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동아일보가 최근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의 문제를 잇따라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가장 핵심적으로 제기되는 쟁점은 ‘사이비 언론’이다.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포털에 기사를 올리겠다”며 가하는 협박 때문에 광고주들인 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광고·협찬비를 뜯기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 동아는 이런 일부 인터넷 매체들을 ‘사이비 언론’이라고 명명했다.

동아는 이날 1면 머리 기사<사이비 언론 횡포 기업들 정면 반격 ‘반론닷컴’ 만든다>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사이비 인터넷 언론의 횡포에 맞서 반론과 해명을 전문적으로 게재하는 웹사이트 ‘반론닷컴’을 개설하기로 했다. 반론닷컴을 인터넷 언론으로 등록해 네이버, 다음 등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국광고주협회는 다음 달 4일 열리는 운영위원회에 사이비 언론 보도에 대한 반론과 해명을 하는 반론닷컴 개설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반론닷컴은 올해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취재원은 익명의 “재계” 관계자라고 표현됐다. 한국광고주협회는 삼성, 현대 등 국내 대기업들이 회원인 단체다. 동아는 “기업 총수나 상품, 서비스와 관련한 음해성 보도로 광고와 협찬을 강요하는 사이비 인터넷 언론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이 조치의 배경을 해석했다.

이 기사는 그동안 잇따라 게재된 ‘사이비 언론’에 대한 후속 기사다. 주목되는 점은 조선, 동아만이 ‘사이비 언론’ 문제를 집중 보도하고 있는 점이다. 관련 첫 기사는 지난 15일자 조선 2면 기사 <기업들 “포털 업은 사이비 매체 협박에 못살겠다”>다. 이후 조선은 16일자 사설<사이비 인터넷 언론에 ‘협박 몽둥이’ 쥐여준 네이버·다음>를 내보냈다.

또 조선은 22일자 8면 기사<“클릭수로 먹고사는 포털, 자극적 글·영상 의도적 방치”>에서 포털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로 “△아동 성폭행 만화 노출 △인신공격 댓글 △파워블로거 사기 △사이비 언론 △개인 신상 털어서 인터넷에 올리기” 등을 지적했다. 그동안 제기돼 왔던 포털 관련 문제를 사실상 총정리한 셈이다.

동아는 조선 보도가 나온 이후 관련된 집중 보도를 하고 있다. 동아는 지난 16일 사설<사이비 언론의 기업 협박, ‘네이버’ ‘다음’ 책임 무겁다>를 시작으로, 20일자 3면 기사<책임은 안 지는 거대권력 포털, 사이비 매체 행패 눈감아>, 21일자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의 칼럼 <포털, 사이비 인터넷언론 걸러내라> 등을 보도했다.

두 신문은 “요즘 사이비언론은 완전히 조폭(조직 폭력배) 수준”, “해도 너무해 죽을 지경” 등 익명의 기업 관계자 전언을 보도하고 있다. 이들 언론이 지적하는 것처럼 ‘사이비 언론’은 분명 퇴출해야 할 대상이다. 이들 언론이 점점 많아질수록, 언론의 신뢰와 취재 윤리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두 신문의 보도를 톺아보면 몇 가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다. 기사가 충분한 팩트에 근거해야 비판도 날이 서는 법인데, 이것이 불완전하다 보니 ‘주장성’ 보도가 난무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첫 번째 의문은, ‘사이비 언론’의 실체다. 두 신문이 ‘사이비 언론’ 관련 첫 보도를 살펴보면, ‘사이비 언론’이 실제적으로 어느 곳인지 특정돼 있지 않다. 조선은 15일자 기사에서 “사이비 매체가 허다하기 때문”이라며 “네이버와 제휴한 매체는 270곳 내외, 다음과 제휴한 매체는 600곳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동아도 16일자 사설에서 “네이버와 제휴한 매체는 약270개, 다음과 제휴한 매체는 약600개에 이른다”고 밝혔을 뿐이다. 네이버와 다음과 제휴한 매체에는 조선과 동아도 포함된다.

