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정우상 논설위원이 5일자 칼럼에서 변희재 빅뉴스 대표를 비판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같은 보수진영 내에서 일종의 ‘노선 투쟁’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에서 이념적이고 극우적인 인사들이 약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이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우상 논설위원은 조선일보 5일자 33면 <홍위병의 추억, 그리고 유혹>이란 칼럼에서 대선 이후 일부 우파인사들의 행태를 ‘반대편 짓밟는 홍위병’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 위원은 “이번 대선이 우파의 승리로 끝나면서 우파 일부가 대선 기간 전투를 벌였던 반대 진영 인사들을 손보겠다고 나섰다”면서 대표적인 사람으로 아나운서 출신 정미홍 씨와 변희재 대표를 들었다.

정우상 “선거에서 이긴 세력은 이전보다 말과 행동 신중해야”

정 위원은 “아나운서 출신인 정미홍씨는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거명하며 ‘종북(從北) 성향 지방자치단체장을 기억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면서 “인터넷 논객 변희재씨는 야권 성향 포털 사이트의 퇴출 운동을 벌이고 조국 서울대 교수의 논문 자기 표절 의혹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2013년 2월5일자 33면
 

정 위원은 “두 사람은 대선 전에도 종북과 포털 문제를 제기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고 언급하면서도 “그러나 같은 주장이라도 선거 전후(前後)에 반대 진영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다르다. 선거에 이긴 세력은 이전보다 말과 행동이 100배 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그 주변에는 권력의 달콤함을 누리려는 사람들로 붐빈다”면서 “눈치 없는 이들은 처음부터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끼려다 눈 밖에 나지만 세상 이치를 아는 사람들은 ‘자리에 연연 않고 대통령을 보호하겠다’ ‘반동(反動) 세력과 싸우겠다’며 스스로 ‘완장’을 차고 접근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은 “천 조각에 불과한 ‘완장’은 그 자체로는 권력이 아니지만 권력자가 자기를 지켜주겠다는 완장 세력에 기대는 순간, ‘완장’은 칼이 되고 망치가 된다”면서 “국민은 선거 때 ‘통합’을 약속했던 박근혜 당선인이 그들과 거리를 두는지, 그들에게 기대 또 다른 홍위병을 만드는 건 아닌지 지켜보고 있다”며 칼럼을 맺었다.

조선일보 정우상 논설위원은 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칼럼에서 얘기한 게 전부다. 따로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변희재 빅뉴스 대표는 정우상 논설위원의 칼럼을 강하게 비난했다. 변 대표는 5일 빅뉴스에  올린 <조선일보 방상훈은 정우상류를 멀리하라>는 글에서 “도무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할 정도의 형편없는 칼럼”이라면서 “조국 교수의 경우 익명의 과학자로부터 근거가 확실한 제보가 들어왔는데, 이것도 박근혜 당선자가 집권했으니, 이슈화 시키지 말라는 게, 언론사가 펼 수 있는 논리인가”라고 반박했다.

변희재 “포털 싸움과 폴리페서 논문 검증이 완장인가”

변 대표는 “글의 취지는 노무현 정권이 선동부대 홍위병에 의지하다 망했으니, 박근혜 정부도 홍위병들을 멀리 하라는 것이다. 글의 서두만 보면 박근혜 당선자의 막강한 팬클럽을 경계하는 듯한 내용”이라면서 “그러나 그 글에서 중심은 종북과 싸움을 하는 정미홍 전 KBS 앵커와, 포털과 싸우며 조국 교수 등 폴리페서들 논문 검증을 하는 필자가 중심이 된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라고 주장했다.

   
빅뉴스 2013년 2월5일자 화면캡처
 

그는 “정우상 위원은 마치 필자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은 척하여, 완장의 칼을 쥘 것이니, 박근혜 당선자에게 거리를 두라고 조언하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권 내내 주간 미디어워치만 발전시킬 것이고, 인미협을 통해 포털 개혁을 할 것이라고, 물어볼 때마다 공개적으로 답변하고 있는데, 대체 뭘 더 어떻게 설명하란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상훈 사장은 이런 정우상류들을 멀리해야 한다”고 언급한 변 대표는 “김용민이 ‘박근혜 당선자, 정미홍과 변희재 멀리해야’라고 정리하여 트윗으로 퍼나르고 있다. 조선일보와 정우상 위원의 전략이 성공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며 글을 맺었다.

변희재 대표는 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종북논쟁에 대한 지적은 이해하지만 포털과의 싸움까지 문제 삼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논문표절 의혹도 언론 입장에서 보면 특종인데 이것도 박근혜 당선인과 연계시키고 있다”고 조선일보를 비판했다.

이번 논쟁을 보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조금씩 엇갈린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변희재 씨의 경우는 몰라도 합리적 보수라면 정미홍씨를 비판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 교수는 “홍위병의 기준은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느냐 여부인데 변희재씨는 그쪽에 뜻이 없는 것 같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진영 논리 벗어난 비판, 긍정평가” “극단적 주장에 대한 경계”

하지만 신 교수는 조선일보의 이번 칼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진보이든 보수이든 궁극적으로 합리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그런 점에서 조선일보 정우상 논설위원이 칼럼을 통해 이들을 비판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같은 편’이라도 비판할 사안이 있을 때 비판하는 건 장려해야 한다는 것.

신 교수는 “보수든 진보든 진영 논리에 빠져 자기 진영에 대해 비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면서 “그런 점에서 진보언론도 반성해야 할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윤 시사평론가는 조금 다른 견해를 보였다. 이 평론가는 “조선일보 정우상 논설위원이 언급한 정미홍 아나운서와 변희재씨의 경우 과격한 표현과 논리전개라는 특성 때문에 홍위병처럼 보였을 수 있다”면서 “문제는 이제 이 같은 논리나 주장이 대중의 공감을 얻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희재 빅뉴스 대표(왼쪽)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오른쪽)
 

이 평론가는 “이번 대선은 진보·보수진영 모두에서 상식적 합리주의자들이 많이 늘어난 특징을 보였다”면서 “이들은 여야라는 입장보다는 사안별로 야당을 지지하기도 하고 여당을 지지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이런 합리적 중도층들이 앞으로 주요 선거의 향배를 결정해 나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른바 ‘과격한 사람들’이 설쳐서는 도움 될 게 하나도 없다”면서 “정우상 논설위원의 칼럼도 이 같은 점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