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가 저작권자와 협의 없이 배경음악을 틀었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라는 판결을 내렸다. “스타벅스가 튼 음반은 판매용 음반이 아니어서 저작권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사례 2. 지난해 11월, 한국음원제작자협회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는 현대백화점이 매장에서 트는 음악에 음원 사용료를 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현대백화점은 “음원 파일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는 판매용 음반이 아니기 때문에 돈을 낼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수두룩하게 많다. 불법 다운로드를 추방하자는 캠페인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 저작권법이 강화되면서 온 나라가 저작권 공포에 떨고 있다. 온 국민이 잠재적 범죄자가 됐을 뿐만 아니라 저작권자들이 본격적으로 ‘수금’에 나서면서 저작권의 범위를 둘러싼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그야말로 걸면 걸리는 저작권법의 모호한 규정을 빌미로 무작위로 합의금을 뜯어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저작권의 일부를 포기한다는 의미의 국제 규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의 개념도. 배타적인 저작권에 맞서는 저항의 성격이 있지만 그 자체로 배타적인 저작권을 인정하는 모순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오픈넷 남희섭 변리사에 따르면 커피숍이나 레스토랑, 일반 음식점에서 음악을 트는 건 합법이다. 사례 1에서 스타벅스가 대법원에서 패소했던 건 스타벅스가 미국 본사에서 보낸 편집 음반을 매장에서 틀었기 때문이다. 저작권법 29조2항에는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면 누구나 판매용 음반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합법적인 음반이라면 매장에서 음악을 트는 건 당연히 합법이다.

저작권법 29조2항에는 예외조항이 있다. 시행령 11조에는 단란주점 등 유흥주점과 골프장, 스키장, 에어로빅장, 무도장 등 체육시설, 호텔, 휴양콘도미니엄, 카지노 등 관광시설에서의 공연은 저작권료를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3000 평방미터 이상의 대형마트와 전문점, 백화점 등 쇼핑센터에서의 공연과 숙박업소 및 목욕장 등에서의 판매용 영상 저작물 공연도 해당된다. 스타벅스는 여기에 해당이 안 되지만 판매용 음반이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스타벅스는 미국 본사 차원에서 저작권을 구매해 컴필레이션 음반을 제작한 뒤 60여개국 2만개에 이르는 점포에 내려 보낸다. 그러나 음저협 등은 이 음반이 판매용 음반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대법원은 이들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시중에 판매하는 음반을 사서 틀었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시중에 팔지 않는 음반을 틀었기 때문에 문제라는 논리다. 믿기 어렵지만 이 경우 저작권료를 지급했더라도 저작권법 위반이 된다.

음저협은 심지어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 음원을 구입해 매장에서 재생하는 것도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음저협에 따르면 CD를 구입해 그대로 틀지 않는 이상 모두 불법이 된다. CD를 MP3 파일로 변환해서 틀거나 USB 메모리에 담아 컴퓨터에서 재생하는 것도 불법이다. 멜론이나 벅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역시 불법이다. 혼자 듣는 것은 상관 없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공연하는 것은 공연권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남 변리사는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판매용 음반은 시판용 CD는 물론 인터넷 음악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은 음악이나 스트리밍으로 서비스되는 음악까지 포함한다”면서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음반은 유형물이 아니라 유형물에 고정된 음 그 자체를 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원 판례에서는 노래방 기기의 컴퓨터 칩에 잠시 음이 저장되는 것도 음반이라고 보고 있다.

남 변리사는 “스타벅스 판결은 매우 특수한 음반에 대한 판결일 뿐, 보통 매장에서 재생하는 음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음저협 등이 스타벅스 판결을 오버 해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남 변리사는 “음저협 등은 징수규정에 없는 저작권료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징수규정 어디에도 커피숍이나 일반음식점을 상대로 한 공연 사용료 항목이 없다”는 이야기다.

사례 2에 나온 현대백화점 소송이 눈길을 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09년 저작권법 개정 이후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매장에서 배경음악을 틀지 않거나 자체 제작한 음악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저작권법 76조2항에 따르면 “판매용 음반을 사용해 공연을 하는 자는 상당한 보상금을 해당 실연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음반을 합법적으로 구입했더라도 특정 공간에서 이 음반을 틀려면 추가로 비용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례 1과 2는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대법원은 스타벅스 소송에서 스타벅스가 트는 음악은 판매용 음악이 아니라 예외 조항에 해당이 안 되기 때문에 공연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판매용 음악을 시판용 CD로 제한하는 이런 논리라면 현대백화점이 트는 스트리밍 음악도 판매용 음악이 아니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현대백화점은 대형 매장이라 애초에 예외 조항에 해당이 되지 않지만 권리 보호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이야기다.

저작권은 구체적으로 복제권과 공연권, 전송권, 방송권, 전시권, 배포권 등으로 나뉜다. 저작권은 흔히 저작권자 뿐만 아니라 실연자와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 등의 저작인접권을 포괄하는 의미로 쓰인다. 저작물을 합법적으로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인터넷에 게시 또는 전송하거나 방송에 내보내거나 배포하는 등의 경우는 모두 별도로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저작물에는 각각의 저작권 범위가 규정돼 있는데 그 범위를 넘어설 경우 저작권 침해가 된다.

