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한달 여 앞두고 언론장악 문제가 박근혜 후보 쪽으로 불통이 튀었다. 청와대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본부장이 김충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재철 사장을 유임시켜라고 압박한 정황이 밝혀지면서였다.

집권 내내 언론장악 문제를 일으킨 이명박 정부 뿐만 아니라 미래권력인 박근혜 후보 역시 언론장악의 유혹을 끊지 못했다는 전모가 드러나면서 대선 과정에서 첨예한 쟁점의 하나로 부각될 전망이다.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의 비밀 회동에 이어 터져 나온 김재철 사장 유임 배후 조정 의혹은 박근혜 후보의 언론관을 의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본부장의 이름이 거론된 것 자체부터 부담이 되는 모양새다. 사실관계를 확실히 짚고 가지 않으면 두고두고 박 후보에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언론 문제는 기본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어 언론장악 음모의 그림자가 박 후보에게 드리워진 상황은 치명타가 될 게 뻔하다.

야당은 “언론 장악 음모가 드러났다”며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회동부터 시작해 김재철 사장 유임 압박 정황에 대해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구체적인 증거와 증인을 밝혀야 한다며 근거없는 ‘정치공세’라고 맞서고 있지만 압박 정황의 당사자인 김무성 총괄본부장이 말을 바꾼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정조사를 거부할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김무성 본부장은 김충일 이사에게 전화를 건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김충일 이사는 통화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기 때문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이번 사태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선 쟁점으로 떠올랐다. 안 후보는 예정에 없는 일정으로 지난 9일 MBC 노동조합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더 이상 MBC 김재철 사장을 비호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력의 언론 장악은 단기간은 성공할 수 있겠지만 결국 국민들의 준엄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12일 이정호 전 부산일보 편집국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입장 발표를 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아무런 후속조치가 전혀 없다”며 “대선이 한 달 남았는데 그냥 밀고 가겠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 쪽에서는 국정조사를 실현할 실질적인 힘이 야당에 있다면서 대선까지 언론장악 문제를 끌고 가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김 본부장과 하 실장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니, 그것이 거짓이 아님을 법적인 절차를 통해 검증할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박 후보 자신이 이번 의혹의 한복판에 있음을 더 이상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MBC 노조도 추가적으로 박근혜 후보를 정면 겨냥해 김재철 사장 퇴진 문제에 개입했다는 폭로를 예고하면서 김재철 사장 유임 압박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벌써부터 여권 쪽에서 MBC PD수첩 방송을 바라지 않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지상파 방송 3사의 대선 보도 형평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도 주목된다. 현재까지 박 후보에게 편향된 뉴스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정면으로 박 후보가 불리하다고 반박한 것이다. 권영세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은 12일 “박 후보에 대한 보도 비중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또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비해 현저히 적다”며 “안 후보가 지난 5일 문 후보에 단일화 회동을 제안한 이후 10일까지 방송 3사의 8시, 9시 메인뉴스를 보면 보도 비중이 형평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C 노조 관계자는 “박 후보가 드디어 언론 문제에 있어 유화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언론장악 음모를 밝히는 문제는 이번 대선 후보의 언론관을 검증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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