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베스트 저장소 사이트에 역사를 왜곡하고 반인륜적인 표현들이 올라오면서 폐쇄조치를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문제로 일베 현상을 돌이켜봤을 때 사이트 폐쇄 조치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닐 뿐더러 과도한 조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볼 때 극우적인 의견이 나왔다고 사적영역의 커뮤니티를 제재했을 때 자유로운 정치사상과 정치적 의견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호중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사이트 폐쇄 조치 주장은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면서 "이를 허용하면 진보진영쪽에서 정치적 의견을 말할 경우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연합단체인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호중 교수는 정당한 비판 때문에 탄압을 받고있는 사회적 약자편에서 집시법 사전신고제 반대, 국보법 폐지 등 일관되게 표현의 자유를 주장해왔던 인물이다.

다음은 이호중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 일답이다.

   
일간베스트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일베 사이트 폐쇄 논란이 한창이다. 사이트 폐쇄에 찬성하나?
개별적인 게시물들이 역사 왜곡을 하거나 과도할 정도의 비방적인 표현이 문제가 된다면 게시물을 삭제하는 조치는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사이트 전체를 완전히 폐쇄하는 것은 지나치다. 그런 이유로 폐쇄한다면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정부의 개입이 매우 과도해질 우려가 있다.

- 일베 폐쇄 논란에서 핵심은 표현의 자유 문제다. 일각에서는 선진국의 판례를 들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인간성을 말살하는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굉장히 어려운 문제지만 결국 표현의 자유 한계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 독일 같은 경우 나치의 경험이 있어서 신나치주의 사람들을 나치 추종 행위로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것은 독일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우리의 경우 5.18 문제에 대해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왜곡하고 있는데 이 같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왜곡문제는 처벌 규정을 만들어서 처벌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한편으론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조명할 것인가는 시대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문제여서 법적인 잣대로 이것이 진실이다 라고 하는 것도 위험한 문제다.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실을 가지고 성격을 달리 규정하는 것에 일률적으로 안된다라고 하는 것도 역사적 진실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너무 제약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 민주당이 나서 일베 사이트의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베 현상의 논란의 극우주의 논란과 맞닿아 있어 비판을 하고 있지만 진보진영 쪽에서 나오는 정치적 의견도 똑같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친북적인 발언, 사회적 발언과 관련된 게시글 들이 있는 사이트를 규제하자는데 보수쪽이 이번 사건을 이용할 것이다. 원칙적으로 정치적 사상에 대해 관용주의를 취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는 것처럼 해서 상대방을 차별적이고 모욕적으로 대하고 팩트를 왜곡하는 것에 대해서는 규제를 해야 한다.

- 일베 사이트 폐쇄 조치가 곧 표현의 자유 일반을 축소시키는 행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인가?
일베에 반사회적인 게시글이 있다고 해서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인정해버리면 그와 같은 논리가 더욱 많이 적용될 수 있는 쪽이 진보진영 쪽이다.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쪽에서 문제제기를 할 때도 기본적인 원칙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폐쇄 조치를 하더라도 근본적인 일베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조치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 사이트 폐쇄 조치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우리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생각해야 될 문제는 우리사회에서 표현이라고 하는 것이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예를 들어서 동성애를 찬성하면 종북이라고 밀어붙이는 것은 합리적 토론을 전제인 표현의 자유를 벗어난 것이고 특정 집단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무작정 보장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결국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 법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앞서 말했듯이 독일 같은 경우 나치의 경험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형사 처벌이 가능하지만 우리의 경우 어떤 기준으로 골라낼 것인지 굉장히 애매하다. 독일의 경우도 나치휘장이나, 상징, 나치식 행태들에 한정해 처벌하는 것이다. 5.18을 왜곡하거나 동성애를 비하했다고 해서 모두 처벌할 것이냐는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혐오적인 비하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규제해야 될 문제지만 정치적 사상과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정치적 투쟁의 영역으로 남겨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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