다만, 두 신문은 광고주 협회에서 지난 해 5개 매체를 ‘나쁜 언론’으로 선정했고, 올해도 추가로 25개 매체의 기사를 분석 중인 사실을 전했을 뿐이다. 광고주협회는 5개 매체로 프라임경제, 한국증권신문, 일요시사, 시사서울비즈, 메디컬투데이를 정했지만, 이들 신문사들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주협회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네이버 1면에 나오는 뉴스캐스트에 배치된 50곳은 사이비 언론사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선과 동아는 ‘인터넷 매체’라고 불특정한 다수의 언론사를 겨냥해 보도했을 뿐,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경제 위기, 종이 신문 등 언론의 광고 하락 등으로 언론사들이 광고주를 쥐어짜는 일이 적지 않은데, 유독 인터넷 매체를 겨냥한 두 신문의 보도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두 번째 의문은 ‘사이비 언론’의 폐해가 최근에 더 심각해졌는지다. 문제는 관련 통계가 없는 점이다. 조선과 동아는 익명의 기업 관계자들가 비명을 지를 정도 등으로 폐해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사이비 언론의 행태를 그림으로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도 했지만, 매년 어느 정도 폐해가 늘어나는지 수치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물론, ‘사이비 언론’ 행태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파악되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통계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언론이 자의적으로 기사 주제를 미리 정해 놓고 기업 관계자들의 전언을 덧붙여 현실을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기업 관계자들은 광고주이기 때문에, 언론으로서는 다른 취재원보다 이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불가근 불가원’(不可近不可遠)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언론이 통계 등을 통해 ‘사이비 언론’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않고 ‘팩트’에 기반한 판단을 하고 있지 않는다면, 광고주들 입장에 매몰되거나 휘둘리는 기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광고주인 기업 입장에서는 ‘사이비 언론’ 퇴출이라고 주장하면서 전반적인 언론에 대한 압박으로 이를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22일자 17면 기사<삼성‧현대차 딸들, ‘별동대’ 꾸려 광고시장 ‘싹쓸이’>에서 제일기획과 이노션이 최근 독립 광고부서를 조직해 경쟁‧중소업체 광고까지 넘보는 상황을 전했다. 삼성과 현대차의 딸들은 이서현 제일기획 제일모직 부사장,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다. ‘인하우스’ 광고대행사의 쏠림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과 동아가 사이비 언론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지만, 보도 과정에서 광고주쪽과 일정한 거리가 필요한 것은 이 같은 광고 시장의 불합리한 현실 때문이다. 

세 번째 의문은, ‘사이비 언론’에 대한 이들 언론사의 해법이다. 공통적으로 두 신문이 사이비 언론의 문제를 제기한 뒤 기사 말미에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포털 책임론’이다. 쉽게 말해 기사의 ‘깔대기’가 결국은 ‘포털에 대한 전방위 때리기’로 귀결되는 점이다.

포털의 ‘문어발식 확장’, 쏠림으로 인한 인터넷 생태계 훼손, 검색 문제, 뉴스 서비스 문제 등은 분명히 문제이고 해결돼야 하지만, 사이비 언론 문제의 해법과 직접적으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 경쟁’ 환경을 만들고, 포털의 자정 노력, 법적인 강제 등 각 사안별로 적제 적소의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 그런데 조선, 동아는 ‘사이비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비빔밥식으로 포털의 다양한 문제를 지적하다 보니 결국은 대안 모색은 실종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 사이비 언론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포털의 엄격한 제휴 시스템, 심의 강화, 모니터링 강화 등 포털 자체의 노력,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허가제 등 문화체육관광부의 인터넷 언론 등록 기준 강화, 광고주들의 자체 노력 등 심의나 허가 관련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두 신문은 “포털이 사이비 언론의 숙주”, “팔짱만 낀 포털” 등 다소 감정적인 논조로 포털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이비 언론의 해법을 집중 제기하는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가 NHN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제하는 방안, 네이버 뉴스캐스트 개선 등의 다소 엇나간 해법을 부각시키고 있다. 사이비 언론의 문제 해결보다는 ‘포털 규제’에 방점을 찍은 보도다.

특히, 동아는 20일자 보도에서 “특히 포털은 매체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공간에서 뉴스를 서비스하면서 사이비언론을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수십 년동안 신뢰를 쌓아온 언론사와 기업 갈취를 목표로 갓 생겨난 사이비 언론이 동등하게 취급된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과 동아의 최근 ‘포털 때리기’를 두고 결국은 보도의 타켓이 ‘사이비 언론’이 아니라 포털의 ‘뉴스 서비스’라고 해석했다.

“기존 신문 시장에서 동아와 조선은 1위 선두 사업자다. 소위 메이저다. 하지만 포털에서는 신생 언론사가 생산하는 콘텐츠와 메이저 언론사의 기사가 등가적으로 배열된다. 이들 신문사는 콘텐츠 가치, 신문사의 브랜드 파워에 따라 차등적으로 인터넷에 노출돼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데 포털은 이용자들이 많이 선택한 뉴스 위주로 소비가 된다. 이들 신문사들은 그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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