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이 공정방송위원회를 단독으로 개최하겠다고 밝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KBS본부)가 반발하고 있다.

KBS본부 관계자는 “16일 KBS노조가 전화를 걸어 앞으로 공방위를 KBS노조 단독으로 사측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안건과 공방위원 명단을 사측에 전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KBS노조가 교섭대표노조이기 때문에 단독개최 의사를 고집할 경우 소수노조 입장에서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공방위 단독 개최의사를 회사 측에도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양대 노조는 ‘공정방송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따라 공동으로 공방위를 개최해 왔다. 양 노조 간에 맺은 ‘공정방송위원회 구성, 운영 합의서’에 따르면 “KBS노동조합은 KBS본부의 임시공방위 소집 요구가 있을 경우 즉시 사측에 공방위 소집을 요구한다”는 부분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KBS노조가 단독으로 공방위를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앞으로 KBS본부의 공방위 참석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KBS노조 “공방위 파행은 KBS노조를 공격한 KBS본부에 있다”

KBS노조는 공방위 파행의 원인을 KBS본부에 돌리고 있다. KBS노조는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KBS본부는) 지난 6월부터 한 달 넘도록 노보 등을 통해 KBS노조를 검은 거래, 탈법, 불법 등 온갖 자극적 표현을 동원해가며 교섭대표노조에 대한 공격을 해왔다”면서 “양 노조 간의 소모적인 투쟁으로 공방위와 같은 사측과의 회의체는 여러 차례 연기되거나 취소되기 일쑤였다. 이것이 그대들이 바라는 노사관계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KBS노조는 “(KBS본부는) 이런 상황에서 공방위를 함께 열자고 요구해왔다”고 밝힌 뒤 “한 쪽에선 끊임없이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공격하고 깎아내리고 사실상 노동 동지로써 인정하지 않으면서 또 다른 한 쪽으론 하나의 테이블에 앉아 회사를 상대로 투쟁을 함께 하잔다. KBS 노동조합은 그렇게 하지는 못하겠다”고 밝혔다.

KBS노조는 “(KBS본부의) 이러한 행태는 비단 이번 뿐 만이 아니었다”면서 “14대 집행부 시작 초기부터 단협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등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은 소송을 통해 KBS 노동조합을 사실상 교섭대표노조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본부노조와 맺은 공동 공방위를 더 이상 진행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언급한 KBS노조는 “공정방송에 대한 열정이 그만큼 강하다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최소한 상대에 대한 매너를 지킬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KBS본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BS본부는 같은 날 발표한 성명에서 “웨딩 사업을 둘러싸고 노동조합 집행부로서는 해서는 안 될 부정과 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이 신의성실을 위반한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사내 웨딩사업을 둘러싼 비리와 부패 의혹 등에 대해 어느 정도 물타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자 이제 우리를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KBS노조, 웨딩수익사업 의혹 '게이트'로 번지나

KBS본부 “KBS노조는 교섭대표노조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했나” 비판

KBS본부는 “(KBS노조는) 교선대표노조를 주장하면서도 국정원 선거 개입과 NLL대화록 관련한 KBS뉴스의 편파보도가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여정에서 최대 걸림돌이 되는 지경에 이르도록 공정보도에 대해서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했다”면서 “교섭대표노조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KBS본부를 공방위에서 배제시키고 공방위를 압박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 내부에선 KBS노조가 단독으로 공방위를 개최할 경우 ‘KBS뉴스의 편파성’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KBS 한 기자는 “그동안 KBS편파보도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KBS본부가 적극적으로 내부비판을 해왔다. 하지만 KBS 편파보도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KBS본부에 비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KBS노조가 앞으로 단독으로 공방위를 개최할 경우 KBS의 ‘편파보도’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KBS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서 좀 더 큰 틀에서 바라봐 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외부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공방위는 단순히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영방송이 시청자를 위해 서비스 할 수 있는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방위를 이런 식으로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건 시청자 기만행위”라고 비판했다.

추 사무총장은 “KBS본부가 KBS노조에 제기한 의혹과 공방위 개최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KBS보도 편파성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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