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카드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액티브엑스(ActiveX) 없는 결제 시스템을 지원해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알라딘이 최근 논(non)-액티브엑스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카드회사들이 가맹 계약을 해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알라딘은 지난 2011년에도 카드회사들이 집단 반발해 멀티 브라우저를 지원하는 결제 시스템을 포기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감히 액티브엑스 없이 결제를? 알라딘이 왕따 당했던 사연)

8일 삼성카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알라딘의 금액인증 방식은 임의의 금액을 임시 결제하고 두 차례 문자 메시지로 확인하는 방식인데 삼성카드 고객 가운데 문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은 이런 결제 방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래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알라딘의 인증 방식은 아직 안정화가 안 된 단계라서 고객들이 불편하기도 하고 혼동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알라딘에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페이게이트 이동산 이사는 “문자 메시지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 때문이란 건 말도 안 되는 핑계”라며 “문자 메시지가 아니라도 인증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카드회사들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속할 수 없는 이용자들에게 가맹점 차원에서 다른 결제 방식을 제공하자는 차원이고 설령 결제 사고가 나더라도 가맹점이 책임질 일인데 카드회사들이 이를 금지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알라딘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지난 3일 미디어오늘 보도 직후 알라딘과 논-액티브엑스 방식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알라딘 김성동 팀장은 “액티브엑스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알라딘 전체 매출 가운데 논-액티브엑스 방식 거래는 2% 수준으로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김 팀장은 “그런데도 카드회사들이 왜 액티브엑스 이외의 결제 방식을 허용하지 않으려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알라딘은 지난 주말까지 “삼성카드로는 논-액티브엑스 방식 거래가 안 된다”는 공지를 띄웠다가 8일 오전부터 다시 허용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결과 삼성카드에서 허용한 것은 아니고 일단 알라딘과 페이게이트에서 삼성카드의 동의 없이 열어둔 상태다. 페이게이트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카드가 알라딘에 쇼핑몰 등록을 해지하거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거나 최악의 경우 페이게이트와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이사는 “액티브엑스로 결제한다고 해서 카드회사들이 딱히 직접적인 이익을 얻는 것도 없을 텐데 굳이 이유를 찾자면 인증방식의 통제권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인증까지 받았는 데도 카드회사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 이사는 “삼성카드는 일단 다시 열어놓긴 했는데 완전히 협의된 상태가 아니고 현대카드가 추가로 거래를 중단했다”면서 “추가 이탈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와 BC카드 등은 ISP 결제,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등은 안심클릭 결제 방식을 쓰는데 둘 다 액티브엑스 기반이라 윈도우즈 이외의 운영체제에서는 접근조차 안 된다.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는 “카드회사가 특정 결제시스템을 강요하고 가맹점을 차별하는 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면서 “논-액티브엑스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쇼핑몰들을 모아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카드회사와 가맹점 사이에는 두 가지 유형의 계약관계가 가능한데 카드회사가 제공하는 인증 시스템을 이용할 수도 있고 가맹점 책임으로 결제를 할 수도 있다”면서 “알라딘은 2009년부터 삼성카드와 비인증 결제 방식으로 거래를 해왔는데 그동안 아무런 인증 절차 없이 카드번호만으로 결제를 할 때는 문제 삼지 않다가 정작 인증 절차를 추가하니까 반대하고 나서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8일 ICT(정보통신기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인인증 이외의 대체적 인증수단을 활성화 하기 위해 전자인증 선택권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부는 “액티브엑스 사용을 줄이고 멀티 브라우징이 가능한 웹 이용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인인증서 폐지를 위한 전자서명법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미래부는 원칙적으로 전자금융거래법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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