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망내 무료 통화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먼저 SK텔레콤이 지난달 22일 같은 SK텔레콤 가입자들끼리 음성통화를 무제한 무료, 문자 메시지는 다른 통신사들끼리도 무료로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그리고 1주일 뒤 KT도 거의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요금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서는 앞다퉈 보도자료를 베껴쓴 기사를 쏟아냈다.

최윤미 신영증권 연구원은 “1인당 평균 음성통화 사용량은 170분 정도인데 모바일 메신저 사용이 늘어나면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장기적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이동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형운 동부증권 연구원은 “경쟁구도가 고객 뺏기에서 고객 지키기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살을 주고 취한 뼈에는 살이 또 붙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그리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한국은 음성통화 요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라면서 “초당 1.8원인 음성통화 단가가 2004년 이후로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망내 통화는 비용이 거의 0원에 가까운데 이 말은 그동안 엄청난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전 이사는 “더 중요한 건 이번에 망내 무료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은근슬쩍 요금을 올렸다는 건데 언론이 이 사실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이 이번에 출시한 망내 무료 요금제를 보면 LTE52 요금제와 같은 무료 데이터를 받으려면 T끼리55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이 경우 월 3만8500원에서 월 4만750원으로 2250원을 더 내야 한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 않은데 음성통화 때문에 비싼 요금제를 썼던 사람이라면 더 싼 요금제로 갈아탈 수도 있다. LTE52 요금제의 경우 음성통화 250분과 데이터 2GB가 제공됐는데 T끼리45 요금제에서는 음성통화 130분과 데이터 1.1GB가 제공된다.

   
 
 

전 이사는 “망내 무료 요금제가 필요한 사람은 무료 음성통화를 다 써서 추가 요금을 무는 경우일 텐데 결국 2250원을 더 내고 몇 천원 더 깎아주는 셈이라 실익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면서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던 걸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전 이사는 “망내 무료를 특정 요금제, 그것도 더 비싼 요금제가 아니라 모든 요금제에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통신사들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간다”고 떠드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결국 음성통화가 돈이 안 되니 데이터 사용량을 기준으로 요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논리”라는 이야기다. 전 이사는 “인프라 투자 중심의 장치산업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내려가도 이익이 유지되거나 늘어나는 게 정상인데 국내 통신사들은 가격을 계속해서 올려받고 있고 감독 당국도 사실상 이를 묵인 또는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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