사례 3. 2010년 5월, 네이버에 오른 꼬마아이가 손담비 노래를 따라 부르는 동영상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요청으로 삭제됐다. 음저협은 “노래 가사와 멜로디에는 저작권법이 적용되며 이를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저작물 제공행위인 ‘전송’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사례 3의 경우는 전송권이 문제가 됐다. 법원은 꼬마아이의 아버지가 낸 음저협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 저작물은 적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게시물의 복제, 전송 등의 행위가 피고 협회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오히려 “게시물을 삭제 처리해 원고의 정당한 자유이용권을 침해했다”면서 “원고에게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사례 4. 지난해 11월,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는 서울대와 성균관대, 한양대 등 6개 대학을 상대로 저작물 보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보상금 기준에 따르면 대학은 어문자료 A4 1쪽에 7.7원, 음악 1곡에 42원 등의 보상금을 내야 한다.

사례 5. 지난 1월,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서울 강남의 한 영어학원 대표를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기사와 칼럼을 허락 없이 교재로 사용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이유에서다. 대학과 달리 상업적인 용도로 이용한 경우라 줄 소송이 예상된다.

사례 4의 경우도 지나치게 저작권을 엄격하게 해석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물 보상금 고시에 따르면 교재와 논문 등을 복사해 배포하거나 강의시간에 음악이나 동영상을 재생할 경우 저작물의 분량과 학생 수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수업 목적의 경우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차후에 대학에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교수들에게 부교재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는 황당무계한 일도 벌어진다.

복제전송저작권협회는 2011년 기준으로 대학들이 지급해야 할 보상금 규모가 47억원, 2015년이면 8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사례 5의 경우도 빠져 나갈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코노미스트는 강남의 한 어학원이 기사와 칼럼 54건을 허락 없이 이용해 100억~16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원이 문을 닫을 정도로 큰 금액이다.

사례 6. 지난 1월, 한국영상산업협회는 발행된 지 6개월 미만의 영상 저작물을 도서관에서 열람할 경우 350원씩을 내도록 하는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공지했다. 관외 대출은 무료지만 관내 대출은 유료가 된다. 관내 단체상영을 할 경우에는 4만5000원 이상을 내야 한다.

사례 6의 경우, 정보공유연대는 “지식과 문화에 대한 보편적 접근의 제공이라는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을 무력화하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오병일 정보공유연대 대표는 “영상 저작물에 대한 개별적인 열람이 공정이용(저작재산권의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여타 어문 저작물 등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어 사용료를 징수해야할 것이며 이는 도서관의 존재의의를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 대표는 “도서관에서의 공정이용을 허용한다고 해서 저작권을 부정하는 건 아니고 저작권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배타적 권리 보호와 공정이용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 대표는 “권리를 강화해야 보호해야 발전한다는 논리에 빠져서 결과적으로 일상적인 문화적 향유나 소통을 침해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례 7. 지난해 12월, 해외 음반 제작사들이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을 전송권과 복제권 등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소해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처음 방송을 내보낼 때 저작권료를 지급했더라도 이 영상을 IPTV와 푹 등에 다시 전송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논리다.

한편 사례 7의 경우는 N스크린 서비스에서의 저작권이 쟁점이다. 지금까지는 방송사들이 콘텐츠를 케이블이나 IPTV, 스트리밍 서비스 등에 판매하면서 부수입을 챙겨왔지만 앞으로는 플랫폼마다 별도로 저작인접권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같은 경우는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 포괄적인 저작권 계약을 맺고 콘텐츠 가격에 반영시키지만 우리나라는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저작권자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방송사에서 내보내는 일부 주문형 오디오(AOD) 서비스의 경우 음악을 빼고 해설만 내보내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벌어진다. 저작권자들과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우리도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지불할 방법이 없어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신탁단체가 있지만 신탁 비율이 30%도 채 안 되고 신탁하지 않은 업체들과는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작권자들의 권리가 강화되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일련의 사례에서 보듯 저작권 신탁 단체들이 장기적으로 시장을 키우기 보다는 저작권법 위반 행위를 단속하고 징벌적 성격의 합의금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단기 성과에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저작권자들의 권리 보호 못지 않게 이용자들의 권리 보호와 더 근본적으로 합법적인 저작권 이용을 유인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 팀장은 “저작권이라는 게 배타적인 성격이 있어서 따로 명시돼 있지 않으면 일단 모든 권리가 보호된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도 “단속와 처벌 위주로 가기 보다는 공정이용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해 합법적인 소비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우리나라는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매우 낮은데 최근 저작권자들의 권리 보호가 강화되면서 곳곳에서 충돌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개인적으로는 MP3 파일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도 음반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판례에서는 시판용 CD만 음반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아직 기술의 변화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저작권 분쟁을 피하려고 이마트 같은 곳에서는 아예 음악을 틀지 않거나 저작권이 없는 클래식 음악을 트는 경우도 있는데 이처럼 과도한 권리 보호가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공정이용은 저작권법의 예외조항이 아니라 기본 설계에 포함돼 있는 내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저작권법에는 학교 교육이나 시사 보도 등을 위한 이용,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연과 방송,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등은 공정이용으로 분류해 저작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오 대표는 “저작권법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일방적인 권리 강화가 아니라 공정이용을 폭넓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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