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모여 만든 한국광고주협회는 2012년 10월 반론보도닷컴 사이트를 개설했다. 협회는 일명 '사이비 언론'의 음해성 보도에 맞서 적극적인 반론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반론보도닷컴은 '경제와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보기사, 왜곡·과장 보도를 바로잡아, 국민들에게 사실에 입각한 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자신에 대한 인터넷 게시물을 삭제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정보의 삭제권한'을 뜻하는 이른바 '잊혀질 권리'에 대한 요구다. 특히 부정적인 게시물에 대한 삭제 욕구는 강하다. '폴리트웁스(Politwoops)'는 정치인들의 이런 행위를 공개하는 사이트다. 동아일보가 2012년 11월 개설한 폴리트웁스 한국판 사이트는 정치인들이 트위터에 남겼다가 삭제한 트윗만 추려서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터넷에 올라간 게시물이 위력이 막강해지고 있다. 특히 여론에 민감한 기업과 정치인, 연예인들에겐 인터넷 게시물이 골칫거리가 되기 쉽상이다. 무엇보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이 되는 부정적인 기사는 큰 타격이 된다. 이 때문에 부정 기사나 게시물을 수정하거나 지우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수요를 기반으로 한 '검은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다. 바로 '인터넷 게시물 삭제' 서비스다. 인터넷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에선 돈만 주면 기사 등 각종 게시물을 삭제해주는 홍보대행사가 등장해 문제가 되고 있다. 
 
'게시물 삭제 서비스' 문제가 심각해지자 포털 사이트는 관리 감독을 강화했지만, 거액을 매개로 한 '검은 커넥션'은 뿌리 뽑아지지 않았다. 홍보대행사는 '부정 기사 삭제'에 그치지 않고,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에도 손을 댔다. 이 커넥션엔 포털 사이트 관리자는 물론 관리·감독 공무원까지 엮여 있었다. 
 
경제 월간지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4월호에서 이와 같은 '검은 비즈니스'를 심층 취재한 중국의 주간지 신세기(新世紀)의 기사를 소개했다. 합법적으로 시작했던 인터넷 게시물 삭제 서비스는 이제 인맥, 뇌물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 불법산업 형태를 띄게됐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4월호 '검은 비즈니스, 인터넷 게시글 삭제' 기사
 
포털 사이트 관리자 매수… 기업, 공무원 제 발로 찾아와
신세기에 따르면 공안부를 포함한 중국 당국은 2012년 7월 중국 베이징에 사무실이 있는 홍보대행사 '쉰쉰미디어'와 '야거스다이'를 압수수색했다. 직원 100여 명이 조사를 받았고, 핵심 경영진은 구속됐다. 
 
쉰쉰미디어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든 후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와 검색 제휴를 맺고, 광고성 기사를 게재하는 인터넷 마케팅을 수행했다. 하지만 쉰쉰미디어는 야거스다이가 유명세를 타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만든 회사였다.
 
야거스다이는 2006년 중국 최초로 인터넷 게시물 삭제 서비스를 시작해 엄청나게 성장한 홍보대행사다. 2011년 기준 순이익이 5천만 위안(약 90억 원)이며 직원은 100명을 넘었다. 기업 등의 의뢰를 받은 야거스다이는 포털 사이트 관리자를 매수해 검색어를 통제했다. 또한 포털 사이트의 기업 섹션을 직접 인수해 광고성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신세기에 따르면 부정 기사를 삭제하거나 인기 검색어를 차단하려면 많게는 수백만 위원의 사례비가 들었다. 하지만 기업, 공무원들은 자기 발로 야거스다이를 찾아왔다. 기업 입장에선 돈을 주더라도 검색엔진을 통해 부정 기사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야거스다이의 고객사는 차이나모바일, 이치자동차 같은 대기업은 물론 피자헛 등 외국기업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야거스다이 직원에 따르면 한 사모펀드회사는 부정기사가 수백개 사이트에 게재되자, 100만 위원(약 1억8000만 원)을 야거스다이에 지급했다. 야거스다이는 직원 10여 명을 투입해 기사 원문을 삭제했고, 기사를 전재한 사이트를 찾아 하나씩 삭제했다. 총 2개월이 걸렸지만 비용은 고작 1만 위원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중국 사이트는 원문 기사가 수정·삭제되면 이를 따른다는 규정이 있다. 
 
포털 사이트 바이두 출신으로 쉰쉰미디어와 야거스다이를 배후에서 창립한 구텅다 야거스다이 총경리는 이 사업을 통해 1억 위안(약 180억 원)의 자산을 모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 있는 불리한 기사 삭제해드립니다"

야거스다이는 '위기관리 홍보'라는 명목으로 게시물 삭제 서비스를 했다. 한 중국 홍보대행사는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 블로그 등 각종 인터넷 매체에 불리한 기사나 글의 확산을 저지하는 능력이 막강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국에도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한 '위기관리 대응'이 있다. 기업 홍보부서와 홍보대행사들이 부정기사를 사전에 파악하면, 해당 언론에 광고를 주고 기사 게재를 막거나 내용을 수정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홍보대행사들은 규모가 작은 사이트의 경우 해커를 동원해 게시물을 삭제해버리기도 했다. 또한 홍보대행사들의 경쟁이 심해지자, 경영난에 빠진 포털 사이트의 섹션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야거스다이는 2009년 돈을 주고 포털 사이트 천룡망의 기업 섹션을 샀다. 처음엔 기업에 유리한 광고성 기사를 올려 돈을 벌었다가, 점점 기업에 불리한 부정기사를 올린 뒤 돈을 받고 기사를 삭제하는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포털 사이트가 외주로 운영하는 섹션이나 커뮤니티 관리자를 매수하는 사례도 있다. 포털 사이트 왕이닷컴의 경우 2012년 편집주간과 커뮤니티 관리자가 체포됐고, 이번 공안부 특별 단속에선 바이두 직원 4명이 체포됐다. 
 
야거스다이 직원에 따르면 회사 수익의 60% 이상은 지방 공무원, 특히 경찰국장과 현장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특히 승진에 목을 매는 공무원들은 양회(전국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전후해서 외뢰가 급증했다고 신세기는 보도했다. 야거스다이는 외뢰인에 대한 인터넷상의 부정적 게시물을 삭제해줬다. 
 
한편 산업화되진 않았지만 한국에서도 부정 게시물을 지우려는 정치인들의 시도는 있다. 2012년 대선 기간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양아치 후보'라고 지칭한 트윗을 리트윗했다가 다음날 삭제했다. 폴리트웁스에 기록이 남은 이 의원은 지난 2월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선 온라인서비스업체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최소한 수준의 '잊혀질 권리' 법안이지만 사실상 폴리트웁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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