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에 대한 침묵이 전 장르 작가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드라마 작가들의 입에서 김재철 사장 퇴진이 나올 정도다. 특히 방송사가 한낱 비정규직 노동자로 작가들을 언제든지 자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PD수첩 전원 해고 사태의 배경에 자리잡고 있어 장르와 구분 없이 작가들의 집단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MBC는 지난 3일까지 한국방송작가협회(이사장 이금림)의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에 대해 답을 하지 않고 있다.

6일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열린 'PD수첩 작가 전원해고 규탄과 원상복귀를 위한 결의대회'에는 방송4사 작가 3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이번 해고 사태에 대한 작가들의 분노가 터져나왔다.

특히 이번 해고 사태에 대한 유감의 메시지를 던졌던 유명 드라마 작가들이 결의대회에 참가해 김재철 사장에게 직격탄을 던지면서 여론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달> <옥이이모> <황금사과> 등의 김운경 작가는 "드라마 작가들은 PD수첩 작가들이 해고된 피눈물 나는 현실을 지켜볼 수 없다"며 "김재철은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파렴치한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 이들이 원직복직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등의 노희경 작가도 자리를 함께 했다. 노 작가는 "PD수첩의 부당 해고는 치졸한 보복 해고, 작가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문제임과 동시에 방송사의 생존이유를 말살하는 문제"라며 "구성작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복직으로 종식될 때까지 드라마 작가가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노 작가는 "요즘 후배들의 기세가 무섭다. (드라마작가로서)떠나야할 때가 있다"면서 "사장도 많고, 국장도 많다. 갈아치우면 그 뿐"이라며 우회적으로 김 사장의 퇴진을 주장했다.

<대장금> <뿌리깊은 나무>의 김영현 작가는 "MBC가 말하는 것처럼 PD수첩이 편향적이었다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고 폐지됐을 것“이라며 "시청자들의 눈은 날카롭다. PD수첩를 폐지 못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공정하고 신뢰받는 프로인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작가는 이번 해고 사태에 대해 "공중파 방송이 주인이 시청자가 아님을 선언한 것이고 작가를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22년 가까이 작가 일을 해왔고 MBC와 같이 작업을 한 것을 후회하게 만든다"고 비난했다.

예능 작가들도 이번 해고 사태에 대해서는 입을 열었다. <좋은 친구들> <놀러와> <황금어장>의 최대웅 작가는 "가장 좋은 방송국이 어디냐고 작가 지망생들이 많이 질문하는데 MBC라고 한다"며 "PD와 작가들이 동료 의식이 있고 좋은 작가와 PD들이 모여서 좋은 프로를 시청자에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좋은 프로를 위해서 PD수첩 작가들을 즉각 복귀시키라"고 말했다. <일밤> <스펀> <붕어빵>의 박상헌 작가는 "황당한 인사 조치를 넘어서 사회적 약자에 때한 또다른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MBC <오발탄> <신문고>의 윤청광 작가는 "박정희 치하, 전두환 시대에도 작가 집단 학살은 없었던 만행"이라며 "즉각 만행을 철회하고 김 사장은 MBC, 여의도, 서울, 대한민국을 떠나고 TV에서도 떠나도록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음식남녀> <패왕별희> <판관 포천청>의 이덕옥 번역작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방송국이냐, 누구를 위한 방송이냐, 피디수첩 작가들은 그동안 온 국민과 전 계층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원고로 집필해왔다"며 "누구의 사주를 받은 것이냐, 분위기 쇄신이라고 하는데 옹색한 변명"이라고 비난했다.

김옥영 한국방송작가협회 전임 이사장은 전 장르 작가들이 분노를 하고 있는 것은 이번 해고 사태가 작가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임 이사장은 짧은 시간 한국 방송이 발전한 것은 "비정규직 작가들을 값싼 대가를 지불해 고급 인력으로 기용해서 그 힘으로 압축 성장을 한 것이다. 한국 방송이 세계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방송으로 콘텐츠에 대해 성과를 이룬 것은 작가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 해고 사태는 "작가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너희는 잘려질 수 있는 존재라고 얘기한 것"이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는 우리 방송 작가들은 자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정당한 사유를 가져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가 전면 대응 계획을 밝히면서 MBC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는 것도 화를 키우는 꼴이 됐다.

이금림 이사장은 "31일 MBC에 정중하게 사장 면담을 요청했는데 3일까지 통보 요구에 대해 MBC는 묵묵부답으로 묵살했다"며 "철저히 작가라는 존재를 무시한 결과다. MBC가 이성을 되찾고 그동안 잘못을 인정하고 작가 6명을 제자리로 되돌려 줄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2500여 방송작가들은 해고 작가들의 즉각 복귀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비장한 각오로 MBC에 대한 전면적인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응책으로는 MBC 전체 프로그램에 대해 작가들이 보이콧을 하는 방안이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한국방송작가협회는 MBC의 대응 수위를 보고 판단할 문제이고 회원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남아있다면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