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에게 자사 뉴스에 대해 물어보면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요즘 뉴스를 잘 안 봐서 … 또 뭐라고 보도했나요?”

보도내용과 논조를 설명해주면 어떤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 에휴. 그냥 조지세요(비판하라는 언론계 ‘은어’) KBS는 ‘조져야’ 정신 차려요.” 다른 기자는 “KBS뉴스 봐서 뭐합니까. 스트레스 지수만 올라가는데 … 안 봅니다”라고까지 말한다.

보도비평을 ‘업’으로 하는 기자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이다. 물론 일부 기자는 타 방송사와 비교도 하면서 KBS뉴스의 문제점을 적극 비판한다. 하지만 이런 기자는 드물다. 미디어오늘이 취재를 하면 기자들 상당수가 “어제 KBS뉴스가 또 사고 쳤나요? 요즘 KBS뉴스 거의 안 봅니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특히 KBS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젊은 기자’의 경우 이런 경향이 심하다. KBS 한 기자는 “기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게 냉소와 지나친 열정”이라면서 “MB정부 5년과 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KBS상황을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냉소적으로 변해간다”고 말했다.

MB정부 이후 SBS뉴스가 가장 공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도 자괴감을 가지게 만든다. 실제 최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KBS본부)가 발행하는 ‘뉴스모니터’의 대부분은 SBS <8뉴스>를 비교대상으로 삼는다. 내용도 ‘SBS는 이렇게 보도했는데 KBS는 미흡하다’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상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MBC본부)가 발행하는 ‘민실위 보고서’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MB정부-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공정한 방송’의 대명사는 SBS가 됐다.

   
KBS MBS 로고
 

다른 기자는 “솔직히 요즘 지상파 3사 가운데 SBS가 가장 뉴스를 잘 만든다”면서 “KBS와 MBC는 누락되고, 빠지고, 축소하고, 회피하는 보도가 많은 반면 SBS는 그래도 다뤄야 할 사안은 포인트를 제대로 짚으면서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기자는 “민영방송이 이 정도인데 공영방송인 KBS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KBS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MBC 기자들도 비슷하다. MBC 기자들에게 자사 뉴스에 대해 물어보면 “요즘 MBC 뉴스 잘 안봐서 모르겠다” “봐서 뭐 하겠느냐”, “주요한 사안은 다 비껴간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MBC 한 기자는 “자사 뉴스에 대해 걱정하고 있고, 종사자로서 봐야 하지만 사실 잘 안 보게 된다”면서 “주요 뉴스를 누락하다보니 심리적으로 손이 잘 안 가게 되고 솔직히 MBC 뉴스를 보면 MBC와 여권이 한 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다른 기자는 “보긴 보는데 ‘어떤 아이템은 또 빠졌다’라고 시니컬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젊은 기자들은 잘 안 보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자사 뉴스에 대해 자조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최근 국정원-NLL 보도 역시 방송사가 덮는 분위기 아니냐“라며 ”앞으로 장마가 이어지면 그 소식이 뉴스 전반부를 차지하게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KBS MBC간부들과 경영진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냉소나 자괴감과는 거리가 멀다. KBS경영진은 국정원 대선 개입과 관련해 KBS뉴스의 문제점을 지적한 제작 전반에 대한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MBC 한 간부는 <시사매거진 2580>의 국정원 아이템을 불방에 대해 ‘매우 정상적인 조치’라고 주장한다.

KBS MBC뉴스에 대해 자사 기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 바로 여기에 있다. “KBS·MBC뉴스요? 왜 봅니까. 열 받게 …”라는 질문이 ‘그들의 직무유기’라는 걸 알면서도 선뜻 비판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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