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개인정보침해사고로 870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SK컴즈, 넥슨, KT 등 대기업도 개인정보 침해사건의 당사자가 되는 등 IT관련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T 전문지식이 있는 변호사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IT전문 법률사무소인 민후의 김경환 대표 변호사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사·석사과정을 마친 이른바 '공대생' 출신이다. SK컴즈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대한 집단소송을 변호한 김 변호사는 지난 2월 1심에서 일부 배상 판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디지털 자산에 대해 상속인의 접근이 허용되는 것은 타당하다”며 디지털 유산 상속에 대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디지털 자산은 어떤 것이 있는가.
“음원, 게임 머니, SNS, 이메일 등이 있다. 예전에는 이메일부터 시작했는데 블로그, 홈페이지까지 확대되다가, 이제는 경제적, 심리적 가치가 있는 디지털 형태의 모든 정보로 규정한다”
 
- 국내에 디지털 유산 관련법이 전무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 법 체계와 잘 맞지 않아서 도입에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또한 아직 정보가 다음 세대로 전달돼서 더 큰 데이터가 생성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하다. 인터넷이 도입 된지 30년밖에 안됐기 때문에 관련 사례가 많지 않았다. 이제 디지털 유산의 상속은 한 세대가 넘어가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 대부분 포털 사이트는 고인의 계정에 대한 상속인이 접근은 금지하고 있다. 계정 접근권 또한 상속해야 한다고 보나.
“상속인은 고인의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자산을 상속(백업파일 제공)해주면 상속인이 굳이 계정에 접근할 필요는 없다. 계정은 디지털 자산이라는 목적지를 위한 출입구이기 때문이다. 상속인이 고인의 계정을 이용하는 것은 죽은 사람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계정을 사용하는 건 반대한다. 만약 사용하려면 사망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
 
- 계정 접근권을 상속하면 피상속인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 개인정보까지 상속될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고인이 노출을 꺼리는 부분은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 고인이 생전에 공개할 자산을 지정을 하는 게 좋지만, 안했더라도 포털사가 판단해서 공개를 하지 않는 입법 예도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는 고인의 확정적 의사뿐만 아니라 추정적 의사까지 고려해서 상속을 판단한다. 포털사가 공개의 판단 주체가 된다는 점과 현실 가능성 면에서 문제가 있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좋다고 본다.” 
  
- 대법원은 2010년 게임머니 거래가 합법이라고 판결했는데, 왜 게임사는 양도를 금지하나.
“합법이라고 해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양도 금지는 게임사 정책이고, 대법원 판결은 거래가 유효하냐에 대한 판결이라 이 둘은 별개다. 게임사는 아이템이 게임을 위해 만든 실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활용이 다 끝나면(사망시) 게임사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한다. 양도, 상속을 금지하는 것이다.” 
  
   
▲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 구글의 휴면계정 관리서비스는 ‘디지털 유산 위탁 관리업체’와 비슷한 서비스인가.
“그렇다. 미국의 데쓰스위치(Deathswitch)와 가장 비슷하다. 데쓰스위치는 가입자가 일정 기간 동안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사망으로 규정하고, 가입자가 남긴 계정 정보와 유서 등을 설정한 이메일로 전송한다. 디지털 유산 관리업체들은 PC, 클라우드 등에 있는 가입자의 디지털 파일도 모두 처리해준다.” 

 - 구글 휴면계정 관리서비스 도입은 디지털 유산 관리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디지털 유산 관리업체의 업무를 도와줘서 관련 산업이 더 성행할 것이다. 사실 포털 사이트의 협조 없이는 디지털 유산 관리업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디지털 유산 관리업체는 가입자 대신에 여러 포털의 정보를 관리해주는 것인데, 포털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면 업무가 더 손 쉬워진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