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는 지난 2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제한 등 일부 규제를 완화하고, 오는 2014년까지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매체 간 칸막이식 규제 개선 △방송산업 경쟁력 강화 △규제 형평성 제고를 목적으로 밝혔다. 규제 완화 뒤 유료방송 관련법 일원화 절차를 밟겠다는 이야기다. 관련 논의는 오는 7월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래부가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하는 것에 동의하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다. 지상파, 케이블SO, IPTV사업자 등을 한데 묶고 그 안에서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 수평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규제보다 진흥 위주 정책을 펴온 미래부의 행보로 볼 때 기존 지상파, 케이블SO를 규제하는 방송법과 IPTV법이 통합될 경우 KT·CJ 특혜 통합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IPTV 1위 사업자 KT는 ‘편법’ 논란이 있는 ‘접시 없는 위성방송’ DCS를 전면 허용해 달라는 입장이다. CJ헬로비전 등 케이블SO는 현행 77개 권역별 전국 케이블방송 가입가구수의 3분의 1 이하로 정해진 점유율 제한을 IPTV와 같이 유료방송수의 3분의 1 이하로 완화해 달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두 법의 통합에 대해 일정부분 동의하면서도 ‘규제 완화 통합’은 안 된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정책위원은 “수평규제 틀을 만드는 맥락에서 보면 통합에 동의한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 업무와 뒤섞인 부분이 있어 단번에 규제가 완화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두 법이 통합된다면 규제 강화가 아니가 필연적으로 전반적인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준 부소장은 “IPTV사업자는 케이블SO의 직접사용채널을 요구하고, 반대로 SO는 IPTV처럼 권역규제 완화를 요구할 것”이라면서 “산업발전이란 명목으로 각 사업자에 최적화된 규제 완화에 포커스가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동준 부소장은 통합법으로 지상파 방송도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방송법은 지상파의 공적 역할 위주로 만들어졌지만 유료방송이 방송법에 통합될 경우, 지상파 관련 규제도 풀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채수현 정책위원장은 “IPTV 사업자는 광대역 통신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융합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용으로 본다면 ‘방송’이 명확하고, 당연히 방송법의 규제를 받고 방송법에 따라 진흥해야 한다”면서 통합법에 찬성했다.

다만 그는 “유료방송 규제를 통합하고 수평규제로 간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로 단번에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 완화 통합법이 KT 특혜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채수현 정책위원장은 “KT는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 사업, IPTV 사업을 모두 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통합하면 KT의 네트워크, 플랫폼 지배력이 콘텐츠 지배력으로 확대될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균형한 유료방송 시장에서 KT는 지배적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미래부 방송정책산업과 관계자는 통합법과 관련해 “아직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빠르면 7월 전담반을 구성해 전체적인 틀을 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T, CJ 특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통합법 전담반은 그런 우려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래부가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논의를 무시하고 시장점유율 등 케이블SO 관련 규제완화 정책을 국회 업무보고에서 밝힌 점에 대해 “최문기 장관이 업무보고에서 약속했듯 국회 공정성특위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미래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술융합 서비스 제한 규제 완화’가 KT의 DCS 전면 허용을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성 유지 및 강화가 통합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준 부소장은 “방송법이 기본정신이 후퇴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술적으로 유료방송과 지상파를 구분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수현 정책위원장은 “통합 논의를 하면서 사업자들의 영향력과 방통융합 부분에 대해 사업성을 면밀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혜란 위원은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유료서비스 경쟁을 강화한다면 수용할 수 있지만 규제 일변도로 가는 것은 안 된다”면서 “정부가 여러 가지 규제 완화책을 만들어 고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공공서비스를 안정화하는 것이 미래부와 방통위의 최우선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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