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의회가 24년 전 내놓은 보고서에서 박정희 정권의 실세들이 거액의 돈을 조성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해 스위스 계좌에 예치했다고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그 진위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최근 공개한 1978년 10월 말 미의회의 프레이저 청문회 종합보고서에 수록돼 있다. 안씨는 “박정희가 이후락을 통해 스위스은행에 비밀계좌를 개설, 비자금을 관리했음은 명확하다”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도 아버지 또는 정권차원에서 관리했던 스위스계좌에 대해 낱낱이 고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6일 안치용씨의 블로그 ‘secret of korea’에 실린 글과 함께 공개된 미 의회의 프레이저 청문회 보고서의 233쪽와 234쪽을 보면, 박정희가 정치 자금을 스위스은행 계좌에 예치해 관리했으며 김성곤이 육영수 여사등에게도 자금을 상납했고 이후락의 아들 이동훈이 박정희 자금 스위스계좌의 존재를 증언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 보고서의 233쪽 하단을 보면, 1970년 이후락, 김성곤, 김형욱이 각각 1억 달라의 개인 재산을 갖고 있었으며, (프레이저)소위원회의 선서와 증언에서 김형욱은 김성곤이 수집한 정치자금 가운데 개인적인 용도로 그가 75만 달러를 관리했다고 진술했다고 나와있다.

김형욱은 박(정희) 대통령과 마담 박(육영수 여사), 정일권, 이후락, 박종규에게도 이들 개인을 위해 자금을 제공했다고 증언했다고 보고서엔 기재돼 있다. (이와 관련해 안치용씨는 “그러나 육여사 수수설에 대한 직접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소위가 확보한 문서(서류)들과 증언들에 따르면, 박정희에 전달된 돈과 관련해 이후락이 수집한 자금이 표면적으로(ostensibly) 박정희를 위해 스위스에 있는 은행 계좌에 예치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또한 이후락과 다른 이들은 대통령에게 준 돈이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 책상 아래 캐비넷에 보관 유지돼있었다고 프레이저 소위원회는 기록했다.

프레이저 소위는 스위스 은행계좌의 존재는 은행장부(기록)들과 이후락의 아들 이동훈(의 증언), 그리고 대통령을 포함한 수많은 청와대 고위관료들의 심복(가까운 친구들:close confidant)에 의해 입증됐다고 기재했다.

이후락의 아들 이동훈은 스위스에 있는 돈이 (박정희) 대통령을 위한 정부자금이며 그 자금은 이후락이 관리했으나 그 개인을 위한 돈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고 보고서는 기록했다.

이동훈은 일본에 이후락 자신을 위해 200만달러의 계좌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고서엔 나와있다.

이 같은 문서를 공개한 안치용씨는 이밖에도 “이동훈은 박정희가 스위스 비자금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지지자들 뿐아니라 야당지도자들을 매수하는데도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며 “프레이저보고서는 다른 페이지에서 이후락이 권좌에서 밀려난 이유, 이후락 사위 정화섭의 박정희 비밀계좌 관리 사실 등에 대한 이동훈의 증언을 담고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안씨는 “이처럼 박정희는 이후락을 통해 스위스은행에 비밀계좌를 개설, 비자금을 관리했음은 명확하다”며 “다만 그 액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후락이 대통령 비서실장에서 물러나고 중앙정보부장에서 해임된 이후에는 박종규 경호실장에게 힘이 쏠리면서 박종규가 자금을 관리했다는 것이 프레이저위원회의 분석”이라며 “그렇다면 1979년 10월 26일 이후 박정희 사후에는 그 돈은 어떻게 됐을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안씨는 “아마도 누군가 돈을 인출해 갔을 것”이라며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 반드시 찾아내서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 그 돈은 대한민국의 이권에 대한 뒷거래의 대가로 조성된 돈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안씨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대해 “자신이 진정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아버지 또는 정권차원에서 관리했던 스위스계좌에 대해 낱낱이 고백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측은 ‘박정의 스위스계좌’ 자체가 허위사실이라며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정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공보단장은 6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스위스계좌 문제의 경우, 존재하지 않는 (허위사실이라는) 게 최근 법정에서도 밝혀졌다”며 “우리는 (박 후보의 대변인이지) 박정희의 대변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