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가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 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매체들이 경찰 수사 결과 내용을 타진하는 등 국정원 사건이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즈는 19일  "경찰은 12월 대선 이전에 적어도 두명의 국정원 직원이 불법으로 야당후보를 비방하는 온라인 게시글을 작성했다고, 국정원 직원의 정치 개입에 대한 진상 조사건의 중간 발표에 말했다"면서 "경찰의 발표는, 지난해 민주당 측에서 국정원 직원이 불법적 선거 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던 것에 대해 이것이 정치적 공략이라고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를 격렬하게 비난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또한 뉴욕타임즈는 국정원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오랫동안 지속돼온 국정원에 대한 의심을 되살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뉴욕타임즈는 "한국의 이전 군사 독재자들은 (박근혜의 아버지 군부 독재자인 고 박정희 대통령을 포함해) 국내 정치에 영향을 주고, 반체제 인사들을 고문하고 입을 다물게 하는 수단으로 국정원 (한 때는 악명 높은 중앙 정보부로 불리웠던)을 이용했다"면서 "1990년 초 대한민국이 민주화된 이후에, 국가 정보원은 이름을 몇 번 바꾸었고, 다시는 국내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맹세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국내 정치 개입 정황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뉴욕타임즈의 기사의 골자이다.

뉴욕타임즈는 또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경찰은 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민주당은 경찰이 고의로 감춰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검찰에 고발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또한 이명박 전대통령의 측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출국금지 시켰다. 청와대나 국정원은 아직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즈는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의 논평을 인용해 "이 사건은 국정원이 "권력의 시녀"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고, 이런 선거 활동을 "쿠데타"에 비유했다"고 밝혔다.

   
▲ 뉴욕타임즈 온라인판 화면.
 

뉴욕타임즈는 이날 해당 기사를 국제면(WORLD) 'Asia Pacific' 코너에 실었다.

이밖에 덴마크, 이태리, 그리스, 독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호주, 태국, 필리핀 등 세계 외신 40개 매체가 국정원의 사건 경찰 수사 결과를 다룬 내용의 기사를 실어보냈다.

한편, 뉴욕타임즈 기사를 번역해 소개한 '유권자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모임'(유권소) 측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해서 이는 심각한 헌법유린이며,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할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권소는 지난 대선 이후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다면서 재외 동포를 중심으로 한국의 상황을 외국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유권소는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국내 언론 매체의 기사들을 취합하고 자료를 재구성한 다음 유권소 회원으로 있는 변호사들의 법률 자문을 거쳐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해 언론 매체에 보내고 있다. 또한 유권소는 유엔에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혀주라는 청원운동도 하고 있다.

유권소 대표를 맡고 있는 제니퍼 리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해 국내에서 자각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탄핵대상이다. 국내에서는 사건을 받아들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인정하고 있는데 유권소에서는 철저히 사건을 밝혀야 한다는 국내 여론의 불씨를 꺼지지 않게 각성시키는 여론 작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제니퍼 리씨는 "어차피 국내에서 해결을 못한다면 정치적 논란이 있는 것도 잘 알지만 유엔에서 개입해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것이 유엔 청원 운동"이라면서 유엔에 보낼 보고서를 준비해서 한국의 상황을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제니퍼 리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없다는 경찰 수사 발표에 대해 "정치개입은 했는데 선거 개입은 안했다고 하는 이런 코미디 같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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