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선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이명박 정부 5년간 언론계에 남겨진 공영방송 파괴, 친여편향적 방송행태, 대규모 해직자 양산 등 극식한 언론후퇴 현상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영방송 파괴 및 편파방송 체제 고착화될까 해소될까=이명박 정부 5년간의 방송현실은 공영방송의 철저한 파괴, 편파방송 체제의 확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가 1년 3개월여 남은 KBS 사장을 여러 권력기관과 무리한 법해석을 동원해 위법하게 몰아내면서 KBS를 장악했다. 또한 방송문화진흥회 인사를 통한 MBC사장 교체, YTN 낙하산 사장 투입 등 정부의 인사권이 닿는 공영방송의 수장이 모두 물갈이됐다. 방송은 정부홍보성 뉴스와 프로그램으로 채워지면서 이후 극심한 편파보도가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졌다.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가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KBS와 MBC 내부 구성원들은 국민의 방송을 정권에 헌납했다는 오명을 씻기 위해 ‘낙하산 사장 퇴출’ 및 ‘언론장악 진상규명 국정조사·청문회’를 요구하며 사상 최장기 파업을 벌여나갔으나 방송 권력을 틀어쥔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새국회가 개원하기 전 새누리당은 김재철 사장 교체에 사실상 합의까지 했으나 MBC 노조가 업무에 복귀한 이후 모른 체 했다. 이후 MBC 내부는 극심한 내홍과 방송경쟁력 둔화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하겠다”? 언제·어떻게 할 것인가=이 같은 문제의 구조적인 요인의 하나는 정권을 잡은 세력이 KBS와 MBC, YTN, 연합뉴스 등 국내 주요 언론의 사장을 자신의 뜻대로 선임할 수 있는 현행 법체계에 있다.

박근혜 당선자는 대선 선거운동 기간 중 발표한 공약집에서 ‘방송분야’와 관련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캠프는 방송현실에 대해 “방송은 공공성을 지닌 미디어이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로 독립성, 중립성 침해 논란이 발생했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이나 시기 등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다.

이와 관련해 방송파업이 한창일 때 새누리당이 내놓은 법안을 보면 좀더 가늠해볼 여지는 있다. 남경필·황영철 등 새누리당 의원 13인이 지난 6월 18일 발의한 이른바 ‘낙하산사장방지법’(방송법 개정안)을 보면, △현재 11명으로 구성된 KBS 이사회 정원을 12명으로 늘리되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이와 사회 각 분야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가 추천하는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며 △KBS 사장 임명제청은 이사회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고 △임기 3년의 KBS 사장의 결격사유에 정치활동 경력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돼 있다.

현재 11명의 KBS 이사진 가운데 여야 비율이 7대 4 구조인 상황에서 적어도 여당측 이사만으로 사장 선임을 막을 수 있는 이른 바 ‘특별다수제’가 포함돼 있는 점은 눈여볼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 같은 법안을 내놓고도 지난달 KBS 사장 선임시 기존 이사회의 여야 7대4 구도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하지 않은 채 새 사장을 결정했다. 진정성은 찾아볼 수 없고, 립서비스와 법안 제출시늉에만 그쳤다는 평가가 이래서 나온다.

▷김재철의 MBC·대규모 징계자·해직언론인·종편 특혜 어떻게 할 것인가=이밖에도 이명박 정부하 방송체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은 무너진 MBC의 모습이다. 170일 넘는 사상 초유의 최장기 파업사태가 벌어진 MBC에는 김재철 사장 스스로 법인카드 문제를 비롯해 J씨와의 관계가 구설수에 올랐다. 또한 파업 장기화에 따른 방송정상화를 이유로 시용기자와 시용PD 등 수많은 대체인력을 뽑았다. 대신 본래 구성원들은 파업이 끝난 뒤에도 징계에 대기발령, 교육명령 등을 받으며 수난과 고초를 겪고 있다. MBC는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김재철 사장이 해고한 이들만 9명으로 가장 많다.

YTN의 경우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6명의 기자들이 지난 2008년 해직된 이후 여전히 해직상태로 정권말까지 버텨오고 있다. 부산일보는 박근혜 당선자의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문제를 촉구하는 기사를 실은 이정호 편집국장은 대기발령시켰다가 끝내 해고했다.

또한 방송·언론계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허가를 내어준 종합편성채널은 박근혜 정부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대상도 이명박 정권과 코드를 맞춰왔다는 비판을 받았던 조중동과 매일경제여서 특혜의 진상을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대규모 적자에 일부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곳까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자칫 이들이 수익보전을 위해 무리하게 방송광고영업에 나설 경우 방송광고시장이 교란될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낙하산 사장들·편향방송 어떻게 할 것인가=이처럼 홍역을 앓고 있는 공영방송 문제를 끊기 위해서는 사람을 바꾸는 것이 첩경이지만, 눈앞에 놓인 상황은 여의치가 않다.

KBS의 경우 이명박 정부 5년 간 이병순·김인규 사장체제에서 TV제작본부장·콘텐츠본부장·부사장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던 길환영 사장이 KBS 수장을 맡고 있다. 그는 현 정부 아래에서 KBS의 시사프로그램을 몰락시킨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의 임기는 오는 2015년 11월까지가 임기이다. 그는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자 마자 고대영·이화섭 등 전현직 보도본부장이 부사장으로 발탁할 것이라는 인사설이 떠돌고 있다.

MBC의 김재철 사장은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빚은 것 외에도 MBC 뉴스가 짧은 기간 내에 가장 권력편향적으로 돌아서게 했다는 혹평을 받고 있으나 역시 임기가 2014년 2월까지이다. 지난 3월 연임이 확정된 배석규 YTN 사장도 2015년까지 임기가 보장돼있다.

남철우 KBS 새노조 홍보국장은 24일 “박근혜 정부가 지난 MB정부 5년간의 언론에 대해 장악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헌법 가치인 언론자유 수호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직 큰틀에서의 자기 철학도 공약에서 내놓지 않았다”며 “해직언론인 문제와 방송관련 법안을 어떻게 진정성 있게 처리하는지를 보면, 기본적 가치와 철학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 국장은 “여야간 언급했던 정치독립적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원론적 동의는 있으나 MBC 문제나 김재철 사장 문제, KBS 이사장 및 사장 문제를 언급하진 않았다”며 “공영방송 공공성 회복을 위한 조치와 언론자유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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