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사찰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정원 해체’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포럼 진실과정의와 공안감시네트워트(공감넷)는 19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국정원 문제의 진단과 개혁방안에 관한 토론회’를 열어 국정원의 구조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국정원에 의한 민주주의 납치’가 정권 구별 없이 존재해왔기 때문에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정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NSA의 무차별적 개인정보수집은 지난 6월 전직 CIA요원 에드워드 스노든(29)에 의해 폭로됐다. 당시 스노든은 “인간의 소통을 무차별 수집하는 사회에 살고 싶지않다”고 말했다.

   
▲ 포럼 진실과정의와 공안감시네트워트(공감넷)가 19일 오후 3시 서울 을지로1가 국가인권위원회 8층 배움터에서 ‘국정원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하늬 기자 hanee@
 
서화숙 한국일보 기자는 “근본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조직 자체를 건드려야 한다”며 “돈과 사람을 줄이지 않는 한 같은 범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기자는 “참여정부·국민의 정부에서 업무조정 등을 했지만 결국 국정원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안기부였던 명칭을 국정원으로 개칭하고 원훈도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꾸어 국민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의 국정원 역시 도청 등 인권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7년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사적 대화를 녹음한 ‘X파일’이다.

서 기자는 “국정원의 존재 목적이 정보 수집이라고 하는데 해외 정보는 외교부 등에서 맡으면 되고 북한 관련 정보는 이미 경찰에 담당이 있다”면서 “댓글이나 다는 국정원이라면 없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꼭 해체하라는 것이 아니라 해체도 감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도 국정원의 존재 이유를 물었다. 장 활동가는 “정보기관이 있어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은 당연하다”면서 “당연하지 않은 것은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접근할 수 없는 비밀정보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국가정보원 CI. 국정원 누리집에서 내려받음.
 
장 활동가는 “1년에 두 번 감청통계가 있는데. 그 통계의 98%가 국정원”이라며 “도저히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체 감청건수 가운데 국정원의 감청 비율은 매년 증가하여 2008년에는 98.5%를 차지한다. 2008년 전체 감청건수도 9000건이 넘는다.

장 활동가는 “한국에서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정원 문제를 풀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모든 국민 심지어 모든 세계 시민을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정보기관이 있다고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노든의 폭로전까지 국가기관의 무차별적인 감시는 음모론으로 여겨졌지만 실제로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이 정보를 수집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광철 변호사는 해결방안으로 국정원의 수사권의 분리 · 국내보안정보 수집 권한의 폐지 · 국정원에 대한 의회의 통제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이러한 방안은 민주공화국의 정보기관으로서의 최소한도”라면서 “이번 국정원 사태가 흐지부지 된다면 대한민국의 헌법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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