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한 첫날 조직개편을 통보하고 보복성 인사발령 조치를 내려 비난이 예상된다.

MBC는 17일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인사 발령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하루 전 일방적으로 통보한 점, 인사발령 명단에는 파업에 참가했던 50여 명의 인원들이 기존 업무와 전혀 상관이 없는 부서로 발령이 났다는 점에서 보복성 인사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체협약상 조직개편과 인사발령 시 노동조합과 협의하고 사전에 통보하게 돼 있는 조항을 깡그리 무시한 조치다.

우선, MBC는 기획홍보본부 내에 미래전략실을 신설했다. 경영진은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신시장과 신상품을 개척하기 위한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부서라고 소개하면서 "종편 등장 등으로 도래한 다채널 다매체 시장에서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시청 트렌드를 분석하고 무가지 등 새로운 매체로의 진입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회사의 미래전략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한 보도국내 중부권 취재센터를 신설했다. 세종시가 본격 출범함에 따라 뉴스가 폭증할 것을 대비한 개편이라는 것이 MBC 경영진의 설명이다. 또한 주말뉴스를 강화하기 위해 주말뉴스부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뉴스부는 주말뉴스부로 통합 흡수된다. 교양제작국에서는 다큐멘터리 제작부를 통합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에 따라 MBC는 8본부 33국(지사/실/단) 28부국장, 101부(총국/소/센터)로 운영된다.

조직개편에 맞춰 통보된 인사발령은 파업 참가 인원에 대한 보복성 인사 조치 흔적이 역력하다. 인사발령 대상자는 총 156명으로 50여명의 파업 참가 인원들이 기존 자신의 업무와 관계없는 부서로 배치됐다.

대표적으로 조능희 PD의 경우 기존 교양제작국에서 사회공헌실로 전보 조치됐고, 외주제작국 외주제작2부 소속이었던 송일준 PD와 오동운 전 PD도 각각 미래전략실과 신사옥건설국으로 전보 조치 됐다. 정권 비판적인 시사프로를 제작 총괄했던 이들이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부서로 전보 조치를 당한 그 자체로 징계성 인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파업에 참가했던 아나운서들이 아나운서국에서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되면서 보복성 인사 조치라는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파업에 적극 참여했던 아나운서국 아나운서1부 신동진 아나운서는 사회공헌실로, 아나운서국 아나운서 2부 소속 허일후 아나운서는 미래전략실로 발령을 받았다. 김상호, 김범도 아나운서도 서울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전보됐다.

보도국 소속 기자들도 이번 인사발령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일례로 보도국 정치부 소속 이세옥 기자는 서울경인지사 제작사업부로 전보 조치를 당했고, 트위터를 통해 이번 파업을 적극 지지하며 업무 복귀 후 노조를 비난한 배현진 아나운서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렸던 박소희 기자도 서울경인지사 인천총국으로 전보 조치를 당했다. 연보흠 기자는 뉴미디어글로벌사업국으로, 올해 5월 문지애 아나운서와 화촉을 밝힌 전종환 기자도 용인드라미아개발단으로 전보조치됐다. 

파업에 참여했던 최고참 간부급 인사들도 보복성 인사 조치 대상이 됐다.

대표적으로 퇴직을 1여년 앞둔 심의국 TV심의부 안성일 부국장은 용인드라미아개발단으로 전보 조치를 당했다. 라디오제작국 라디오편성기획부 최상일 부국장도 용인드라미아개발단으로 전보 조치를 당했다. 최 부국장은 지난 1992년 노조 편성제작부문 부위원장을 맡아 50일 파업을 이끌었던 주역이다.

이번 인사발령은 기존 업무에서 철저히 배제해 비제작부서나 신설된 부서로 전보 조치를 한 것이 큰 특징이다. 하지만 단체협약상 기존 업무와 상관없는 부서로 발령을 낼 경우 본인 동의를 얻게 돼 있다는 점에서 절차적 하자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5월에도 MBC는 팀에 있던 이우환 PD를 용인드라미아 개발단으로, <다큐멘터리 그날>팀에 있던 한학수 PD를 경인지사로 발령을 낸 바 있다. 당시 이 PD는 남북경협 관련 취재를 추진했지만 윤길용 시사교양국장과 갈등을 빚었고, 한학수 PD는 윤 국장에게 시사교양국 PD들의 의견을 전달해 반발했다. 이들은 간부와 갈등을 겪다 비제작부서로 전보 조치당한 것은 부당한 인사발령이라며 '인사발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고, 법원은 이를 수용해 효력 중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법원은 "MBC가 이들을 발령 대상자로 선정한 구체적 기준에 대해 별다른 주장과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비춰 대상자 선정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 발령은 '임명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전보할 수 없다'는 인사규정을 위반했고 노동조합에 대한 사전 통보를 규정한 단체협약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인사발령도 지난 5월 인사발령 배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법적 대응을 할 경우 대규모 인사 무효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새 보도국장의 인사발령도 후퇴한 인사 조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MBC는 황헌 보도국장을 선거방송기획단장으로 전보 조치하고 황용구 논설위원실장을 새 보도국장으로 발령을 냈다. 새 보도국장인 황용구 논설위원실장은 19기로 황헌 보도국장(21기)보다 두 기수 선배다. 관례상 21기인 황헌 보도국장 후속으로 22기 인사들이 오는 것이 수순이다. 하지만 22기 대표적인 인사인 김세용, 최일구 앵커 등이 보직을 사퇴하면서까지 파업에 참가하면서 어쩔 수 없이 퇴행 인사를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조직개편과 인사 발령에 대해 "단체협약상 일주일 전에 조직개편과 인사 발령에 협의하고 통보하게 돼 있다"면서 "김 사장 취임 이후 협의는 안했지만 사전에 인사발령을 통보해왔는데 이번에는 그것조차도 하지 않았다. 중부권 취재센터나 미래전략실이라는 조직을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다.

MBC 노조는 업무에 복귀한 50여명의 파업 참가자들이 보복성 인사 발령 조치를 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홍보국장은 "용인드라미아 개발단과 서울경인지사 수원, 인천, 성남용인 총국으로 조합원들을 내 보내고 신설된 조직에 인사 발령을 낸 것은 표적, 보복성 발령을 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거듭 비난했다.

MBC 노조는 인사발령 명단을 분석해 보복성 인사발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단체협약을 위배했다고 판단한 인사 조치의 경우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