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9시에서 8시로 시간을 옮긴 MBC 뉴스데스크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MBC 경영진은 1~2% 상승된 시청률을 강조하며 변화된 시청 패턴을 맞춘 전략이 주효했다고 고무된 분위기이지만 한편에서는 당장 앞만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 꼴찌라는 인식이 고착화되고 뉴스프로그램 앞뒤로 배치된 드라마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MBC 경영진은 14일 특보를 통해 임원회의에서 뉴스데스크 8시 이동 편성 등 개편에 따른 효과를 분석하고, 시청률 상승을 이어갈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뉴스데스크 8시 이동을 중심으로 한 개편 이후 시청률 총량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우려했던 시간대의 시청률이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개편 효과는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종 새로운 코너와 헬기 출동 영상 등의 노력이 시청률 상승이라는 결실을 맺은 것으로 분석을 내놨다.

꼴찌 뉴스 프로그램 고착...드라마 시청률도 대거 빠져나가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도 "본사 개편으로 뉴스 시청 패턴이 8시로 옮겨진 효과가 감지된다"고 추켜올렸다. 2주일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대체적으로 뉴스 시간 변경이 시청률 상승의 ‘터닝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인 셈이다.

실제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9시대 시청률보다 1~2% 상승해 7~8%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7.2%→7.9%→7.2%→8.3%를 기록했다.

파업 시기 1%대의 시청률을 찍고 4~5%대의 시청률이 나왔던 것에 비하면 안정적인 수준의 시청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직접 경쟁 상대인 SBS 8시 뉴스 역시 10%대 두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방송 3사 중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에서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9시 뉴스데스크의 경우 절대강자인 KBS 뉴스와 비교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SBS 8시 뉴스와 직접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입장인데 SBS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꼴찌 뉴스프로그램이 인식이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주말 제외) SBS 8시 뉴스 시청률은 11.3%→11.6%→12.1%→10.5%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MBC와 SBS의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비교해보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만 해도 MBC가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해 SBS에 1% 정도 앞섰지만 지난해 12월부터 8월까지는 MBC가 한자릿수 시청률로 떨어져 단 한번도 SBS 시청률을 넘어선 적이 없다. MBC 경영진은 MBC 노조의 장기간 파업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7월 업무 복귀 이후에도 한자릿수 시청률은 계속되고 SBS 뉴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 2008년 MBC가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SBS 뉴스가 한자릿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다.

꼴찌 뉴스 프로그램이라고 고착화되는 위험에 더해 7시대로 옮긴 드라마 시청률은 타격이 심하다. 드라마국 입장에서 보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어 편성전략의 실패라는 지적에도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개편 이전 두자릿수를 기록했던 7시대 드라마는 한자리수로 시청률이 내려앉으면서 피해가 막심하다.

MBC 드라마 <그대없이 못살아>의 시청률 추이를 분석해보면 8일 7.1%, 9일 7.8%, 12일 8.0%, 13일 9.0%, 14일 8.8%, 15일 8.3%를 기록했다. 개편 이전만 지난달 26일 <그대없인 못살아>의 시청률은 12.4%, 30일은 12.5%, 31일은 13.1%를 기록하는 등 평일 MBC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7시대 MBC 드라마의 시청률은 동시간대 SBS 시청률로 흡수한 모양새다. 동시간대 드라마 <그래도 당신은>은 지난달까지 10~14%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5일 이후 시청률은 17~20%대까지 시청률이 올랐다.

9시대 MBC 시청률은 유의미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KBS 9시 뉴스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7시에 드라마를 보던 시청자들은 기존 드라마를 계속 보는 패턴을 유지하고 8시대 SBS와 MBC 뉴스 사이에 갈등을 하거나 KBS 드라마를 본다. 이후 9시에는 KBS 뉴스를 시청하는 패턴이다.

