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추진하기로 한 ‘대체휴일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안행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대체휴일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대체 휴일제는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면 이어지는 평일에 하루를 쉬도록 하는 제도다. 재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기업의 곤란함을 전하는 언론
 
대체 휴일제에 대한 재계의 반대논리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경제적 손실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1일 대체 휴일제 도입과 추가 공휴일 지정으로 연간 공휴일이 3.3일 증가할 경우 전체기업의 생산감소액은 연 28조 1127억 원이고, 공휴일 법률화로 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도 4조 2989억원에 달해 경제적 손실 규모는 32조 4115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둘 째, 한국의 공휴일은 이미 충분하다는 것이다. 경총은 한국의 공휴일은 16일로 프랑스 11일, 독일·미국 10일, 영국 8일 등과 비교해 많은 편이고, 법정 연차휴가를 더하면 휴일이 더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셋 째, 한국은 유급 휴일제를 도입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공휴일을 무급 휴일로 정하지만 한국은 유급 휴일로 정하고 있어 휴일이 늘어날 경우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몇몇 언론은 재계의 이러한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 대체휴일제가 노동계, 정치권과 재계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기보다 재계의 입장을 충실히 전하는 데 그쳤다. 국민일보는 17면 기사 제목을 <“대체 휴일 도입 땐 年 32조 경제 손실”>로 뽑았다. 그리고 부제를 “경총 3.3일 증가 기준 추산 생산감소액 28조 1127억원. 공휴일 법률화로 인건비 4조 2988억원. 총 32조 4115억”으로 뽑았다. 경총이 제시한 수치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이어 경총의 의견을 그대로 전했다. “우리나라 휴일은 많은 편이다. 현재 주중에 휴일을 부여한 경우 일요일 근무에 대해서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지만 공휴일 법률화가 도입되면 주 휴일과 관계없이 일요일 근무에 대해서 무조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대부분의 OECD 국가가 공휴일을 무급휴일로 지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급휴일제를 채택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이 크다. 유통 서비스업에 피해가 집중될 것이다”
 
   
국민일보 17면
 
 
조선일보 역시 <대체휴일제 도입시 추가 부담 인건비만 32조 4000억원>라는 기사 제목을 통해 재계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했다. 동아일보는 비즈니스 4면에서 기사 제목을 <“대체 휴일제 도입되면 최대 32조 경제적 손실”>로, 부제를 “재계, 휴일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뽑았다. 나아가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며 “인건비가 상승”하고. “유급 휴일제라 부담이 크다”는 재계의 입장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또한 “중소기업 직원이나 임시직 또는 임용직, 자영업자들은 소득 감소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재계의 주장이 대기업 만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동아일보 B4면
 

‘논란 중’, 그러나 입장은 정해져 있다?
 
반면 재계와 정치권, 그리고 노동계가 법안을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언론도 있었다. 중앙일보는 4면 기사를 통해 찬반의 입장을 전했다. 재계 쪽 반발도 전하며, 동시에 “찬성론도 만만치 않다. 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 결과 대체휴일 1일 늘어나면 민간 소비 3조 5000억원 증가 한다”며 대체휴일제의 긍정적인 측면도 전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사실상 대체휴무제가 아직 논의 중이며, 성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사 제목도 <법안소위 대체휴일제 합의 ‘과속 스캔들’>로 뽑았다. 이한구 새누리당 대표도 좀 더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유정복 안행부 장관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법안소위 통과 자체가 새누리당 지도부의 상의와 없이 벌어진 일”이라며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의 개인적인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안전행안부가 기다려달라고 요청하고 새누리당 김영주 의원도 신중론을 펼쳤으나 황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과 뜻을 모아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해 별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중앙일보 4면
 
 
경향 역시 찬반의 입장을 전달하며 이 사안이 ‘논란 중’이라고 말했다. 4면 기사 제목을 <재계 “경제적 손실 연간 32조” 반발 정치권 “휴일 늘면 내수 진작” 반박>으로 뽑았다. 경향은 재계의 입장을 먼저 전하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박도 전했다. 경향은 재계가 “휴일 확대에 따른 충격을 과장하고 있다”며 휴일이 늘면 새로운 서비스 산업이 발전해 내수 진작 효과가 있으며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노동생산성이 늘어나 생산을 더 늘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소개했다. 
 
하지만 경향은 31면 사설에서 사실상 대체휴일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취했다. 31면 사설 <대체휴일제 도입 무조건 반대할 일인가>에서 대체휴일제 도입이 대선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한국 노동자들이 최장의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미 대체휴일제가 두 차례 시행된 적이 있고, 몇몇 기업은 이미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경총의 주장에 대해서는 “보완책도 챙겨봐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지 않도록 시기를 조절하거나 정부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실제 혜택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향 31면 
 
 
한국일보 역시 5면 기사 제목을 <정치권·노동계 “생산성 높아질 것” vs 재계 “인건비 부담 늘어”>로 뽑았다. 하지만 기사 내용을 통해 재계 내에서도 입장이 갈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업 내에서도 내수서비스업종과 제조업종의 입장이 다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온도차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철강·자동차·조선 등 대형 제조업체들은 대체휴일 도입시 휴일근무수당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로 반대의견이 크지만, 내수서비스업종은 오히려 호황을 기대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은 그나마 인건비 증가분을 견딜 수 있지만 타격은 중소기업 쪽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노동권과 정치계, 그리고 재계가 나뉘어 논란 중이며 재계 내부에서도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대체휴일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더 부각시켰다. 5면 기사 옆에 사람들이 휴일 보장을 촉구하는 플래시 몹 사진을 실었다. 또한 아래에 <현대차, 국경일이 겹치면 월요일 휴무 롯데백화점은 연차 소진 방식 대체휴일 시행>이라는 기사를 배치했다. 몇몇 기업들이 이미 대체휴일을 도입했고, “간부들의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내용이었다. 또한 그 밑에는 <미·중·일은 적용하고 獨·佛은 미적용>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미국, 중국, 일본이 대체휴일을 이미 도입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에는 종교와 관련된 공휴일이 많다며 이들이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재계 논리를 적극 반박한 언론
 
더 적극적으로 재계 논리를 반박하며 대체휴일제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한 언론도 있었다. 서울신문은 6면 기사 제목을 <“대체휴일제 도입하면 내수 진작·생산 유발 효과”>로 뽑았다. 기사에서는 32조 손실을 본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휴일이 늘어나 서비스산업이 발전하고 내수 진작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근로시간은 많지만 노동생산성은 떨어진다”며 “근로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5일제를 도입했을 때도 재계가 반대했었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많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울신문 6면
 
 
서울신문보다 더 강하게 재계 논리를 비판한 언론은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18면 기사 제목을 <재계 ‘대체휴일제’ 아전인수격 반대>로 뽑았다. 기사를 통해 한겨레는 재계의 주장이 “휴일이 1.5일 늘어나 생기는 추가 관광지출(2조 8000억원) 및 고용유발효과 8만 5000명 등의 순기능은 눈감은 분석”이라고 비판했다. 
 
연차휴가를 더 늘리면 된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겨레는 “대기업들이 쉬는 날로 계산한 연차휴가의 실제 사용 비율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경총은 연차휴가 사용비율을 늘려 휴식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근로자들이 연차 휴가를 쓰지 못하는 것은 적절한 대체인력 공급이 되지 않는 현실 때문이라는 지적은 빠져 있다”고 말했다. 취업포탈 사람인의 설문조사 결과도 전했다. 사람인이 1101개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70,8%가 찬성하고, 67%가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 입장에서도 대체휴일제가 긍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겨레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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