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10일 독도 방문을 둘러싸고 의도와 파장에 대한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의 지속적인 영유권 주장 도발에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지만, 임기말 국명전환용이라는 비판과 실익이 없다는 비난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종합일간지는 11일 모두 1면 머리기사로 이 사건을 다루고 이 대통령의 방문 소식을 세세하게 보도했다. 역대 대통령 중 최초 방문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역사 현안 변화없는 일본 … 외교 대신 행동으로 경고> 기사에서 "대통령의 동선과 말엔 ‘독도는 한국 땅’이란 메시지가 강하게 담겼다. 대통령이 직접 독도에 발을 디딤으로써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허구란 걸 부각시켰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사설에서는 일본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韓國領’ 바위 쓰다듬고… 일본 쪽 한동안 말없이 바라봐> 기사를 통해 독도에 방문한 이 대통령의 모든 발언과 행동을 '스케치 기사'로 풀어내며 이번 방문의 의미를 강조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이번 방문이 정치적 국면전환용이라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에겐 임기 말 국정 장악력 확보가 최대 과제"라며 "국내 정치 상황이 감안됐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 독도 첫 방문… 군사정보협정 추진하더니 돌연 대일 강공> 기사에서 "친·인척, 측근 비리 등으로 20% 아래로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한·일 갈등을 활용하려는 정치적 노림수도 읽힌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일본언론마저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향에 따르면 요미우리신문은 “이 대통령이 12월 대선을 앞두고 대일 강경 자세를 요구하는 여론을 의식해 ‘반일 카드’를 빼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케이신문도 “레임덕에 빠진 이 대통령이 ‘애국자’로 임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업적 만들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런던 올림픽 한일전 축구 경기와 광복절을 앞둔 대국민용 '깜짝쇼'라는 지적도 있다. 경향신문은 "한·일 간 갈등을 키우고 국내 지지를 회복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광복절을 5일 앞둔 시점을 택한 것도 이런 고려의 결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도 "광복절을 앞두고 대일 강성 행보는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재료"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6년 4월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발언하자 지지율이 5%포인트 정도 높아진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의도와 목적을 떠나 이번 방문의 외교적 파장은 실익이 없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한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에서 역대 대통령들이 방문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뜬금없는 이 대통령 독도 방문, 무얼 하자는 것인가> 사설에서 "우리나라는 독도 문제에 대해 ‘조용한 외교’ 정책을 일관되게 취해왔다"며 "우리가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다는 절대적 유리함에서 나온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이어 "내 손안에 물건이 있는데 굳이 이 물건이 내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명분이 옳더라도 정책이 갑자기 왔다갔다하거나, 깜짝 정치쇼를 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문제 해결에 득이 될 게 없다"고 비판했다.

우려를 포시하는 건 보수언론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독도 방문> 사설에서 "영토 분쟁에서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 영유권을 주장하며 그 지역을 분쟁화하려는 상대국의 시도에 말려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이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영토의 실효적 지배국가가 취해야 마땅할 전략적 검토를 충분히 거친 결과인지 마음에 걸리는 대목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도 <대통령 독도 방문 냉정하게 인식해야> 사설에서 이번 방문의 '합리적 이유나 배경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구체적으로 크게 잃을 것도 없지만, 냉정하게 살펴 특별히 얻을 것도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급속하게 얼어붙은 한일관계는 차기정부의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국내 정치적으로 수세인 일본 정부로선 과격한 반응을 내놓지 않을 수 없어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엔 차분한 한일관계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군위안부나 강제징용피해자 구제에 우호적인 일본 내 목소리도 사그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경향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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