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박근혜 대통령 후보 당선 소식이 유력해진 20일 새벽부터 박 후보의 인생을 그린 리포트를 내보내면서 찬양방송 논란에 휩싸였다.

MBC는 20일 새벽 12시 15분경 박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지면서 <험난했던 대선 역정 "신뢰와 원칙 강조"> <대통령 당선의 주역들…충성심 강한 참모들> <대통령의 딸에서 대통령으로…박근혜는 누구?> 라는 리포트를 연달아 내보냈다.

첫 리포트에서 MBC는 "박근혜 당선자는 현 정부 내내 여권의 사실상 유일한 대권후보로서의 지위를 지켜왔다"면서 "신뢰와 원칙, 준비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쌓아온 것이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의 결정적인 바탕이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MBC는 5.16 군사 쿠데타에 대해 단 한번도 '쿠데타'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5.16'으로 표현했다.

MBC는 "박 당선자에게 아버지 고 박정희 대통령은 큰 정치적 자산인 동시에 넘어야 할 산이었다"면서 "대선전 초반 야권은 5.16과 유신 등 과거사의 고리에 대해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MBC는 관련 화면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옆에서 서 있는 박근혜 당선인의 모습에 이어 바탕화면에 서울시내에 탱크가 돌아다니고 '5.16 군사혁명'이라는 자막을 화면 한 가득 채운 지난 1961년 5.16 쿠데타 당시 흑백 방송 화면을 내보냈다.

   
MBC는 5. 16 군사혁명이라고 쓰인 방송 화면을 20일 새벽 내보낸데 이어 20일 오전 <특집 뉴스투데이>에서도 리포트를 보도했다. MBC화면 캡처.

이어 지난 박 당선인이 인혁당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5.16, 유신, 인혁당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의 녹취를 전하고 "당선자의 선택은 정면돌파였다"고 보도했다.

MBC는 "독재자의 딸, 선거의 여왕, 수첩공주, 원칙의 정치인 그녀의 이름 앞에 붙었던 수식어는 이제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이 대신하게 됐다"고 끝을 맺었다.

MBC는 <대통령의 딸에서 대통령으로…박근혜는 누구?>라는 리포트에서도 "10살 때인 61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으로 최고 권좌에 앉게 되면서, 박 당선인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다"고 보도해 '5.16 쿠데타'를 '5.16'으로 처리했다.

MBC는 지난 2006년 5월 지방선거 당시 박 당선인의 일화도 소개했다.

MBC는 "이른바 '컷터칼 테러'를 당해 입원해서도 '대전은요?'라며 선거상황을 걱정했다는 일화가 남겨진 이 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은 압승하면서 박 당선인에겐 '선거의 여왕'이란 별칭이 붙게 된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당선의 주역들…충성심 강한 참모들>이라는 리포트에서는 "신뢰와 원칙을 강조해 온 박근혜 당선인의 주변에는 충성심 강한 참모들이 많다"면서 김무성 총괄 선대본부장, 최경환 의원, 서병수 사무총장, 이한구 원내대표, 이정현 공보단장, 이학재 의원, 김강도 서강대 명예교수, 최외출 영남대 교수, 안종범, 강석근 의원,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안대희 정치 쇄신특위위원장 등을 꼽았다.

이재훈 MBC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박 후보가 당선된 것을 전제로 만들어놓은 리포트로 보인다"면서 "과거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인생 역정을 보도해왔는데 그런 맥락에서 큰 문제가 없지만 5.16은 정확히 군사쿠데타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MBC가 대선에서 박 후보에 대한 편향 보도를 일관되게 해왔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당선 행보에 있어서도 찬양 일색의 방송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또한 MBC 민영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박 당선인은 후보시절부터 MBC와 한 몸으로 움직였다"며 "현실적으로 지금 그동안 업무 복귀 이후에도 파업 참여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탄압을 해 왔는데 박근혜 체제가 들어서면서 그 강도가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 국장은 "MBC 민영화 문제가 가속화될 수 있다. 단순히 김재철 사장 퇴진이 문제가 아니라 공영방송의 존립이 문제다"며 "MBC를 민영화해서 정수장학회 지분을 챙기고 MBC를 영구적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수구 보수세력의 나팔수로 붙잡으려는 시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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