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접하는 스크린이 다양해지면서 기존 시청률 조사에 대한 신뢰도와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 이른바 통합형 광고효과 측정 모델 개발을 두고 물밑 전쟁이 시작됐다. ‘포스트 시청률’ 시장의 파이는 현재보다 수배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시청률 자료에 N스크린 시청률을 더하고 여기에 빅데이터도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어떤 기관이 ‘광고비 집행의 근거’라는 권위를 차지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광고주협회 관계자는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고 있는데 광고효과를 통합적으로 측정할 정확한 지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N스크린 광고효과는 집계가 불가능한 부분도 많이 있지만 올해 광고업계의 화두는 분명 융합과 통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광고주는 물론 광고업계에서는 통합형 광고효과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지표, 지수를 과연 어디서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프로야구 정규시즌 플랫폼별 일일 시청자 및 연간시청자.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자료 갈무리. | ||
광고주와 광고판매대행사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한 광고기획·판매대행사 관계자는 “N스크린, 컨버전스 시대라고 하는데 기존 시청률 자료만 가지고 광고주에게 예산을 끌어내는 일은 힘들다”고 말했다. 닐슨코리아와 CJ E&M이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TV 시청자의 10% 정도가 동일한 TV 콘텐츠를 온라인(10.0%)과 모바일(7.7%)에서 시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대 후반의 경우, 15% 정도가 N스크린 이용자다.
▲ 닐슨코리아 2월 자료에서 갈무리. | ||
콘텐츠가 단위로 쪼개져 소비되는 시대다. 예를 들어 시청자는 MBC <무한도전>을 집안에 있는 TV로 직접수신하거나 케이블, 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다. 또한 DMB 안테나를 꺼내거나 POOQ, Tving 등 N스크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본방송을 놓치더라도 P2P 사이트나 다시보기 서비스, N스크린 서비스 등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시청할 수 있다. 문제는 개별 콘텐츠를 구입해 시청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광고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다는 것. 다운로드 이용자에게 프로그램 앞뒤로 붙는 15초짜리 CM은 없다.
▲ TV시청자, 온라인과 모바일 UV 추이. 닐슨코리아 자료에서 갈무리. | ||
CJ E&M은 지난해 3월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와 손을 잡고 CoB(Consumer’s Contents Consuming Behavior)를 런칭했다. CoB는 콘텐츠파워지수(Contents Power Index)와 콘텐츠가치지수(Contents Value Index)로 구성돼 있다. CJ E&M은 지상파 3사와 CJ E&M의 프로그램 70여개의 시청·검색·뉴스구독량, 홈페이지 방문량, 소셜미디어 버즈 등을 더해 매월 CVI, 매주 CPI를 산출해 10여 개 광고대행사와 공유하고 있다.
특히 CJ E&M은 지난해 11월 광고판매대행사 메조미디어를 인수해 빅데이터 분석도 시작한 바 있다. N스크린에 맞는 광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메조미디어는 최근 모바일 광고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 업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영향력과 구매의지가 있는 이용자를 골라내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광고주에게는 유용한 정보다.
CJ E&M 미디어전략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업계의 화폐단위가 시청률이다보니 CoB가 광고집행의 결정적인 자료로 활용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CoB는 시청률 보완지표이기 때문에 광고주와 대행사 쪽에서 근거자료로는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광고대행사 열 곳 정도와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2013년 2월 CPI 순위. CJ E&M 자료에서 갈무리. | ||
코바코 관계자는 이어 “PEI를 1년 가까이 조사해보니까 시청률이 좋다고 몰입도가 좋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시청률이 낮지만 광고판매에 유리한 프로그램들이 있고, 아직까지 광고주를 설득하는 자료는 시청률이지만 보완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바코는 광고판매를 대행하면서 PEI를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시청률 보완자료에 대해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기존 시청률 자료가 지상파 위주라면 CoB, PEI는 CJ와 코바코에 바이어스(bias·편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 “광고 집행의 근거자료는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관계자 또한 “각자 생존전략”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CJ E&M은 넓은 의미에서 미디어렙으로 봐도 무방하다”면서 “CJ가 콘텐츠에서 강점이 있지만 메인디쉬(케이블) 영향력이 줄어들고 사이드디쉬(N스크린)가 커지고 있다 보니 스스로 지수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oB가 지상파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기존 시청률 집계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CJ에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어 업계에서 의미 있는 자료로 활용되진 않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 2013년 2월 프로그램 몰입도지수 조사 결과. 코바코에서 갈무리. | ||
업계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 등 주무기관과 손을 잡을 곳이 어디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방통위는 올해 스마트폰을 포함한 N스크린 시청점유율을 측정해 통합시청률 자료 중 일부로 활용할 계획이다. 방통위 미디어다양성추진단 관계자는 “4월 전담반을 구성한 뒤 안드로이드OS 기반 스마트폰 이용자의 시청점유율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어 “기존 시청률보다 넓은 의미의 통합시청률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연말이 되기 전에 스마트폰에서 시청점유율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시청률 조사기관이 두 곳인 나라는 거의 없어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고, 정부와 함께 N스크린까지 포함한 통합자료를 만들어 업계의 동의와 지지를 받는다면 엄청난 먹거리를 차지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현재 시청률 조사 시장은 수십억 원 규모이지만 N스크린으로 시장이 커질 경우, 파이는 수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닐슨이 먼저 치고 나왔고, TNmS 전망은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얘기했다. 지상파 관계자는 “(방통위와 사업을 진행할 파트너는) 코바코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