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착륙 사고를 보도하면서 ‘사망자가 한국인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앵커의 발언을 방송했던 채널A가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의견진술에 참석한 채널A 관계자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열린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채널A 서영아 보도본부 부본부장은 “무조건 저희가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굉장히 단순한데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 7일 채널A는 <뉴스특보>를 통해 사건을 보도하던 중 “정부관계자가, 사망자 두 명은 중국인으로 추정된다는 소식 들어와 있습니다.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 두 명이 사망자로 신원이 파악이 됐다는 소식 들어와 있습니다”라며 “뭐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는 진행자의 발언을 방송했다.
 
이후 비판 여론이 일자 채널A는 7일 “생방송 중 매끄럽지 않게 진행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 내용이 중국 매체에도 보도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채널A는 방송 다음날인 8일, 유재홍 사장 명의로 주중한국대사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피해자 친지와 중국인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앵커의 실수로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재차 사과했다.

   
▲ 7일 방송된 채널A 뉴스특보 캡처
 
 
서영아 부본부장은 “가급적이면 빠른 조치를 하려고 했고 사과를 드렸다”며 “파장이 굉장히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성하고 자숙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부본부장은 또 “아마도 앵커의 머릿속에는 사망자나 중상자가 전부  한국인이라고 했을 경우 가족이나 정부 쪽에서 여러 가지 걱정을 할 것을 (생각하고) 거기에 너무 매몰되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 부본부장은 또 “앵커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을 잘 못하는 그런 상황이긴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빚어진 실수였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반면 데스크 및 당사자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거기까지는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며 “심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심의위원들은 비교적 신속한 사과가 이뤄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채널A에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택곤 위원은 “사과방송을 했고, 중국 쪽에도 유감표명을 해서 다행이긴 하다”면서도 “뉴스앵커로서는 해선 안 될 말을 했다”며 ‘관계자징계 및 경고’ 의견을 냈다. 권혁부·엄광석·박성희 위원도 관계자징계가 불가피하다며 중징계 의견을 냈다. 
 
심의위원들의 의견이 모두 법정제재로 모아진 가운데, 제재 수위는 오는 25일 열릴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방송심의 규정에 따르면, “방송은 국민의 올바른 가치관과 규범의 정립, 사회윤리 및 공중도덕의 신장에 이바지”(제25조)해야 한다. “방송은 인류보편적 가치와 인류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여 특정 인종, 민족, 국가 등에 관한 편견을 조장하여서는 아니 되며 특히 타민족이나 타문화 등을 모독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을 다루어서는 아니 된다”(제31조)는 내용도 명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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