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편성채널사업자 선정이 졸속으로 진행됐음이 확인됐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입수한 2010년 12월 31일 제80차 방통위 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 심사위원회 결과에 대한 검증이나 토론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회의에는 위원장 포함, 5명의 상임위원 가운데 3명의 여당 추천위원만 참석했으며 야당 추천 양문석 위원은 불참했다.

회의에 참석한 이경자 부위원장이 신상발언을 통해 당시 이병기 심사위원장은 한나라당 싱크탱크에 참여한 점을 거론하며 “위원회의 어떤 논의와 결정도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고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며 의결불참을 통보한 뒤 퇴장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최시중·송도균·형태근 등 여당추천 3명의 위원들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회의 진행도 졸속이었다. 회의록에 따르면 3명의 방통위원들은 김준상 신규방송사업정책TF반장으로부터 심사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고 논의에 들어갔지만, 이날 회의에선 질문이 6개에 불과했다. 송도균 상임위원이 사업자 선정 공고 당시 제시됐던 ‘주요주주 변경 금지’와 관련된 질문을 4차례에 걸쳐서 물었을 뿐 심사결과에 대해선 문제제기나 의견제시가 전혀 없었다.

   
지난 2010년 12월 31일 열린 제80차 방송통신위원회 속기록.
 

방통위의 종편사업자선정 논의 및 결정이 졸속으로 진행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종편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당시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은 계량평가 항목에서 탈락한 사업자들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비계량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제기됐다. 계량평가는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반면 비계량평가는 심사위원들의 자의성이 개입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방통위의 종편사업자 최종 선정 이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공정심사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종편채널사업자 심사배점은 총 1000점으로 방송 공적 책임 및 공정성(250점), 방송 프로그램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 적절성(250점), 조직 및 인력운영·경영계획적정성(200점), 재정 및 기술적 능력(200점), 방송발전 지원계획(100점)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재정·기술능력에 대한 심사는 계량화가 가능한 계량평가 항목들이었지만 방송 공정성이나 프로그램 능력을 평가하는 항목들은 비계량평가 항목으로 심사위원들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컸다. 실제 당시 심사위원들의 점수 차이폭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편성채널 4사 로고.
 

당시 세부 심사항목은 모두 44개. 이 중 계량화된 항목은 9개였고, 나머지는 모두 비계량 항목들. 문제는 자기자본 순이익률, 부채비율과 같은 재정적 능력에서 JTBC에 이어 한국경제의 HUB와 태광의 케이블연합종편채널(CUN)이 2위와 3위를 차지했지만,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가능성’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 등 큰 점수가 걸린 비계량적 항목에서 모두 200점 미만을 기록해 탈락했다는 점이다.  당시 사업자선정을 앞두고 이 같은 의혹과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번에 공개된 회의록을 보면 정작 방통위는 사업자선정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이런 점을 전혀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최민희 의원은 “조선·중앙·동아·매경 4개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이미 결정한 뒤 방통위 심사와 의결은 요식행위에 불과했음이 확인된 것”이라며 “무슨 근거로 4개 사업자를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방통위는 종편사업자에게 승인장을 교부하면서 ‘승인조건’으로 ‘사업계획서 이행’ 등을 내걸었는데 종편사들의 사업계획서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들의 사업계획서를 포함한 일체의 심사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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