반성(노란색 별)의 물질을 끌어당기고 이중 일부는 주변에 원반을 현성하는데 이 물질이 어느 한계에 도달하면 수직 방향의 제트 분출이 일어난다.(모식도)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연구원은 “블랙홀 제트의 분출은 간헐적이고 또한 그 변화 순간이 몇 시간 또는 며칠 동안으로 짧기 때문에 실제 관측이 어려웠지만,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은 블랙홀 제트의 분출 시점을 이론적으로 예측해 1~2년의 분출 주기 가운데 3시간에 불과한 ‘백조자리 X-3’의 제트 분출이 시작되는 순간을 관측하는데 성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블랙홀의 존재를 파악하는 것은 블랙홀 자체를 관측하는 것이 아니라 블랙홀로 물질이 빨려 들어가는 물질이 주변에 생기는 전파 및 X-선, 감마선 등을 관측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천문연구원의 설명이다. 블랙홀은 서로 마주보며 돌고 있는 ‘동반성’에서 물질을 빨아들이는데 이 때 모든 물질이 블랙홀로 흡수되지는 않고 대부분은 블랙홀 주변을 회전하며 원반의 형태를 만든다. 이 원반에 축적된 물질이 일정한 밀도와 온도에 이르게 되면 블랙홀의 자기장 방향에 따라 원반의 수직으로 물질을 분출하는데, 이런 현상이 블랙홀의 제트이다.

앞서 이 논문의 제1저자인 김정숙 연구원은 김순욱 연구원과 함께 지난 4월 천체물리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별 탄생의 최신이론’을 최초로 증명했으나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별의 탄생과 종말이라는 전혀 다른 두 분야의 논문을 모두 발표하게 됐다고 천문연구원은 평가했다.

김정숙 박사는 “블랙홀에서 이번에 관측한 것과 같은 제트분출이 일어나는 것은 보통 1-2년 사이에 며칠 정도여서 4년간 수차례 실패했었다”면서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여 마침내 관측에 성공하고 논문이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김순욱 박사는 “현재 상대론적인 제트 발생 과정에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은 수많은 의문들이 남아있어서 차례차례 그 수수께끼들을 풀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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