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가 MBC의 지분 30%와 부산일보의 지분 100%를 매각해 대금으로 부산 경남 지역의 대규모 복지 사업을 계획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을 앞두고 비밀리에 매각을 결정한 과정 뿐 아니라 그 대금으로 특정 지역의 선심성 복지 사업을 벌인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MBC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70% 지분 중 12%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영방송 MBC를 민영화하려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 일각에서 MBC를 노영방송’(勞營放送)이라면서 민영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영화 전략이 사실상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한겨레는 지난 10월 8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이 회동해 정수장학회가 가지고 있는 언론사 주식 매각 처분 및 활용 계획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회동은 서울 중구 정동 정수장학회 이사장실에서 이뤄졌고 이진숙 본부장과 이상옥 MBC 전략기획부장이 최필립 이사장을 찾아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 주식 매각 및 발표방안'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정수장학회는 오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회동에서 확정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가 확보한 지난 8일 회동 녹취록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상옥 부장은 "문화방송을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장학회 지분 30%를 상장 물량으로 처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주식시장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식을 풀면, (장학회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보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부장은 "(문화방송 상장은) 대주주인 방문진의 12월초 임시 주주총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안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상장을 통한 주식 매각 방안의 구체적인 시기까지 거론했다.

MBC의 제안에 최필립 이사장도 적극 화답했다. 최 이사장은 "경영권도 행사하지 못하는 문화방송 주식은 갖고 있어봐야 소용이 없다”며 “(문화방송 쪽 제안대로) 추진하되, 이를 10월19일 발표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최 이사장은 "발표에는 정수장학회가 (문화방송 지분 30% 매각 대금을 활용해)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직접 ‘반값등록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숙 본부장은 최 이사장이 제안한 기자회견에 대해 "“(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처분과 그 매각 대금의 이자수익화, 이를 통한 반값등록금 지원사업 등의 천명이 있었으니, 대학생 등 젊은층이 많이 지나다니는 대형광장이나 대학을 발표장소로 정했다”며 “정치적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대중에게 가장 효과가 큰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정수장학회와 MBC가 매각 대금을 활용해 대선 전략지로 분류되는 부산 경남 지역에 선심성 복지 사업을 기획했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자리에서는 정수장학회의 부산일보 매각 방침도 거론됐다. 최 이사장은 "지금 노조 때문에 (부산일보가) 민주당인지 진보당인지 기관지로 돼 있으니 이 사람(부산·경남 지역 기업 총수)들이 안 되겠다는 것”이라며 “이 사람들이 ‘부산일보를 사서 기업의 빽으로도 쓰고 부산도 (야당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또한 “이들이 우리를 찾아와 인수하고 싶다고 하길래, 나는 ‘그냥이라도 주고 싶었다’며 가져가라고 했다”고 말했고, 부산일보를 매각한 대금에 대해서는 "그 돈은 부산·경남 지역 노인정이나 난치병 환자 치료시설에 전액 기부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MBC는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지분 70% 중 12%도 정수장학회 지분 30% 매각 방안과 마찬가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식을 파는 형식으로 주식을 매각하는 내용도 녹취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MBC 민영화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MBC 주식은 방송문화진흥회가 70%를 가지고 있어 대주주이고, 정수장학회가 30%를 소유하고 있는데 MBC 방안대로라면 방문진 12%, 정수장학회 30% 등 총 42%를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식을 팔게 된다. 사실상 민영화 방안이다. MBC가 주식을 매각해도 방문진이 58%를 가지고있어 대주주로 남아있긴 하지만 향후 나머지 주식을 기업체로 매각하는 방안 등 민영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주식 매각과 MBC의 방문진 주식 매각 소식에 구성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은 "3월 유족 측에서 처분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그게 받아들여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본안 확정 판결 이전까지는 유족 동의 없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노조위원장은 그러면서 "최 이사장이 부산 경남 지역 기업들과 MOU를 맺었다는 것은 ‘사기극’이다. 큰 관점에서 보면 자기들 돈 안 들이고 뺏은 재산인데 생색내기다. 대선 직전 박 후보 측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방문진 주식 매각 소식을 들은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내막이 드러났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이 같은 방안대로 이뤄진다면 MBC는 완전 민영화를 만들기 위한 수순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명박과 김재철이 MBC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것인데 MBC를 장악하지 못할 바에는 사기업화 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MBC의 방문진 주식 매각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방문진법에 따르면 방문진 이사 5명이 결의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받게 되면 주식 인수 등 민영화 추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방문진 체제는 지난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여야 합의로 만든 기구라는 점에서 주식 매각을 하려면 여야가 국민적 의견을 물어 합의해야 한다.

김재철 사장은 또한 지난 8일 방문진 지분 매각 방안을 확정짓고도 11일 참석한 방문진의 의견청취 자리에서 민영화 추진은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실제 추진은 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말해 허위 보고한 의혹도 제기됐다.

방문진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임원진 회의에서 민영화 추진 검토라는 언론보도에 대한 사실 여부를 묻자 김 사장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해봤을 뿐이고 혹시라도 민영화가 되면 어떨지 논의는 예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답했다.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전날 결국 내부적으로 허위 보고를 한 것"고 비난했다. 방문진은 오는 25일 이사회에서 민영화 추진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MBC의 입장을 물을 계획이다. 

최 이사는 "이번 정부의 일관된 정책은 알짜 공기업과 공적 관리의 영역을 팔아먹고 있는데 MBC도 거대한 플랜 속에 있는 것 같다"면서 "기존 정부 추천 이사들을 유임시키고 김재철 사장을 비호하고 있는 것도 민영화 추진과 관련한 큰 계획의 일환이 아닌가하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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