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원순 제압’ 국정원 추정문건과 관련해 서울시가 국정원 문건작성 직후 어버이연합·라이트코리아 등의 무상급식 반대 시위가 집중됐다고 분석한 보고서를 내자 어버이연합이 발끈하고 나섰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 100여 명은 30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박 시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자신들이 끌어모은 폐지를 청사내로 집어던지는 시위를 벌였다.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이들은 “박원순 문건이 작성되기 훨씬 이전부터 시위를 벌였다”며 “우리가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더라면 이렇게 많은 회원들이 날마다 새벽 찬바람을 맞으며 폐지를 주우며 활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월 500만 원의 임대료가 8개월이나 밀려 건물주가 임의로 사무실을 폐쇄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낸 회비와 재활용 파지 수집 등으로 근근이 운영을 이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 100여 명은 30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후 박찬성 어버이연합 고문이 ‘박원순은 나와라, 박원순 타도, 서울시장 자격이 없다, 박원순은 사죄하라’라고 외치자 회원들은 시청 앞에 쌓아둔 신문폐지를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20여 묶음의 신문폐지가 청사 입구 앞에서 청사 내로 던져지는 과정에서 경찰이 회원들의 행위를 일부 제지했다. 오후 3시40분부터 5분쯤 지난 뒤 경찰이 1차 해산명령을 내렸다. 이후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으나 금새 해산했다. 해산 뒤에 청사 앞에 널브러진 신문폐지를 일부 경찰이 치우기도 했다.

"정치공작은 기절초풍할 주장, 순수 보수단체를 왜 국정원에 엮느냐" 

박찬성 고문은 “좌파의 거두가 서울시장 되니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을 국정원 비호받아 행사나 하는 단체로 몰았다”며 “여러분 원세훈 봤느냐, 손잡아봤느냐. 못봤다. 박원순 시장은 우리 어버이연합이 어마어마한 정치공작을 벌였다는 기절초풍할 주장을 하고 있다. 순수한 보수단체를 왜 국정원에 엮느냐”고 주장했다.

더구나 이들은 국정원 비호설 규탄집회를 하면서 박원순 시장의 아들 병역문제를 들고 나왔다. 박찬성 고문은 “박원순 아들이 누구냐, 박두신이다. 공개신체검사를 하라. 시민단체, 의학전문가,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MRI 신검하라”며 “검찰이 최근 불기소처분을 했는데, 직접 보는 앞에서 촬영하고 그 사진을 갖고 의학 전문가에게 판단을 맡겨야 옳다”고 주장했다.

박 고문은 “우리를 종북세력 취급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망발을 할 수 있느냐”며 “책임자처벌을 하지 않으면 1년 동안 박원순은 우리와 전쟁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이날 집회를 준비한 이종문 어버이연합 경기안산지부장은 집회가 끝난 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에 대해 대통령이 되고 싶으면 어버이연합과 노인들을 보듬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오세훈 때는 1100만원 노인복지기금 받았지만, 시장 바뀐 다음 한번도 없다" 

이 지부장은 “보수를 이렇게 매몰차게 해선 안된다. 크게 될 사람이면 보듬어 안아야 한다. 어버이연합을 매도해선 안된다. 폐지주워 생활하는데 그동안 도와주고 그랬으면 몰라도 뭘 해준 게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이 대통령 꿈 있으면 어르신을 안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러면 부쩍 커진다. 왜 적을 만드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시장 시절 서울시, 박근혜 정부 때 홀대를 받았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지부장은 “오세훈 때는 딱 한 번 1100만 원을 시민단체 노인복지기금으로 받아봤다. 그런데 시장이 바뀐 지금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도 마치 우리가 (국정원) 돈 받아 그러는 것처럼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이 지부장은 “이명박 정부 때 냉대를 많이 받았다”며 “집회를 나가면 정권이 벌금을 얼마나 많이 때렸는지 아느냐. 불법주차 과태료 등 아마도 줄잡아 벌금만 수천만 원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아무개 목사의 경우 두차례에 걸쳐 900만 원(700+200만 원)을 받기도 했다고 이 지부장은 전했다.

"박근혜 됐어도 헛지랄, 시민단체 등록은 서울시 관할, 서울시에서 받아주지 않아" 

박근혜 정부 들어서의 대우에 대해서도 이 지부장은 “박근혜 됐어도 헛지랄”이라며 “박근혜 뽑아놓으면 뭘하나. 시민단체 등록이 서울시 관할인데 아무 것도 (우리에게) 준 것이 없다. 시민단체 등록도 더러워서 안했다. 노인복지, 보건복지 쪽으로 신청하려는데 서울시에 받아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에게 뭘 원하느냐는 질문에 이 지부장은 “우리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원세훈 그놈은 영창에 보내야 한다. 간첩 한 명 못잡아 놓고도 뭘했느냐”고 주장했다.

집회에서 왜 폐지 언급을 했는지에 대해 이 지부장은 “자꾸 우리가 국정원에서 돈받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주장해서 그런 것”이라며 “박 시장이 대통령 되고 싶으면 반대목소리를 내는 우리같은 어르신들에게 찾아 와서 어렵게 살고 있으니 이를 보고 도와줘야 한다. 노인복지 차원에서 도와달라는 것이지, 데모하는 데 쓰이는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어버이연합 국정원 비호설이 모함이라는 것과 박 시장의 아들 병역문제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깨끗하면 의심스러워 하는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라는 것”이라고 이 지부장은 전했다. 그러면서 이 지부장은 “내 말의 요지는 괜히 노인과 어버이연합 명예훼손하지 말고 다 아우르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시민  "불쌍한 노인들 데리고....소외된 사람들 선동하고 부추기는 사람들이 문제"

한편, 이날 집회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불쌍한 노인들이 특정 세력에 이용당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대기업 건설에 다닌다는 박아무개(48)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저들이 보수라는 데 진정한 보수는 아무도 없다”며 “여기 집회에서 앞에 나서는 사람들은 불쌍한 노인들 데리고 하는 것인데, 이 사람들은 ‘빨갱이’하면 들고 일어서는 소외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이들에 대해 “뭉쳐서 소리내자고 하면 나오는 사람들”이라며 “문제는 이런 사람들을 선동하고 부추기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이들을 이용한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대한문 앞에 있는 쌍용차 해고자들과 마찬가지로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도 똑같은 잣대로 해야할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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