다른 뉴스 프로그램 시청률도 올랐는데 1~2% 올랐다고 호들갑

특히 다른 방송사 뉴스 프로그램도 대선이 다가오면서 뉴스 수요가 증가해 모두 함께 시청률이 올랐다는 점에서 8시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1~2% 늘어난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MBC 입장에서는 1~2% 시청률 상승의 의미가 크겠지만, 다른 방송의 뉴스프로그램 시청률도 동반 상승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한 방송 전문가는 "겨울철이 되면 유독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려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하지만 우리 제품을 얼마나 사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말과 8시 뉴스데스크가 시작한 5일 이후와 시청률을 나눠 비교하더라도 다른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 시청률이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SBS 8시 뉴스의 경우 지난달 30일 가구시청률 10.1%를 기록했고, 31일에는 10.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9시 MBC 뉴스데스크는 각각 6.3%, 5.6%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5일 8시 뉴스데스크 개편 이후 시청률은 8.3%, SBS 8시 뉴스는 10.9%로 집계됐다. 6일에는 MBC 뉴스데스크는 8.2%, SBS 8시 뉴스는 12.9%를 기록했다.

방송 전문가들은 현재 대선을 앞두고 뉴스의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시청률 상승 수치를 볼 때도 다른 방송사들의 뉴스 프로그램도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가구 점유율, 젊은층 시청률도 따져봐야

유의미한 시청률 상승 효과는 가구 시청률보다는 가구 점유율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점유율은 TV 수상기를 가지고 있는 가구 중 TV를 켜 놓은 가구를 분모로 해서 해당 채널을 본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시청률은 TV 수상기를 가지고 있는 전체 가구수가 분모로 잡혀 계산된다. 점유율이 채널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의 패턴을 보여주는 보다 정확한 지표인 것이다.

8시 뉴스데스크의 가구 점유율은 오르긴 했지만 이 역시 다른 방송사의 뉴스프로그램도 똑같이 올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없다.

지난 10월 29일부터 시간대를 개편한 5일을 거쳐 지난 9일까지(주말 제외) MBC 뉴스데스크의 점유율을 보면 10%(29일)→11%(30일)→10%(31일)→9%(1일)→8%(2일)→15%(5일)→15%(6일)→16%(7일)→13%(8일)→13%(9일)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SBS 8시 뉴스 가구 점유율은 11%→17%→19%→16%→20%→19%→23%→24%→22%→18%를 기록해 20대 초반까지 올랐다.

젊은층의 뉴스 시청률 추이를 볼 수 있는 20~49세 시청률도 눈여겨 봐야 한다. 광고대행사는 보통 구매력이 높은 젊은층의 시청률을 보고 광고 판매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광고 시장에서도 중요한 지표다.

특히 전통적으로 젊은층이 많이 봤던 MBC 뉴스데스크가 급속히 젊은층으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는데 오히려 8시대 시간 변경으로 젊은층의 뉴스 시청 외면이 심각해지는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뉴스데스크 시청률 신뢰 회복 동반해야

뉴스데스크가 매체 브랜드의 장점을 이용해 젊은 세대의 비판정신을 살리는 방향으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과감한 비판과 의제설정을 하지 않고 시간대 변경이라는 꼼수를 부려 시청률 상승에만 매달린다면 노년층 시청률은 늘 수 있겠지만 뉴스 브랜드 가치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시 뉴스에 앞서 편성된 MBC 5시 이브닝 뉴스에 대해서도 최근 뉴스 트랜드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팩트도 중요하지만 관점을 드러내는 뉴스 소비층이 늘고 있고 있는 것이 최근 트랜드인데  MBC 이브닝 뉴스의 경우 1시간 15분 분량으로 한 리포트당 뉴스 길이는 짧고 뉴스 가지수는 많은 형태다.

1~2% 시청률 상승과 별개로 시청자들의 여론도 여전히 뉴스데스크에 냉담하다. "종편 수준의 시청률"이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온 것도 한참 지났고, 방송 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시청률 상승 효과도 퇴색됐다.

결국 뉴스 시청률은 뉴스에 대한 신뢰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제대로된 효과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방송 전문가는 "오전 10시에 하는 아침 드라마를 밤에 배치하면 수십퍼센티지의 시청률을 늘릴 수 있는 것과 같은 단순한 편성 전략"이라며 "당장 몇 프로 시청률이 오를 수 있지만 전체 크기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판매율이 좋아졌다고 해서 경쟁율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변화가 주의깊게 봐야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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