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유해매체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아예 사이트 자체에 대한 접근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접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칫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일베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라’는 주장도 눈에 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관련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투데이는 29일자 보도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일베에 대해 유독 느슨한 심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도  앞서 지난해 12월 14일자에서 “당국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우려해 사실상 손을 놓은 모습”이라며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되는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이나 사이트 폐쇄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청소년 유해물 또는 불법정보가 일부 있다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일베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하거나 폐쇄하는 건 불가능하다. 우선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도 유해하지 않거나 불법 정보가 아닌 게시글의 접근까지 제한하거나 막을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29일 “게시글 단위에서는 심의를 해서 (불법에 해당하는 게시물의 경우) 삭제 조치 등을 하고 있다”면서도 “일베가 불법사이트는 아니라고 판단이 돼 전체적인 폐쇄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 요구에 대해서도 “모든 게시글이 유해정보라고 보긴 어렵다”며 “만약 규제를 하게 된다면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유사한 규제들을 해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 일반베스트저장소 사이트 화면.
 
 
일베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불법사이트’로 규정하는 건 쉽지 않다.  ‘불법’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도박 사이트, 마약 거래 사이트, 성매매 사이트 등과 일베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사이트 자체가 불법적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폐쇄가 이뤄질 수 있지만 일베는 커뮤니티 사이트”라고 말했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자기의 의견을 게시하고 표현하는 공간을 싸잡아 ‘불법’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다만 특정 게시판 메뉴에 대해 개별적으로 청소년 유해정보 지정은 가능할 수 있다는 게 방통심의위의 입장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커뮤니티 사이트 중에서도 메뉴 단위에서 청소년 유해정보로 지정한 경우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편으로는 사이트 폐쇄나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이 ‘표현의 자유’ 원칙을 침해할 것이란 우려도 높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커뮤니티 사이트가 특정한 목적을 표방한 것도 아닌데, 이를 통째로 유해사이트로 지정하는 건 좋은 대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베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고, 한국사회에서 ‘혐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 하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베를 가린다고 해도 ‘제2, 제3의 일베’는 꾸준히 생겨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장 활동가는 또 “국가가 어떤 정보가 청소년에 유해한지 판단하고 제어한다는 게 가능하지도 않다”며 “그걸 이유로 국가에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규제권한을 보장하자고 주장하는 건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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