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이 다섯달이 다 되가도록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사측이 연일 초강경 카드를 꺼내면서 파업 이후 복귀자에 대한 명예퇴직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구성원 1600여명 중 800여명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지만 공격적인 인원 충원은 물론이고 방송정상화에 대한 자신감을 비추고 있다.

MBC는 지난 1월 파업 돌입 이후 현재까지 60여명을 충원했고, 앞으로 100여명까지 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특히 파업 이후 충원 인력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업을 확장해 투입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추가 인력 충원에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인력 충원에 따른 인건비 등 투입 비용이 늘어날 경우 파업 복귀자에 한해 명예퇴직을 권고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MBC 핵심관계자는 "명예퇴직 권고 방안은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이 케이블 채널에 출연해 '무한도전만 빼고 방송정상화는 100%'라고 발언한 것도 홍보성 '수사'가 아니라 실제 경영진의 현재 파업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인식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MBC는 지난 15일자 특보를 통해서도 "축소, 결방, 스페셜 방송 등 편성변경 비율이 파업초기 24.8%에서 5월 넷째 주에는 9.4%로 현저히 낮아졌고, 재방비율은 10.5%에서 3.0%로 낮아졌다"고 적극 홍보했다. MBC에 따르면 현재 편성이 변경되거나 결방된 프로그램은 <시사매거진2580>, <웃고 또 웃고>, , <불만제로>, <무한도전> 등이다.

MBC는 "6개 프로그램 중 무한도전만 스페셜의 형태로 재방송 편성하고 있으며 나머지 5개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으로 편성하여 방송하고 있다"며 "결국 무한도전만을 제외하고는 편성의 정상화가 이뤄진 셈"이라고 밝혔다.

현재 토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스페셜 재방송이 나가고 있는 무한도전은 파업 이전 시청률과 비교해 약 4분의 1 토막이 났다. MBC 경영진은 토요일 황금시간대에 무한도전 스페셜 방송만을 계속 내보내는 방안을 유지하는 것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고 외주화 검토 및 폐지설에 이어 다른 프로그램으로 일단 대체해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철 MBC 사장이 뻔히 비난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무한도전 외주 검토와 폐지를 고려한다는 발언이 나온 것도 김태호PD와 제작진의 복귀를 종용하기 위한 '꼼수'라기 보다는 어떻게든 무한도전만 해결되면 파업의 흔적을 지울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원 충원과 함께 방송정상화를 적극 홍보하면서 노조를 향해 대량 징계 조치를 남발하는 것도 대화 의지는 커녕 노조에 압박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사측의 유일한 파업 해결안은 '선 업무복귀 후 협상' 안이다. 일단 들어오라는 것인데 절대 노조 측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에서 백기투항을 하라는 의미다.

MBC 관계자는 "오히려 노조가 타협안을 제시할 경우 고민이 많은 것이 현재 사측의 분위기"라며 "김재철 사장은 절대 노조에 양보안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영진 회의에서도 노조와 타협해 복귀하는 악습을 없애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온 상황"이라고 전했다. MBC 노조의 파업을 철저히 '유령'으로 만들어 배제하는 전략이다.

노조 측, 누구를 위한 방송정상화? 국민 여론 심판으로 김재철 사장 퇴진

노조 측은 사측이 김재철 사장의 비리를 가리기 위해 방송정상화를 내걸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파업 이후 9시 뉴스데스크가 더욱 정권 편향적인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번 파업이 공정방송 훼손에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측이 방송정상화를 외치고 있어도 알맹이는 비정상의 방송이라는 것이 노조 측의 지적이다.
 
일례로 노무현 전 대통령 형 건평 씨의 비리 의혹 보도와 관련해 지난달 18일 뉴스데스크는 '노건평 씨 주변 인물의 계좌에서 수백억 뭉칫돈이 발견됐다'는 창원지검발 발표를 톱으로 내보냈지만 KBS는 6번째 리포트로 내보냈고 SBS 아예 관련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그리고 25일 검찰은 건평 씨의 거액 비자금 조성과 자금 세탁 혐의에 대해 "건평씨와 뭉칫돈은 관련이 없다"며 건평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MBC 노조는 "공영방송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갖고 있다면 기존의 보도 비중에 걸맞은 정정보도나 시청자에 대한 사과 성격의 리포트가 나올 법도 했다"며 "그러나 MBC뉴스는 시청자들의 마지막 기대로 무참히 짓밟았다. 이날 밤 뉴스데스크는 방송 말미에 단 두 줄짜리 단신으로 그간의 막장 보도를 덮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검찰이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해 관련자 모두에게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대다수 매체들이 부실한 검찰 수사를 비판했지만 MBC는 뉴스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MBC 노조에 따르면 지난 10일 내곡동 관련 리포트는 검찰 수사 내용 1분에 야당 비난 반응이 15초로 나왔고, 청와대 반론은 15초로 구성됐다. 반면 KBS의 경우 검찰수사 내용 58초, 야당 비난 11초, 청와대 반론 8초, 검찰 부실 수사 지적에 32초를 할애했다.

MBC 노조는 "당일 MBC 보도는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나 의혹 제기가 전혀 없었다"며 "내곡동 사저 의혹을 잘 몰랐던 시청자가 MBC 뉴스를 봤다면 자칫 검찰 수사로 의혹이 모두 해소된 것처럼 오해할 법하다"고 꼬집었다.

MBC 노조는 "최근 MBC뉴스가 연일 치욕적인 시청률을 맴도는 데도 김재철과 권재홍 등은 소모품 임시직 기자들을 동원해 방송시간을 늘리는 데만 골몰한 채 ‘뉴스 정상화를 이뤘다는 환각 상태의 한복판에 빠져있다"고 비난했다.

MBC 노조는 계속되는 사측의 초강경 카드에 국민이 직접 김재철 사장을 심판하는 길밖에 없다고 보고 '김재철 사장 구속수사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2일 정영하 위원장은 "사측이 100만인 서명운동을 단순히 구호에 그치는 액션으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라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 100만인 서명 달성은 시간 문제"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MBC 노조는 이번 주를 '집중 거리 서명전' 기간으로 정하고 서울 주요 도심 지역에서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조합원들 투입해 서명전에 올인할 계획이다. 민주통합당도 노조의 투쟁에 발맞춰 지난 14일 '김재철 퇴진 대국민 서명운동'을 선포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정영하 위원장은 "우리의 가장 큰 무기는 민심이 김재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김재철 퇴진을 국민 여론에 부치는 것”이라면서 “지금껏 잘 싸워 온 만큼 국민과 함께 하는 투쟁에 힘차게 나서자”고 호소했다.

이번 파업의 분수령은 올릭픽 방송과 오는 8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교체 시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사측은 방송정상화의 모습을 이번 런던 올림픽 방송에서 입증해 MBC 노조의 파업 동력을 흔들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800여명의 인력이 빠진 상황에서도 올림픽 방송이 정상적으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올림픽 방송에서 혹여 대형 방송사고가 날 경우 사측의 방송 정상화 주장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노조에서는 오는 8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이사가 들어오는 시점에 김재철 사장 교체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8월 방문진 이사들이 교체되면 MBC 사장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방문진에 대한 기대 여론이 커질 것이 분명하고 이를 무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MBC 노조 이용마 홍보국장은 "특별히 서로 노사 양측 모두 달라진 상황이 없다. 오히려 사측은 강경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면서 "방문진 이사 교체는 어찌됐든 사람이 바뀌는 문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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