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차 핵실험에 성공하자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인정해야 하며, 북한 핵무기에 대해 자위적인 억제력 확보를 위해 미국의 과거 전술핵 재배치 또는 자체적인 핵개발 등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목소리가 여권 및 보수일각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실효성과 현실성도 없을 뿐 아니라 북한의 핵확산을 막지도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핵무장의 포문을 연 것은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였다. 정 전 대표는 12일에 이어 1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우리도 최소한의 자위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며 “이웃집 깡패가 최신형 기관총을 구입했는데 돌멩이 하나 들고서 집을 지키겠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제 북핵을 머리위에 둔 상태에서 북한의 처분에 우리의 안보와 생명을 맡기고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북한 핵을 없앨 것인지 결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핵무장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원내 중진인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도 “최소한의 자위책 마련차원에서 북한 핵 해결 시 즉각 폐기를 전제로 대한민국의 핵무장 선언 필요성과 더불어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정비의 필요성, 북핵 해결 전 전시작전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 해체시기 재조정의 검토의 필요성에 대한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거들었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논거와 행동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현 조갑제닷컴 대표)이다. 조 대표는 12일 ‘국가생존 차원에서 자위적 핵무장을 결단할 때’라는 글을 통해 “국제사회가 북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으므로 우리는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핵무장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며 10가지의 논거를 폈다. 그는 △국가 지도부가 결심만 하면 한국은 단기간에 핵폭탄을 만들 수 있으며 질과 양에서 북을 압도할 수 있고 △원자력 기술 강국인 한국은 핵폭탄 제조에 필수적인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이나 고농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우리 기술로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핵폭탄 제조도 단기간에 가능하며 △재처리 대상인 사용후 핵연료와 고농축의 대상인 우라늄 보유량도 어머어마하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또한 현재 한국의 핵무장을 막고 있는 핵확산 금지 조약(NPT) 및 한미원자력 협정을 벗어나기 위해 NPT 탈퇴와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며 “대응 핵무장을, 국가생존을 위한 주권 행사로 규정하고, 이 논리가 먹히려면 강력한 외교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핵개발 자체는 비밀로 해도 핵개발 의지는 공개 선포해야 하며, ‘핵을 폐기시키기 위한 핵개발, 즉 평화의 핵’임을 당당하게 강조해야 한다는 것도 그의 주된 논리이다. 핵무장에 대한 국민투표도 방법이며, 자위적 핵무장 운동은 한국인이 오랜 노예근성과 事大主義를 극복하게 만드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파했다.
 

   
지난 2006년 10월 미국의 군사전문지 '글로벌 시큐리티'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의 1차 핵실험 가능 지역으로 주목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주변을 촬영한 지오아이 위성사진. 2013.2.12
©연합뉴스
 

국제사회 경제보복에 대해 조 대표는 “安保를 위하여는 경제적 손해도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며 “시장경제 체제를 가진 나라끼리 경제제재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조 대표는 향후 서울시청과 광화문 일대에서 수십 만 명이 모이는 '핵무장 촉구 국민대회'를 지속적으로 열고, '핵주권 행사에 의한 자위적 핵무장'은 올해 애국운동의 가장 중요한 주제(주제)여야 한다고 ‘선동’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13일엔 한국의 핵실험을 해도 미국이 절대 한국을 제재할 수 없다는 논리도 폈다. “미국에 있어서 한국은 전략적, 경제적, 군사적 몸값이 영국, 프랑스, 독일, 인도에 못지 않는 나라가 됐”으며 “우리는 참을 만큼 참아 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조선일보도 이날 신문 사설에서 “당장의 선택 대안 가운데 하나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북의 무효 선언으로 백지화돼 버린 만큼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전후해 철수시켰던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핵무장을 역설했다. 조선은 “한국과 한국 국민은 북핵을 머리에 이고 나라의 안보와 국민의 생사를 북한의 처분에 맡기는 것보다는 상당한 위험과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선 ‘원치 않은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국과 중국이 절박하게 실감토록 만드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는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며  “핵폐기물 재처리조차 하지 못하도록 한 한·미 원자력 협정부터 바꿔야 한다”고 우리나라의 자체 핵개발 필요성을 주문했다.

이 같은 주장은 실효성과 현실성, 비핵화 목표 등 모든 측면에서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온당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자칫 국내 원자력 발전 자체가 중단될 수 있는 섣부른 핵민족주의”라고 비판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이치열 기자 truth710@
 

문 교수는 우선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자는 주장에 대해 “이미 아버지 조지 부시 정권 때부터 미국이 전술핵을 폐기해왔으며, 1990년대 초 군산에 배치된 것을 빼간 이유는 전술핵을 사용하는 것보다 지키고 보안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이라며 “최근 미국의 전략개념에서 사라진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문 교수는 “과거 박정희 정권 때 핵개발을 시도했던 경험 때문에 박근혜 정부 들어 그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지만, 문제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어디서 가져올 것이냐에 있다”며 “우리가 올해 한미원자력협정 재개정 협상에서 원자력의 사용후 재처리(후행주기)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미국이 허용해주지 않았다. 그 이유로 미국은 핵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몰래 들여와 만든다면 NPT 규정 위반이 돼 당장 IAEA(국제원자력기구) 산하 NSG(핵연료공급그룹)에서 핵 연료 공급을 해주지 않게 돼 우리 원자력 발전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며 “그래도 기어이 우리가 개발해서 성공할 겨우 북한이 과연 두려워하겠느냐. 핵억제가 아니라 되레 핵확산을 가중할 것이고, 일본과 중국까지 나서는 등 동북아는 핵 도미노 현상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오만에 가득찬 섣부른 핵민족주의라고 문 교수는 역설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도 이날 인터뷰에서 전술핵 재배치론에 대해 “미국이 한국에 갖다놓을 핵무기가 없을 뿐 아니라 미국에 90년대에 전술핵을 떼어갈 때 유럽 등 전세계의 핵을 다 떼갔다. 당시엔 이미 전술핵 무용론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었다”며 “첨단무기인 전술핵을 배치하려면 주한미군 추가배치 및 관리문제가 갖는 위험성과 정치적 부담을 않아야 하는데 이것을 미국이 왜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김 편집장은 “북한 핵실험 사태의 문제는 핵확산 여부인데, 미국이 추구하는 것도 핵확산을 막자는 것인데 한국에 배치하는 것 자체가 핵확산이 되는 모순에 놓이게 된다”며 “동맹이라 모든 것을 미국이 다 해주리라라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제재를 감수하고서라도 NPT 탈퇴에 이은 핵보유를 선언할 경우에 대해 김  편집장은 “여지껏 우리가 국제사회 룰을 지키면서 경제발전을 이룩해왔는데, 모든 관계의 단절을 불사하고 자체 핵무장을 한다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일보나 조갑제, 새누리당의 목소리와 달리 중앙일보와 중앙일보 등 보수신문은 “한반도 비핵화 자체를 포기할 수 없으며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할 수도 없다”(중앙) “동북아의 핵도미노를 초래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가 많다”(동아)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