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아기를 낳는 그림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그림의 소재가 워낙 민감하기 때문이다. 정작 해당 작가는 "이런 정도의 자유가 없다면 국적 포기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그림은 평화박물관과 아트 스페이스 풀이 유신 40년을 맞아 공동기획한 6부작 전시《유체이탈 維體離脫》중 3부 <유신의 초상> 의 홍성담 화백 작품이다.

홍성담 화백의 캔버스 유채 작품인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병원의 출산 수술대에 올라와 있고, 간호사가 탯줄이 달려 있는 갓 태어간 아기를 들고 서 있는 그림이다. 그런데 아기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의사와 간호사들의 표정에는 특히 풍자와 해학이 담겨 있다. 그림의 제목처럼 드라마 <골든타임>의 최인혁 의사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고, 한 간호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 있다. 박근혜 후보 손에서 떨어진 수첩도 인상적이다.

해당 작품은 특히 박 후보의 출산설 의혹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실정법 위반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명 '박근혜 출산설'로 박 후보 측은 출산설 의혹을 담은 언론보도에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지난 월간중앙 7월호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월간중앙은 김영삼 차남 김현철씨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이회창씨의 아들 병역문제보다 훨씬 큰 논란거리가 있다' '(YS가) 많이 알고 계시다. 그것도 팩트를 알고 계시다' 등 박 후보의 사생활 문제를 제기해 파문이 일었다. 월간중앙은 또한 '요즘은 더 구체적인 얘기가 나온다. 박 전 위원장이 낳은 자식이 올해 30살 정도이며 일본에 살며, 야당에서도 접촉을 꾀한다는 설명까지 붙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박 후보 캠프는 보도가 나간 이후 법적 대응을 추진하기로 했고, 월간중앙은 해당 보도가 사실무근-유언비어라고 정정보도문까지 게재했다.

그림을 그린 홍성담 화백은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홍 화백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박근혜 출산설에서 착안을 한 그림'이라면서도 "박근혜씨가 독재자의 딸이다 뭐다 하는 평가와 별도로 이상스러운 박 후보의 처녀성, 몰지각한 여성의 신비주의 가면을 벗겨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홍 화백은 '해당 작품의 소재가 민감해서 실정법 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대해 "하위법인 공직선거법 위에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헌법에 기초해서 인간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홍 화백은 "혹시 공직선거법으로 저를 고소하거나 고발한다고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헌법소원까지 제기해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선거를 위해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가늠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화백은 "이런 정도의 자유가 없다면 국적 포기 선언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인혁이란 의사가 드라마 <골든타임>에서는 의사다운 의사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림에서는 아기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것도 하나의 장치다. 홍 화백은 "최인혁이란 의사마저도 막 태어난 아기가 권력자와 각하를 닮았으니까 거수 경례를 하는 것은 유신시대를 살았던 우리의 트라우마"라고 말했다.

이밖에 홍 화백의 <바리깡/-우리는 유신스타일>이란 작품은 박 후보가 선글라스를 끼고 바리깡으로 머리 한가운데 깎은 무리를 이끌고 교수대에 서서 싸이의 말춤을 추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홍 화백은 "비판적인 그림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기 마련인데, 풍자와 해학을 넣기 위해 요즘 사람들의 트랜드 코드를 따를 필요가 있다"면서 "그림의 내용이 비판적이면서도 웃고 즐기고 밟은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는 형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했다.

홍 화백은 지난 6월에도 <첼로 소나타>라는 작품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삽을 악기 삼아 첼로 연주를 하고 박근혜 후보가 허수아비 형상으로 서 있는 모습을 담아 4대강을 비판했다. 광주시립박물관은 하지만 특별전 전시를 앞두고 홍 화백의 그림을 다른 그림으로 대체해 논란이 일었다.

홍 화백은 광주지역을 대표하는 민중미술 화가로 80년대 연작 '5월 판화'로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데 앞장섰다. 이후 사회 비판적인 것을 소재로 하는 민중미술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아왔다.

기획 주최 측은 이번 전시에 대해 "유신체제 이후 한국 사회에 짙게 드리워진 유신의 망령을 회화로 풀어낸 전시"라면서 "작가들은 그 망령의 실체를 에두르지 않고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직설이되 이미지의 은유로 풍자함으로써 민중미술 이후의 회화적 저항미학을 은연 중 계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위치한 '스페이스99'에서 전시되고 홍성담 화백을 포함해 권종환, 김성룡, 박영균, 선무, 양은주, 이윤엽, 황세준 등 민중미술 세대와 그 세대를 잇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기사 일부 수정 11월 18일 오후 5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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