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인터넷게시판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에 대해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완벽한 결정이 나왔다”며 환영했다.

이날 박 교수는 헌법재판소에서 방청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결정은 인터넷 실명제가 (인터넷에) 글 쓰기 전에 신상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한다는 점을 헌재 차원에서 처음 인정한 것”이라며 “개인정보 축적과 유출,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을 계기로 최근까지 잇따르고 있는 통신사 등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만 해도 3천만건에 이르는 개인정보 유출이 이뤄졌다”며 “이는 법이 (인터넷 이용자의) 신상정보 축적을 강제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진보넷) 활동가는 “이번 결정은 익명 표현의 자유를 확정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차이점이 익명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결정으로 인해 논쟁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장 활동가는 그러나 “게임 실명제처럼 다른 법률에 유사한 제도가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며 “국회에서 관련 제도 폐지와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넷은 이날 헌재의 결정 직후 논평을 내고 “인터넷게시판 본인확인제가 인터넷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해 법 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며 “헌재의 결정은 본인확인제가 처음 입안되던 당시부터 우리가 지적해 왔던 문제들”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0년 4월 미디어오늘이 청구하고 진보넷이 지원했다. 앞서 인터넷 이용자인 개인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과 병합돼 다뤄졌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라며 “인터넷게시판 본인확인제는 익명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보넷은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8일 시행하기 시작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본인을 확인한다는 명분으로 신용정보업체들과 KT 등 이동통신사업자에게 독점적으로 주민번호를 수집·이용하도록 보장하는 정책이 명분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진보넷은 “본인확인제가 위헌인 이상 본인확인제를 명분으로 한 인터넷 기업들의 모든 주민번호 수집과 이용이 즉시 중지돼야 한다”며 “보관된 주민번호도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신 교수도 “사업자들은 신상정보 수집을 중단하고 수사기관의 협조를 이유로 통신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며 “특히 대선을 앞두고 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에 대해서도 입법부가 조속한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82조에 따르면 인터넷언론사는 선거운동기간 중 글을 게시하는 사용자의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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