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이 8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이에 따라 개원 조건으로 새 방문진이 MBC 정상화를 위해 김 사장의 거취 문제를 결정하는데 합의했던 정치권에 대한 비난 여론이 예상된다. MBC 노동조합은 다음주 파업을 예고하면서 MBC 문제가 대선 정국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이 청와대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 쪽에서 '김재철 사장을 유임시켜라'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문제가 됐던 언론 장악 문제가 박 후보를 향해 칼날을 겨눌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이사회를 열어 김 사장 해임에 대한 찬반 토론을 벌인 뒤 해임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 반대 5, 기권 1로 부결됐다. 사실상 정부-여당 추천 이사들이 김 사장의 유임을 결정한 것이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사회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까지 김재철 사장 퇴진에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정부, 여당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여당 추천 이사들이 입장을 바꿨다면서 유감을 표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여야 추천 이사들은 방문진이 독자적으로 MBC 정상화 문제를 풀기 위해 김 사장의 퇴진시킨다고 명시한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했다. 결의문에는 김재철 사장과 MBC 노동조합을 동반 사퇴시키고 쌍방이 제기했던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결의문이 통과되면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 퇴진에 합의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사실상 해임안 표결은 무의미해진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방문진 이사 과반수 이상이 결의문에 동의하고 있었고 25일 임시이사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여당 추천 이사들이 결의문 채택에 난색을 표하고 입장을 바꿨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23~24일 정부와 박근혜 후보 캠프 쪽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에게 김재철 사장을 유임시키라는 압력을 넣으면서 입장이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일부 여당 이사와 야당 이사들이 김재철 사장 거취 문제를 포함한 MBC 정상화 방안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25일 김 사장 문제를 표결하려고 했고, 거의 타결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24일 갑자기 여당 이사로부터 더 이상 추진할 수 없고, 포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이유를 권력으로부터 외압을 받은 결과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립적 위상을 갖고 MBC의 관리 감독 기능을 맡고 있는 방문진이 정치권의 외압에 휘둘렸다는 것은 향후 방문진 역할론에 대한 논란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추천 선동규 이사는 김재철 사장 해임안 부결 결과에 대해 "미래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한 여당 이사들의 반시대적, 반민주적, 반역사적 결정의 결과"라며 "심한 자괴감과 함께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방문진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심각한 회의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로 토로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정치권의 압박을 받고 해암안이 부결된 것으로 보고 항의의 표시로 향후 방문진 이사회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표결 직전 김 사장 해임안에 대한 찬반 토론에서 김재철 사장에 대한 능력과 자질에 대해서는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김 사장이 일방 책임을 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당 추천 이사들은 방문진의 책임을 상기시키면서 공영방송 사장의 자질과 능력, 경영상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다른 이유를 들어 해임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MBC 노조는 오후 1시 30분 여의도 MBC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임안 부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MBC 노조는 이번 해임안 표결 결과는 정치권이 새방문진을 통해 MBC 정상화를 시킨다는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고 특히 여당 추천 이사들이 정치권의 압박을 받았다는 내용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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