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사흘 앞두고 보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5.18 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된 시민에 대한 도를 넘은 비난이 계속되면서 법적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을 무장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책까지 출판돼 광주 시민들의 반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일찍부터 '폭동'이라고 비난했던 일베 회원들은 기념일을 앞두고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시민들의 사진에 유가족까지 비하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내걸고 있다.

13일자로 일베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면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돼 줄지어 관이 놓여져 있는 사진에 "광주 홈쇼핑 장사 ** 잘되네"라는 제목으로 "배달된 홍어들 포장완료 된 거 보소"라고 썼다. 일베 사이트에서 '홍어'는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은어다.

광주의 거리에 시민들의 시체들이 널부러진 채 얼굴만 천으로 감싼 사진에 "애미야 홍어 좀 밖에 널어라"라고 쓴 게시물도 있다. 또한 관 앞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는 사진에서는 관 위에 택배 송장 사진을 합성해놓고 "착불이요"라는 글을 썼고, 일렬로 엎드려 있는 광주 시민을 계엄군이 조사하는 사진을 놓고는 "5월 18일 주말을 맞아 광주 수산시장을 찾은 많은 주민들이 진열돼 있는 홍어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비난했다.

해당 게시물은 13일 집중적으로 게시됐다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5.18 민주화운동기념일을 앞두고 민주화운동을 비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게시물들이 고인의 명예까지 훼손했다는 지적이 일자 게시물을 올린 일베 회원들은 스스로 삭제하고 있지만 누리꾼들은 게시물을 캡쳐해놓고 증거로 제출해 고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가족들이 저런 일을 당해도 저럴 수 있을까"라고 비난했고, 다른 누리꾼은 "국가 내란죄로 게시물을 올린 사람을 다스려야 한다"면서 소송을 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5.18 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된 광주 시민을 비하하는 일베 게시물
 

보수 성향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5.18 민주화운동 폄훼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심지어 5.18 민주화운동을 무장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출간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재미교포로 알려진 김대령씨는 <역사로서의 5·18>이라는 책을 지난 5월 12일자로 출간했다. 출판사 측은 "33년 만에 밝혀진 5·18 광주사태의 진상과 진실!! 광주사태 혹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불려지는 5·18 사건의 정론 및 바른 해석을 위한 지침서"로 소개했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책의 목차 중 2장 "5·18은 사전에 준비된 무장폭동인가 사후의 저항운동인가"에서는 5.18를 사전에 준비된 무장 봉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책 본문에서도 "방화사건이 고의적인 방화였으며 방화범이 사전 준비한 사건이었을 때는 그 책임의 소재는 방화범에게도 있는 것"이라며 "본서는 무장봉기로서의 5·18 사건은 사전 준비된 사건이었음을 명쾌하게 입증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 5. 18 민주화운동을 무장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책.
 

최근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기념식에서 퇴출시키고 4천 800만원을 들여 5.18 민주화운동 공식 추모곡을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논란은 여전하다.

5월 관련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33주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하지 못하게 할 경우 기념식에 불참하고 국가보훈처장 사퇴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우선 5월 단체들은 15일 정오까지 국가보훈처 입장을 보고 식순에 노래 제창을 넣지 않으면 천막 농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5.18 민주화운동 폄훼 움직임은 이명박 정권을 거쳐 박근혜 정부 역사 인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5.18 연구소장을 지낸 전남대 나간채 교수(사회학과)는 "막스베버의 객관적 개연성 개념으로 보면 이 같은 행위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면서 "정권과 정권을 떠받치는 토대 세력들의 요구에 일치하는 것이니까 이런 논리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전체는 아니지만 반공주의와 보수 이데올로기에 친화력이 있는 소수 인자들이 이런 흐름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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