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te, or Shut up!” (투표해, 아니면 조용히 해!)
“캐나다 선거 포스터 문구. 투표하고 나서 정치인 욕합시다.” (네티즌 mil7777)

5일로 18대 대선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젊은층의 정치적 관심을 높이는 책과 영화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의 대담집 <참여하라>(도서출판 이루·임희근 옮김)도 그 중 하나다. <참여하라>는 지난달 10일 발행 이후 한 달이 지난 최근에서야 투표 참여 독려 운동과 함께 서서히 독자들의 반응을 얻고 있다.

<참여하라>는 스테판 에셀이 프랑스 청년 시민운동가 질 방데르푸텐과 나눈 대담집이다. 에셀은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로 경제적 불평등과 지구 환경 파괴를 꼽았다. 그의 메시지는 간결하다. 역사의 진보를 위해 젊은 세대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셀은 지성적으로 상황을 개선하려면 깊은 성찰과 함께 설득력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투표다.

“과거의 레지스탕스는 기차를 폭파했지만 21세기의 레지스탕스는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현명한 정치인이 당선될 수 있도록 투표에 참여해야 합니다. 과거보다 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지요.”

에셀은 젊은이들에게 분노하고 저항하라는 화두를 던진다. 그가 말하는 저항은 ‘우리 주위에 터무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강력히 맞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저항은 단지 문제를 깊이 생각하거나 상황을 조리 있게 서술하는 데서 그치는 일이 아니라 어떤 행동이든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에셀은 2010년 10월 프랑스 집권당의 보수회귀 정책에 반대하며 <분노하라>를 출간했다. 여기에 호응한 시민사회단체와 학생들은 연말 초콜릿을 선물하는 대신 이 책을 선물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책값도 저렴하게 4유로로 책정했다. 

소책자인 <분노하라>는 프랑스에서만 200만 부, 전 세계적으로 3500만 부가 판매됐다. 지난해 여름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사회 관련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10만 부 이상 팔렸다. 

   
▲ 스테판 에셀의 참여하라 / 임희근 옮김 / 도서출판 이루

<분노하라>의 후속작이기도 한 <참여하라>를 펴낸 도서출판 이루는 대선 투표일인 19일까지 책값을 8500원에서 5600원으로 일시 할인해 판매한다.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참여하라>를 선물하자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 책이 젊은층의 투표 참여의 불씨가 되길 바라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판매 전략으로 2010년 프랑스에서 일었던 캠페인을 벤치 마킹한 것이다. 지난 5월 프랑스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사르코지는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이 책 추천사에서 “유엔 창설 당시부터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해온 95세의 스테판 에셀이 전 세계 후배 세대들에게 ‘참여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며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에게 명확하고도 분명한 선택의 기준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깊이 새겨볼 만한 책”이라고 말했다.

도서출판 이루의 여승구 대표는 “출간 초기에는 큰 반응이 없었으나 야권 단일화 이후 결국 투표율이 대세를 가른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SNS를 통해 <참여하라> 선물하기 캠페인이 널리 알려지면서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출판사에 따르면 구매층은 주로 20~30대로 인터넷 서점의 판매 약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드러났다. 오프라인 서점은 젊은이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이나 강남의 대형 서점에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5일 현재 온라인 서점 예스 24에서는 베스트셀러 사회분야 1위, 종합 7위에 올라있다. 반디 앤 루니스 코엑스점과 센트럴시티점에서는 정치·사회부문 1위, 종합부문에서는 각각 3위와 12위를 기록했다. 알라딘에서는 사회과학 부문 1위, 온라인 교보문고에서는 온라인 주간집계 정치·사회 2위다. 

지난해 <닥치고정치>가 정치 관련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데 이어 <참여하라> 역시 사회·정치 분야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한편, 시민들이 십시일반 제작비를 후원한 강풀 원작 영화 <26년>(감독 조근현)은 가히 돌풍 수준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6년>은 지난 4일 누적관객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고, 상영 스크린은 600여개로 최신 개봉작 중 가장 많다. 실시간 예매율과 일일·주간·주말 박스오피스 모두 1위다.

   
▲ 영화 26년 포스터. ⓒ청어람

 
<26년>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피해자들이 26년이 지난 후 학살의 주범을 암살로 단죄한다는 이야기다. 4년 전 촬영 직전 한 기업이 투자를 취소하면서 지난달 29일 개봉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순제작비 46억 원 중 7억 원을 시민 1만5000명이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주인공 곽진배 역을 맡은 배우 진구는 5일 경향신문 인터뷰 기사에서 “실제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을 겪은 분들에게는 감히 보라는 말씀을 못 드리겠다”며 “예전의 저처럼 5·18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영화를 꼭 봤으면 한다. <26년>을 통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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