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뉴스 조작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뉴스 다시보기’에서 해당 화면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청자 사과나 혹은 제작진 문책은커녕 치부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MBC는 지난 27일 뉴스데스크에서 16번째 꼭지 뉴스로 라는 이름의 리포팅을 내보냈다. MBC는 런던과 서울 주요 지역의 응원 모습을 실시간, 쌍방향 중계로 전달한다면서 영국 트라팔가 광장과 영국 채링크로스의 한인식당, 서울 코엑스를 연결한 장면을 보여줬다.

문제는 바로 이어 배현진 아나운서가 "이곳은 또 서울의 한 기업체 사무실인데요. 다들 모여 계시네요"라면서 비춘 화면이 사실 확인 결과 MBC 여의도 사옥 6층 뉴미디어뉴스국 사무실이었던 것. MBC 건물에서 계약직 직원들이 모여 함성을 지르는 모습을 '기업체의 사무실'이라며 팩트를 왜곡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MBC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의 31일자 보고서를 통해 알려지면서 MBC가 이제는 뉴스까지 조작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MBC는 기술진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을 속였다는 점에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MBC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의 프로그램 일반준칙 15조 6항에 따르면 '어떤 프로그램도 시·청취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고, 명백히 사실 관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시청자 사과 혹은 문책성 인사가 있어야 하며 MBC가 최소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MBC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사실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1일 오전 현재 MBC 홈페이지에서 27일자 뉴스데스크 다시보기 코너에서 해당 뉴스를 재생하면 "이곳은 또 서울의 한 기업체 사무실인데요. 다들 모여 계시네요"라는 대목은 배현진 아나운서의 목소리만 나온 채 화면은 '블랙아웃' 처리가 된 상황이다. 뉴스데스크 다시 보기에서 해당 뉴스 화면이 사라진 것은 이례적이다. 보통 소송에 걸린 뉴스가 문제가 될 때 입장을 밝히고 뉴스를 내리는 경우가 있지만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뉴스를 가리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전 공지나 입장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MBC는 31일 뉴스데스크에서도 라는 이름으로 올림픽 양궁 여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이성진 선수의 집을 연결해 소감을 듣는 리포팅을 내보냈다.

민실위는 "MBC가 뉴스까지 왜곡해놓고 시청자 사과나 제작진을 문책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며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MBC 한 관계자는 "윤영무 뉴미디어국장과 문호철 편집 1부장, 황용구 보도국장이 책임져야할 사안"이라며 "만약 알고서 해당 리포팅을 냈으면 문제가 더욱 크고, 몰랐다고 하더라도 담당 책임자로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는 사전녹화 형식을 띄고 있어 사전 녹화물을 충분히 감수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문제가 있는 리포팅을 내보낸 것은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관계자는 "해당 리포팅에서 MBC 사무실이라고 밝히면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 한 기업체 사무실이라고 할 필요가 없었다"며 "잘못한 게 있으면 공개적으로 시청자에게 사과를 하고 입장을 밝히고 문책을 해야 한다. 가리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재훈 민실위 간사 역시 문호철 편집1부장과 황용구 국장이 공동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단순 실수라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는데 약간의 실수라도 있다면 사과를 해야 한다. 광우병 파동을 보도한 PD수첩의 대법원 무좌 판결 직후 사과방송을 내보면서 시청자에 대한 도리라고 했던 이진숙 본부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 사과 한마디 없이 넘어가는 것이 온당한 공영방송의 태도라고 볼 수 있느냐"라고 질타했다.

이재훈 간사는 "이번 논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저들이 말하는 사과는 PD수첩에서 보여줬던 MB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과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며 "그들이 말하는 시청자는 MB이고 MB눈에 사과할 일이 없으면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안해도 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애초부터 라는 이름으로 나가는 리포트가 뉴스로써 가치나 내용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중계라는 취지를 살리려면 동시간대 생생한 뉴스와 소식을 시청자들에게 공급해야 하는데 리포트는 사전 녹화 방식이다. 뉴스 내용을 보더라도 현지 응원 열기를 보여주는데 그치고 있다. 일례로 31일자 뉴스는 이성민 선수 부모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런던 한인 부회장이 현지에서 "아버님 이제 따님이 금메달도 획득하시고 앞으로 이제 사윗감도 생각하셔야 할텐데요, 어떤 사윗감을 원하시는지요"라고 묻는 등 신변잡기식 내용으로 뉴스를 채웠다.

이재훈 간사는 "프라임 타임 9시 뉴스는 광고로 따지면 15초 정도에 수천만 원대의 가치가 있는데 MBC-구글 올림픽 SNS 현장중계 리포트는 그에 걸맞는 기술과 내용이 있는 방송인지 모르겠다"며 "결국 김재철 사장이 구글과 협약한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 시청자들의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해 낭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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