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동아일보가 최근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의 문제를 잇달아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가장 핵심적으로 제기되는 쟁점은 ‘사이비 인터넷 언론’이다.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포털에 기사를 올리겠다”며 가하는 협박 때문에 광고주들인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광고·협찬비를 뜯기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 동아는 이런 일부 인터넷 매체들을 ‘사이비 언론’이라고 명명했다.

관련 첫 기사는 지난 15일자 조선 2면 기사 <기업들 “포털 업은 사이비 매체 협박에 못살겠다”>다. 이후 조선은 16일, 22일, 25일 관련 기사를 실었다. 동아는 16일자 사설<사이비 언론의 기업 협박, ‘네이버’ ‘다음’ 책임 무겁다>를 시작으로, 20일, 21일, 22일, 25일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동아는 주로 1면에 해당 기사를 실었다.

두 신문은 “요즘 사이비언론은 완전히 조폭(조직 폭력배) 수준”, “해도 너무해 죽을 지경” 등 익명의 기업 관계자 전언을 통해 사태 심각성을 전하고 있다. 이들 신문이 보도를 시작하자, 한국광고주협회는 사이비 인터넷 언론의 횡포에 맞서 반론과 해명을 전문적으로 게재하는 웹사이트 ‘반론닷컴’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언론재단은 사이비 인터넷 언론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들 신문이 종종 포털의 문제를 지적한 적은 있지만, 1~2면에 잇따라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 관련 단체들이 이 같은 보도에 곧바로 화답하는 반응을 낸 것도 주목된다. 반면, 중앙일보는 상대적으로 조용해 이른바 ‘조중동’ 사이에서도 논조가 엇갈리고 있다.

물론, 이들 언론이 지적하는 것처럼 ‘사이비 언론’은 분명 퇴출돼야 할 대상이다. 이들 언론이 점점 많아질수록, 언론의 신뢰와 취재 윤리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두 신문의 보도를 톺아보면 몇 가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다.

첫 번째 의문은 ‘사이비 언론’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조선, 동아 모두 네이버와 제휴한 매체 270곳, 다음과 제휴한 매체는 600곳이라고 밝힐 뿐, 사이비 언론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 ‘인터넷 언론’을 겨냥했다.

두 번째 의문은 ‘사이비 언론’의 폐해가 최근에 더 심각해졌는지다. 이들 언론은 익명의 기업 관계자들의 전언으로 사이비 인터넷 언론의 행태를 지적했을 뿐, 매년 어느 정도 폐해가 늘어나는지 명확한 수치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물론, ‘사이비 언론’ 행태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파악되기 힘들다. 그럼에도 통계가 중요한 것은 언론이 자의적으로 기사 주제를 미리 정해 놓고 기업 관계자들의 전언을 덧붙여 현실을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주인 기업 입장에서는 ‘사이비 언론’ 퇴출이라고 주장하면서 전반적인 언론에 대한 압박으로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

세 번째 의문은, ‘사이비 언론’에 대한 이들 언론사의 해법이다. 공통적으로 두 신문이 사이비 언론의 문제를 제기한 뒤 기사 말미에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포털 책임론’이다. 사이비 인터넷 문제가 포털과 관련된 것은 사실이지만, 포털만의 문제로 귀결시키는 것은 사안을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이들 보도가 ‘포털에 대한 전방위 때리기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신문이 사이비 인터넷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는 궁극적인 배경에 대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인터넷 뉴스에 대한 ‘패권 장악설’이다. 조선과 동아 등이 종이 신문의 여론 영향력이 떨어지면서 인터넷 뉴스쪽에서 기존 영향력을 되찾기 위한 포석이라는 점이다. 이 패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포털 특히 네이버를 통한 기사 유통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들 신문은 현재의 인터넷 뉴스 유통 방식에 불만이 큰 상황이다. 동아는 20일자 기사<책임은 안 지는 거대권력 포털, 사이비 매체 행패에 눈감아>에서 “특히 포털은 매체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공간에서 뉴스를 서비스하면서 사이비언론을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신뢰를 쌓아온 언론사와 기업 갈취를 목표로 갓 생겨난 사이비 언론이 동등하게 취급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포털에서는 신생 언론사가 생산하는 콘텐츠와 메이저 언론사의 기사가 등가적으로 배열된다”며 “이들 신문사들은 그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중동이 뉴스캐스트에서 빠진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런 움직임과 최근 포털 보도와 관련된 것 같다”고 말해, 인터넷 뉴스 유통 방식에 대해 주목했다.  

오는 7월 NHN이 네이버 뉴스캐스트 등 뉴스 유통 방식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포털을 비롯한 인터넷 뉴스 전반에 대한 점검을 하고 8월에 토론회를 열기로 해, 잇따른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언론재단은 ‘뉴스코리아’라는 뉴스 저작권 사업을 하고 있어, 포털의 뉴스 유통 방식에 영향을 받고 있다.

둘째, 광고 시장의 ‘파이 쟁탈전’이라는 해석이다. 이들 종이신문은 지면의 광고 하락과 종합편성채널의 부진한 매출 등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광고주들은 유럽발 경제 위기 등으로 광고 예산을 늘리지 않고 있지만, 일부 언론쪽의 ‘압박’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일부 인터넷 신문들이 ‘기업 때리기’ 기사를 쓰고 광고 등을 요구하는 것도 광고주들의 고민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조선과 동아는 사이비 인터넷 언론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최근 광고주들을 만나면 ‘하반기에 경기가 안 좋으니 미리 광고를 선집행하라’는 종편 신문사쪽 요구로 엄청 쪼이고 있다고 한다”며 “인터넷 신문들의 광고 지원 요청 강도는 이들 메이저 신문사들의 요구에 견줘볼 때 새 발의 피”라고 밝혔다. 그는 “생계형 동네 불량배들이 같은 구역에서 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엄청나게 힘이 센 조직들이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촌평했다.

정리하자면, 조선·동아는 ‘인터넷 뉴스 유통 개편’과 ‘광고 수요’에서, 광고주협회는 ‘언론사들로부터의 광고 압박’에서, 언론재단은 ‘인터넷 뉴스 유통 개편’ 등에서 이해 관계가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이 이해 관계를 살펴보면, 조선과 동아와 다른 중앙일보의 행보가 해석된다. 사이비 인터넷 언론 관련 중앙의 보도는 한 건(23일자 10면 기사)에 그친 상황이다. 물론 논조가 다를 수 있지만, 주목되는 점은 중앙이 처한 경영적인 여건이 조선·동아와 다르다는 점이다.

중앙 종편 JTBC는 조선·동아 종편과 비교해 자금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중앙일보가 JTBC의 1대 주주가 아니어서 종편의 부진한 매출이 모기업에 끼치는 파장도 상대적으로 작다. 또 중앙은 조인스MSN이라는 포털 뉴스 사이트를 갖고 있어, 포털 뉴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조선·동아보다는 작다.

한 미디어 전문가는 “특정한 이해 관계로 얽혀 이들 신문과 광고주들이 무언가를 얼마나 주고 받는지, 신문들이 인터넷 언론들의 광고 파이를 얼마나 가져갈지 주목된다”고 말해, 향후 관전 포인트로 인터넷 뉴스 시장의 ‘패권 다툼’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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