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을 불과 하루를 앞두고 국가기간통신사의 현직 정치부장을 상대로 기자들이 ‘박근혜 편향’적인 보도행태를 보였다는 책임을 물어 투표를 통해 불신임을 전격 가결해 파문이 일고 있다. 언론사 정치부장을 대상 불신임투표가 통과한 것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연합뉴스 노동조합(위원장 고일환·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편집국 기자직군 조합원 172명(재적인원)을 대상으로 17~18일 이명조 정치부장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적인원 중 136명이 투표, 128명이 찬성표를 던져 재적대비 74.3%의 압도적 비율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재적대비 3분의 2를 상회함에 따라 연합 노조는 18일 저녁 투표 결과를 전격 발표했다. 투표 결과에 따라 ‘조합이 인사조치를 건의할 수 있으며, 연합뉴스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된 단체협약안에 따라 향후 정치부장 해임 또는 징계와 같은 인사조치가 이어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는 이르면 20일 조합 집행부와 공정보도위원회 연석회의를 열어 인사조치의 수위와 건의시기를 논의할 것이라고 강훈상 노조 사무국장이 밝혔다.

 

   
박근혜 후보를 표지기사로 쓴 타임지 기사를 번역 보도한 연합뉴스

강 국장은 “요구사항은 정치부장의 보직해임이나 징계 등 인사조치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인사조치를 요구할 때 기자들의 입장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를 두고 강 국장은 “국민의 혈세를 받는 국가기간통신사에서 공정보도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과 책임감을 구성원들이 엄중하게 받아들인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정하지 않은 보도에 대해 기자와 보직부장을 포함한 간부들도 ‘감시하는 눈이 있다’는 것을 더욱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연합뉴스 안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하며, 연합뉴스 편파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강력한 경고라고 이 국장은 전했다.

연합뉴스 기자들이 정치부장 불신임 발의에 나선 직접적 계기는 지난 7일자 ‘타임’지의 ‘'The Strongman's Daughter’ 기사를 번역한 연합뉴스 기사 <박근혜, 美 타임誌 최신호 표지모델 등장> 때문이었다. 타임지 기사제목을 ‘독재자의 딸’이 아닌 ‘실력자의 딸’로 번역하는가 하면 “박 후보가 12월 19일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은 최초의 여성대통령 탄생이라는 최소한 한가지 면에서 새로운 시대를 시작한다” 등 내용엔 박근혜 후보를 미화하는 대목이 곳곳에 나왔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연합뉴스의 정치부에서 나오는 대선 기사의 편파성에 대한 쌓인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기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명조 연합뉴스 정치부장은 지난 15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이 시점에 불신임 카드를 꺼내드는 것이 합당한가’, ‘오히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보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오히려 ‘박근혜 후보 기사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노조가 문제제기해 정치부 기자와 데스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그동안 반론해왔다”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